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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존재와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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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천원지방 즉 하늘과 땅 사이엔 무수한 일들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하늘과 땅 사이의 광대한 드라마이다. 여기에 하늘과 땅의 기원 즉 우주의 기원까지 아우르게 되면 어마어마한 대서사시가 될 것이다. 과학 역시 그 기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더 해야 할 것이다.
하늘과 땅 곧 천지의 마음을 품고 태어난 존재가 이 천지에서 삶이 어이없이 끝나기도 한다. 그 존재가 아직 꽃도 피우기 전인 어린이일 수 있다. 꽃의 상당수가 피기도 전에 떨어져 죽는 괴상한 정원. 그런 불명예스럽고 부끄러운 이름을 이 아름다운 지구에 붙여도 우리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작년에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눈물을 자아내게 한 사진에 대한 삽화이다. 시리아 난민 꼬마로 조국을 떠나 낯선 땅 유럽으로 가는 배를 가족과 함께 탔다가 터키의 해변가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되었다. 글로 쓰기가 부끄럽고 두렵다. 글이란 것이 자체 소독 기능이 있어 오염된 현실과는 달리 맑은 면이 있는 거지만, 존재에서 주검으로 아무런 죄 없이 추락한 저 아이를 담기엔 누추하고 면목이 없다. 그렇다. 나는 저 아이에 대해 쓰질 못하겠다. 이 글은 저 아이를 둘러싼 잡다한 먼지에 대한 것이다.
왜 존재가 먼지에게 먹혀야 하는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좋은 방향도 많을텐데 왜 하필 그런 방향이 강한가. 온갖 사념과 아픔, 먹먹함이 따를 것이다. 저 질문에 대한 탐구와 추적, 통찰의 과정에.
시리아의 내부 문제가 있을 것이며 그에 개입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있고 세계의 흐름이 있을 것이다. 통시적으로 들어가면 열강인 유럽과 중동과의 관계도 저 사건의 깊은 뿌리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역사 정치적인 면 외에 종교적인 면도 있고 실로 무수한 변수들의 종합이 저 사건을 만들어낸 공범자가 될 것이다. 역사와 현실에 무조건 죄명을 씌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 잘못 없이 억울하게 당한 저 아이만 놓고 본다면 잘못된 일도 아닐 것이다. 그 모든 변수들이 저 아이로선 실은 아무런 상관도 없고 이제 겨우 세 살이니 알 수도 없다.
세 해까지 피다가 이국의 바닷가에서 툭 떨어진 꽃이 된 저 아이가 시리아에 태어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다. 국외자인 어른인 내가 가끔 몇 안 되는 정보로만 보아도 시리아는 끔찍하기만 한데 바로 그 현장에서 아무런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아이로선 느낄 수만 있다면 삶의 벽이 얼마나 두터울까. 부모로서도 그 벽을 견딜 수 없기에 정든 고향이라도 눈물을 뿌리며 떠나야 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
그것이야말로 만유와 모든 일상들의 자궁이다. 별들을 낳아 기르고 은하수라는 둥우리로도, 부메랑 같은 혜성으로도, 화살같은 별똥별으로도 놀게 한다. 검은 구멍도 만들고 하얀 구멍도 만든다. 암흑 에너지가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만유와 모든 일상들에 도사린 비밀의 키를 지닌 무궁한 미스테리인 이 우주엔 이처럼 물질의 풍성함 뿐만 아니라 생명의 풍부함 역시 존재한다.
지구에만 해도 우리의 지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들이 엄청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별이 수천 억개 모여 있다는 은하수, 은하수가 또 수천 억개 모여 있다는 우리의 우주. 그것 말고도 또다른 우주들이 우리의 우주 바깥에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그것들마저 포함한 광대한 시공 속의 생명의 가능성들은 상상을 불허한다. 종교나 마음의 세계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가능성에까지 열어놓는다면 그 상상 초월의 인드라망이 과연 어떨지 경외스럽기만 하다.
이 찬란한 우주에서 저 아이는 단독자로서 단 하나의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로서 태어났다. 당연히 마음껏 살아갈 자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태어난 곳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할 가족 모두가 저주받은 땅인양 떠나게끔 세상은 이루어졌을까. 물론 세상을 천편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세상은 다양성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기획된 구조 역시 존재해 그 틀에 묶이는 점도 크기에 구조적 병폐 역시 존재한다. 시리아가 지구촌의 나라들 중에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엇비슷한 비극과 고통의 나라들이 우리가 사는 지구엔 너무도 많다.
정도 문제일뿐 주욱 그래왔으니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당연한 것인가. 좋은 구조,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은 그 잡탕의 대하에 대해 그저 콧노래 한 구절 부르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내 마음 속에 흘러가는 이런 비탄의 노래는 천지와 인간 사이의 지극히 작은 하나의 스토리에 불과할 것이다.
우주는 보다 광활하고 세상은 보다 복잡하고 인간은 보다 다양하고 특이하다. 그러나 인간의 깊이에, 존재 하나하나에 대해 제대로 된 눈을 뜬다면 진귀한 우주보다 저 아이 하나가 더 소중할 수 있다. 우주는 자신의 심오한 신비를 비밀스런 형태로 생명에게 부여한다. 비밀로서 스며든다. 저 아이 자체가 신비를 머금은 우주이다. 그토록 귀중한 존재가 잠깐 피어 있다가 툭 진 것이다.
우리가 터키 해변가에서 바라보는 한 아이는 우주 속에 꽃 한송이처럼 피어있던 아이가 아니다. 그 아이의 여린 감각을 채웠을 시리아 과자의 맛, 올리브, 밥 내음, 어머니의 손길, 아버지의 음성, 형의 약올림, 친척과 친구들의 다정하고 순박한 미소, 태양빛이 피부에 닿을 때의 느낌, 물을 마실 때의 기분, 말을 갓 배울 때의 묘함...이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그것들로 충만한 우주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바닷가에 떠밀려온 이국의 나무 토막 같은 것이다. 트럭에 실려가다가 툭 떨어진 돌덩어리이다. 엄마가 입혀주었을지 모르는 빨간 셔츠에 곤색 바지가 입혀진.

이 글을 읽으며 독자들은 혹 세월호 사건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글을 넓히자니 압도감에 치여 쓰지 못하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 해외나 국내를 막론하고 이처럼 처참하고 참담한 일들이 일어나는가.
왜? 왜?

생명은 그 어떤 가치보다 결코 낮게 놓여선 안된다. 자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죄가 없는 생명의 경우는 말할 나위가 없다.
우주와 생명.
그 사이에 시스템이 자리할 것이다. 그것을 문명이라고 불러도 좋고 사회, 세계, 사조, 21 세기라고 불러도 좋다.
무와 유 그 모두를 잉태하고 아우르는 우주는 풍요와 위험 그 양극단 모두를 성질로 지니고 있다. 풍요의 방향을 가능한 극대화하고 위험의 방향을 가급적 극소화하여 생명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시스템일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보는 각도에 따라 물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다. 우수한 문화나 체제를 지닌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저 시리아 난민 꼬마나 세월호에 희생된 앳된 학생들, 지구촌의 무수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우리 인간의 생명을 둘러싼 시스템이 큰 틀에서 볼 때 바람직하다고 말하기엔 걸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존재와 먼지라고 필자가 타이틀 삼아 잠정적으로 말한 그 부정적 이미지에서 우리의 시스템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먼지라는 부정성을 떨쳐내고 존재 못지 않은, 존재에 기여하는 긍정성으로 변모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그 가능한 방법은 무엇들이며 장애물은 무엇들일까. 이에 대한 고뇌와 모색은 하나뿐인 지구와 귀중한 생명들을 위해 절실히 요청되는 사항이란 것을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존재와 먼지 아닌 존재와 존재를 상상해 본다.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우주 속에서. 비참하게 져버린 꽃들을 추모하며.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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