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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박은선, 피렌체 스카이라인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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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빛깔의 돌을 켜켜이 쌓아 기하학적 탑을 만든 박은선의 <무한기둥>.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로마가 이탈리아의 행정수도, 밀라노가 금융수도라면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예술수도’다. 발자국을 뗄 때마다 르네상스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수없이 마주칠 수 있는 ‘심장’과도 같은 도시이다. 미켈란젤로가 활약했고, 단테가 사랑했던 이 도시에서 한국 조각가 박은선(PARK EUN SUN)의 초대전이 개막됐다. 박은선은 피렌체 언덕의 미켈란젤로 광장과 베키오 궁, 피티 광장, 장미공원, 피렌체공항 등에 총14점의 돌조각을 설치하고, 오는 9월18일까지 전시를 펼친다.

특히 피렌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는 높이 13m의 신작조각 ‘무한기둥-확장’을 비롯해 총 3점의 대형 조형물이 설치됐다. 오직 미켈란젤로에게만 허용됐을 뿐, 지금껏 그 어떤 현대작가에게도 작품 설치를 허락지 않았던 공간에 한국 작가의 조각이 자리를 잡은 것. 박은선의 대형 조각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청동주조의 레플리카)과 조응하며, 피렌체의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바꿔놓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찾는 여행객들이 빠지지않고 찾는 핵심지역들에 박은선 조각이 놓이게 된 것은 피렌체 시(市)가 박은선을 ‘피렌체의 여름’이란 프로젝트에 초청했기 때문. 피렌체 시는 매년 여름마다 세계적 아티스트를 초대해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전통과 만난 현대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행사에는 폴란드의 조각거장 이고르 미토라이 등이 참여했고, 작년에는 미국의 제프 쿤스가 참여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 광장에 현대미술가의 대형 조각이 설치된 것은 박은선이 처음이다. 한국 아티스트가 이탈리아 현대미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든 셈이다. 이탈리아 주요언론들이 일제히 이 뉴스를 다룬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다리오 나르델라(Dario Nardella) 피렌체 시장은 지난달 20일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열린 < PARK EUN SUN a Firenze(피렌체의 박은선)> 개막식에 참석해 “피렌체는 클래식 아트는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예술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박은선의 작품이 그 부족한 부분을 멋지게 채워주고 있다. 그가 왜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활동 중인 컨템포러리 작가 가운데 정상급 작가로 손꼽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주최자로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어 “박은선의 독창적인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한국과 이탈리아를 탄탄히 연결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피티궁 광장에 설치된 신작. 궁 건축에 맞춰 노란색 돌로 제작했다.

현지 전문가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번 전시를 큐레이팅한 루치아노 카프릴레는 “피렌체의 하늘에 도전하듯 높이 솟아오른 박은선의 수직 기둥들은 르네상스 건축가 브루넬리스키의 둥근 쿠폴라(돔)와 대비를 이룬다. ‘꽃의 성모 대성당’의 완벽한 돔과 일으키는 팽팽한 긴장감에서 우리는 인간 내면의 환희와 불안, 희망과 절망, 충돌과 갈등을 읽을 수 있다”고 평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조각가 피노티는 “박은선 조각은 베키오 궁, 산타크로체 성당, 두오모와 조형적으로 너무 잘 어울린다”며 “아래에서 위로 뒤틀리면서 올라가는 형태가 시간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감동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성당의 베르나르데 주임신부는 “우리 성당에도 박은선 조각이 설치됐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의 작품은 죽음으로 삶이 끝나지만 빛의 도움으로 재생하는 것같아 성스럽다. 영성이 깃든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출품작 중 고풍스런 피렌체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 설치된 박은선의 조각들은 특히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돌을 켜켜이 이어올린 작가의 조형물은 태양신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쌓아올렸던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연상케하며 끝없이 상승하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은유한다. 창공을 향해 강력한 바람기둥이 솟구쳐오르듯 뻗어나간 33t 무게의 육중한 신작은 그 뒤틀린듯한 구조가 엄청난 기를 뿜어낸다. 둥근 공이 DNA 사슬구조처럼 연결된 조각과 마름모꼴 큐브가 집적된 조각도 부드러운 가운데 에너지를 담뿍 담고 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 놓인 박은선의 조각을 관광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박은선의 현대 조각들이 피렌체의 상징인 두오모와 베키오 궁, 미켈란젤로와 갈릴레이가 잠들고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 등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단히 이질적이지만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

박은선은 “피렌체 시로부터 피티 광장, 베키오 궁, 미켈란젤로 광장 등에서의 야외조각전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게 공간과 작품의 역학관계였다. 르네상스 건축에 밀리지 않으면서 그것들과 삼투압되듯 서로 빨아들이고, 주고받길 원했다. 특히 미켈란젤로 광장은 현대 작가에게 최초로 주어지는 공간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광장의 크기, 청동 다비드상의 높이, 저 멀리 피렌체 유적지의 형태와 빛깔을 고려해 작품을 제작했는데 평이 좋아 무척 기쁘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유명 관광지라 작품의 하중문제, 설치 등이 대단히 까다로왔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희대 조소과, 이탈리아 카라라국립미술원을 졸업하고 24년째 이탈리아에서 작업 중인 박은선은 돌에 균열을 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꽉 막힌 것을 풀어내는 해방감과 분출하는 에너지를 전해준다. 두가지의 색의 대리석(또는 화강석)을 수평으로 잘라 켜켜이 쌓아올린 뒤, 일부러 깨뜨리고 벌려가며 틈을 만드는 그의 작품은 서양의 건축미학과 동양의 여백의 미가 결합된 복합체로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성이 특징이다. 왜 매끄러운 대리석에 일부러 균열을 내느냐고 묻자 “멀쩡한 돌을 깨뜨리고, 힘들게 벌려 틈을 만드는 작가는 나 뿐일 거다. 그런데 그 틈과 균열이 내겐 숨통이다. 꽉 막힌 것에 신선한 생명의 공기를 불어넣듯 말이다”고 했다.

오프닝에 참석한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왼쪽)과 작가 박은선.

박은선은 이탈리아 여러 도시와 프랑스 라볼, 스위스 루가노, 룩셈부르크 에스페란제 등 유럽 곳곳의 명소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지난해에는 고대 로마의 유적지 뮤지엄인 메르카티 디 트라야노에 초청돼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피사국제공항에서의 작품전도 개최 중이다. 그간의 전시가 호평을 받은 까락에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피렌체 시 초청전이 성사된 것.
내년에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파도바 시 초대전 등이 잡혀 있는 작가는 앞으로 ‘도시 시리즈’를 유럽을 너머 미국, 남미에서 개최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다시 작업실을 찾은 박은선은 “스튜디오에서 돌을 깨며 돌의 숨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남들은 믿지 않겠지만 나는 돌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야말로 나를 전율케한다”며 말을 맺었다.

글/사진=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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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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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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