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글로벌

속보

더보기

트로이카식 해법 실패… 그리스 '부채탕감' 불가피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김사헌 기자] 그리스 국민들이 전 세계를 향해 "더이상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전체 국민의 80%가 유로존 잔류를 원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스 위기는 경제적 계산법에서 정치적 셈법으로 중심 이동했다. 그리스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고 유럽 통합경제 내에 잔류시키든지 아니면 유럽연합에 정치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이탈하게 하는  것, 두 가지 선택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새로운 개혁프로그램을, 유로존 지도부의 구미에 맞게 제출한다면 '채무탕감'이 부분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좀더 수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독일은 아직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지만, 그리스 제시안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 그리스와 유로존: '뼈아픈' 공통의 이해

지난 5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61%의 'OXI(NO)'가 나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벼랑끝 대치 전술이 승리했다. 그는 이제 '민의'를 등에 없고 유로존 트로이카를 대면할 것이며, 유럽 지도부는 더이상 그리스인의 뜻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럽 채권단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의 제3차 구제금융 합의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유럽연합과의 공통의 이해관계가 무너지면서 '강제 퇴출'이란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도 있다.

아직도 그리스와 유로존 공통의 이해관계는 '그리스의 유로연합 내 잔류'에 있다. 문제는 그리스가 잔류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참혹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고 유로존 역시 그리스를 안고 가기 위해서는 통합의 규율을 깨는 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의 '비극적인 면'이다.

이 공통의 이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고통이 잔류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그리스 국민과 유럽시민들에게 설득해야 하지만, 이 과제는 실패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모두 재정적자 취약국으로, 뼈아픈 긴축정책을 수용해왔다. 이 때문에 유로존 지도부는 그리스의 시리자당에게 좀더 강경한 노선을 유지해왔다.

그리스 쯤이야 떠나보내도 별 충격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건 큰 실수다. 유럽연합 전체 기획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존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그리스의 미래를 위해 매우 유감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그리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어려운 조치와 개혁이 불가피하다"면서 "유로그룹은 그리스 당국의 계획이 나오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짧은 견해를 덧붙였다. 유럽위원회(EC)는 8일 브뤼셀에서 유로존 회원국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어려운 결정을 위해 지금 이해관계를 다시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 "그렉시트 70%?=30% 기회!"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도이치뱅크의 분석가들은 논평을 통해 "예측불가능한 그리스 위기의 결과가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새로운 협상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유로존 탈퇴라는 대안으로 갈 것인지 빨리 결정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분석가들은 앞서 지난주 보고서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반대'하게 되면 '그렉시트' 가능성이 70%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렉시트'는 현재 그리스 국민만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유로존 지도부가 정치적 의지와 결단으로 그리스를 밀어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통합성을 뒤흔드는 대가를 치러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 분석가들도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다지만, 신중한 입장이다.

바클레이즈와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쪽으로 시각이 변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그리스의 잔류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렉시트'란 용어를 처음 도입했던 씨티그룹의 분석가는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화되는 데는 몇개월, 심지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당분간 그리스와 채권단의 어중간한 교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렉시트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70%로 높인 바클레이즈의 전략가 역시 상황이 재앙으로 가지는 않을 수 있는 여지들이 남았다고 했다. 이들은 "그리스와 유럽 지도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탕감 프로그램에 동의할 수도 있다"고 봤다.

현재 모간스탠리는 '그렉시트' 가능성을 60%로, BNP파리파가 70%, 또 소시에테제네랄이 65% 정도로 각각 제시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20%에 그친다고 봤던 쪽이다. 또 런던 컨설팅업체 텐네오인텔리전스는 75%, 에버코어ISI는 67%, 옥스포드이코노믹스가 85%의 가능성을 예상했다.

◆ 3차 구제금융, '채무탕감'이 관건

이번 주 치프라스 총리와 유럽지도부가 다시 회동할 예정인 가운데,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는 좋지 않겠지만 3차 구제금융과 함께 새로운 협상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남은 기간 동안 ECB의 긴급유동성지원 역할이 중요한데, 독자적으로 그리스의 숨통을 끊는 결정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번번이 실패한 것은 양자의 견해차를 좁힐 수 있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셈법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았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올해 봄 협상 때 그리스가 채무를 대폭 탕감받으면서도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요구했다"면서 "당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뒤에서 그리스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채권단을 주도하는 독일이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그는 "그리스가 잔류하길 원한다면 강제로 밀어낼 수 있는 길은 없다"며, 탕감이란 해법에 대해서는 "이미 독일 자신을 포함해서 과거에도 어려운 국가의 채무 탕감을 해준 사례를 수백, 아니 수천 건 찾을 수 있다"고 독일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는 "그리스 문제가 더이상 돈과 경제학이 아니라 권략과 민주주의 문제라는 비밀을 드러냈다"면서, "유럽 지도부가 5년 전 권고했던 긴축으로 그리스 경제가 25% 쪼그라들었으며 청년실업률이 60%를 넘게 만드는 초라한 결과를 맞았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 트로이카(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가 이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한 것도 황당하지만, 아직도 추가 긴축을 강요하는 식으로 이번 사태의 교훈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그리스 구제금융이 실패한 것은 강력한 '수원국의 자기주도성(country ownership)'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어떤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심지어 정치적 모델까지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면, 공공기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민간채무를 탕감하는 것이 차라리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그리스발 위기, 얕봐선 안 되는 이유

 

전문가들은 그 동안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지원한 자금이 정작 필요한 곳이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앞서 투입된 공적기금은 계속 민간채권단의 돈을 갚아나가는데 사용됐고 그리스 경제성장과 개혁에는 쓰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리스 채권단이 민간은 없고 국제기구와 공적기관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지도부는 "그리스가 유럽 경제애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또 채권단이 위험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면서 그리스의 벼랑끝 전술에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대항해왔다. 이런 유로존 지도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가져올 다양한 위험 요소들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마크 로이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되겠지만, 채무 탕감도 없이 계속 긴축만 강요하는 것이 대안이라면 차라리 이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렉시트의 현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의 경험을 들면서, 애초에 미국도 당국자들도 위기 원인이 되었던 모기지대출 시장의 문제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환기했다. 글로벌 위기화의 핵심 원인은 금융기관의 취약성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호연계(connectedness)였다. 

로이 교수는 그리스 사태 역시 마찬가지 위험에 노출이 됐다면서,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통합성까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금 그리스가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도 아니고 유로존을 떠나지도 않은 것 자체가 호재"라면서, 서로의 체면도 살리면서 위기를 피하기 위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낼수 있는 시간이 여전히 충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자문은 미국 금융시장도 그리스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그리스 사태는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 증시 투자자도 극도로 유동적이고 취약한 사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단기 위험이자 장기 기회로 보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증시가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 변동성 확대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사태전개에 대해서는 ▲글로벌 주식과 그리스 채권가격 하락, 유로존 주변국과 신흥국의 부담 증대, 미국과 유로존 국채의 안전자산 수혜 예상 ▲메르켈-올랑드 등 유럽 정치인의 이니셔티브 재탈환 노력 격화 ▲그리스와 유럽지도부, 조만간 공동 합의 도출 ▲그리스 경제의 추가 악화, 정부 연금 공무원월급 지급 능력 후퇴 ▲그리스정부, 특정 차용증서(IOU) 발행 불가피. 통화 역할 ▲글로벌 차원 그리스위기 전염 방지 노력 속 유로화 약세 예상. 그렉시트 대응팀 구성 ▲이해당사자들 '플랜B' 모드로 전환 ▲ECB와 유럽안정화기구, 유럽투자은행 등 재정통합 진전 노력 ▲그리스 유로존 회원국 지위 재회복 불투명, 실패 국가로 EU 화원국 자격 유지 ▲비난 여론 비등, 이에 따라 긴급한 유럽의 교훈 내부화 지연 예상 등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사진
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