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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나는 너다'…지금 내 모습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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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장윤원 기자] 100분의 러닝타임,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놀라우리만치 높은 흡입력으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연극 ‘나는 너다’가 지난달 27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했다.
 
연극 ‘나는 너다’는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영웅적 행보와 그의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 안준생을 동시에 조명한 작품이다. 윤석화 연출이 진두지휘했다. 지난 2010년 안중근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초연됐고, 바로 이듬해 재연돼 연달아 관객과 만났다. 
 
백야 김좌진의 후손이자 이제는 대한·민국·만세 삼둥이의 아빠로 더 익숙한 배우 송일국이 지난 공연에 이어 또 한번 안중근과 안준생 1인2역에 나섰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는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와 믿고 보는 베테랑 연기자 예수정이 더블캐스팅 됐다. 안중근의 부인 김아려는 뮤지컬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배해선이 연기한다. 
 
 
무대는 황폐한 들판 위 안준생을 비추며 시작한다. “친일파 변절자 배신자”라 지탄받는 안준생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홀로 외롭게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안준생으로 분한 송일국은 더벅머리에 누더기 옷차림을 한 채 무대에 올라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어야만 했는가”라 항변하고 “나는 살아남은 죄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기록에 따르면 안중근의 셋째 아들 안준생은 일제 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본에 굴복했다. 특히 안준생은 이토 히로부미 위패 앞에서 아버지의 저격을 사죄한 일화가 남아 있다. 
 
극 중 준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여러 가지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100년의 세월 동안 역사 저편에 치워 놓고 수치스럽다 외면해 왔던 안준생의 존재가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그를 어둠 속에 내몰아 손가락질한 우리 역사의 지난날을 부지불식간에 되짚게도 만든다. 한편으론 그 비참하고 굴욕적인 모습에서 우리의 추악함이 겹쳐 보인다. 
 
감정에 호소하는 준생의 처절함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안중근의 마지막 메시지가 뒷통수를 때린다. 아들을 향한 또, 우리를 향한 안중근의 고백은 이시대를 사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한편, 작품에는 안중근의 영웅적 위업에 가려져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아버지로서의 안중근, 남편으로서, 아들로서의 안중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안중근의 인간적 고뇌, 영웅의 이면은 미니멀리즘으로 가득한 무대와 역설적 상황 연출 등 인상적인 기법으로 표현돼 감동을 배가시킨다. 
 
 
‘나를 지키고 이웃을 지키고 적마저 지키고 살린다’는 안중근 의사의 신념이 다시금 절절히 다가온다. 안중근 서거 105년이 지난 오늘, 강산이 변해도 10번은 뒤집히고 바뀌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됐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 대한독립군의 희생이 일궈낸 결과다. 그렇게 나라를 찾아 일으켰지만, 지난 100년의 시간 동안 보람이 있었던가.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안중근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 ‘나는 너다’는 오는 12월3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구 BBC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7세 이상 관람가, 5만~10만 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돌꽃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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