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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실은 길도 만든다.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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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실 특히 명주실의 매혹에 빠져있을 때도 나는 실크로드까진 생각이 나아가진 못하고 있었다. 명주실에서 나온 명주 곧 비단, 그것과 비단이 흘러간 길이란 뜻의 비단길 즉 실크로드가 연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비단길엔 비단만 흘러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실크로드는 나의 로망 중의 하나이며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무한한 동경과 함께 언젠가는 내 발로 걸으며 벅찬 느낌을 갖고 싶다.

비단이나 실크로드에 관해 내가 다분히 피상적이며 감상적으로 접근해 보일지도 모른다. 누에를 길러 누에고치를 수거해 거기서 일일이 명주실을 뽑는 작업은 옛날의 여자들에게 힘겨운 노동이었을 것이다. 논밭 일, 밥짓는 일, 빨래와 청소, 온갖 잔일들로도 일손이 모자란데 물레를 돌리고 베틀을 돌려야 했으니 그 노고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실크로드는 뽕잎의 파괴를 먹고 들어간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억지를 부려도 그 말을 완벽하게 반박할 논리는 존재할 수 없을 듯하다. 누에가 뽕잎을 먹어나가는 순간 뽕잎은 파괴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파멸을 통해 길이 열리기도 하는 것이다. 생명체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자 생태계의 기본 원리와도 통한다. 누에의 식량이 되는 뽕나무 역시 땅 속으로 뾰족한 뿌리를 내려 물과 양분을 빨아먹고 푸른 색을 띠고 태어난 잎으로 태양빛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순환이지만 폭력적인 속성이 있다고 말하더라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암튼 뽕잎을 갉아 먹으며 성장한 누에는 누에고치를 지어 그 안에 잠든다. 번데기로 변신해서 누에고치를 벗어나며 나방으로 부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에는 입으로 하얀 실을 뽑으며 자기 몸을 줄이며 누에고치라는 집을 짓는다. 그 발견에선 나는 감동에 젖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집을 짓지 않는다. 사람들 중 누가 자기의 몸에서 집의 재료를 뽑아 자기 체구를 줄이면서 집을 짓는가. 사람들이 집을 지을 때 그 모든 재료는 자신의 몸 바깥에서 구한다. 그 자체가 일종의 파괴로 드러남은 자명하다. 이에 반해 누에는 자신의 몸을 줄이며 집을 지어나간다. 몸을 줄이면서 입에서 빠져나가는 실의 길이가 1200~1500 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징그러운 누에 한 마리에 깃들인 신비는 그의 보잘 것 없는 몸이 차라리 존경스럽도록 만든다.

더욱이 누에는 누에고치를 짓기 전에 배설을 하는데 집 밖에다 한다고 한다. 죽음과도 같은 잠에 들 것이기에 마지막 배설은 필수일 것이다. 그것을 누에고치 안에다 하면 그 집이 부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이 미리 예측되어 밖에다가 싸지르고 집을 지어나가는 것이다.

누에 역시 그보다 먼저인 생명체에서 진화한 것일텐데 이처럼 사소하면서도 정밀한 디자인은 언제 어떻게 된 것일까. 누에라는 존재. 그것의 어느 시점에서 된 것일까. 생물학자나 분자생물학자, 신학자 등등 그 누가 이에 대해 선명한 답을 해 줄 수가 있을까. 자연은 알겠지만 침묵이 속성이기에 감격스럽고 경외스럴 뿐이다.

누에가 그렇게 건축과 배설을 기막히게 조율해 지어나간 집인 누에고치가 뽕잎에서 편한 휴식을 취할 때 지능이 발전한 인간들은 그것들을 수집해 나간다.

끓는 물에 부어 실을 푼 다음에 물레를 동원해 명주실을 자아내고 그 실을 베틀에 얹어 명주를 구한다. 누에고치가 흰 색이기에 명주실과 명주 역시 흰 색일 수밖에 없다. 명주에 염색을 하면 색색의 아름다운 비단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비단의 기원이 어딘지는 의견이 나눠지지만 워낙 진귀한 물건이라 한 장소에 머물 수가 없었다. 기원전인 당시에도 물자의 이동이 있었으며 좋은 것들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었다.

중국 땅에서 서쪽으로 길이 열려나간다. 이보다 먼저 초원길이 북쪽에 있어 아득한 시절부터 동서간의 교류가 있어 왔지만 더욱 활성화된다. 중국으로 치면 한 제국 시대이고 서양으로 치면 헬레니즘 시대이다. 한 무제는 골칫거리인 흉노를 쫒기 위해 서쪽으로 길을 열어나갔고 그리이스의 도시국가들은 동쪽으로의 진출이 중요했다. 파미르 고원에서 그 두 개의 길이 하나로 이어진다. 비단의 주요 통로가 되었다고 해서 후에 실크로드라 명명된 그 길엔 비단 뿐 아니라 유리, 차, 도자기, 제지 기술 등등이 오갔다. 이런 물자들 외에도 문화, 종교, 예술 등등이 교류되면서 동서간의 중요한 소통 길이 된 것이다.

시대란 변하기 마련이어서 16 세기에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자 그 거대한 선박과 지휘, 통솔에 의한 조직력에 비해 말이나 나귀, 도보에 의존하는 실크로드는 게임이 되지 않게 되었다. 그후 산업혁명으로 인한 발전과 특히 최근의 국경 없는 신자유주의의 무모한 팽창으로 인해 실크로드는 하나의 흔적기관처럼 되어버린 면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끝없는 사막, 죽음을 넘나드는 공포, 두려움 속에서의 인내와 도전, 낯선 곳으로의 여행, 색다른 만남, 결과적으로 빚어지는 문화적 혼융, 정신의 고갈 및 새로운 정신 문화와의 조우, 그 빛, 빛과 빛의 결합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들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벅찬 감동과 동경을 느끼게 한다. 아니 사회가 아무리 발달하고 또 발달한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편리해지는 면이 있는 반면 건조함이 커지기에 온몸과 온몸, 생소와 생소, 민낯과 대자연과의 만남인 실크로드의 가치는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연로한 아버지께도 가장 아끼는 물건이 있으면 보여 달라고 여쭈니 내놓으신 물건이다.

이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볼 적마다 새롭다. 사진으로는 커 보일지도 모르는데 펼쳐진 저것을 접으면 옛날에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성냥갑보다도 적어진다. 손바닥에 놓고 손을 접으면 사라진다. 펼치면 병풍 모양이 되는데 사이즈가 장난감 같아 귀엽다. 그러나 내용이 깊기에 인상적이다.

아버지의 부친 즉 나의 조부의 유품에서 나온 물건이라 하는데 일종의 작은 족보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장판지가 재료이다.

그러고 보니 장판지 역시 종이의 일종이기에 제지 기술이 오간 실크로드와 연관된다. 실크로드가 없었다면 동양과 서구는 지금처럼 서로 혼융된 문화적 차원이 약했을 것이다. 적어도 이천 년 이상 된 그 길이 새삼 그립고 고마움이 생긴다. 그 길이 아니었다면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는 저 작은 족보 역시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그 장판지를 길게 오린 다음에 조부가 손수 붓글씨를 쓴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엔 콩기름을 발라 지워지지 않기를 바랬다. 우리 가문의 시조에서부터 나의 조부의 윗대까지 그 라인만 간결히 적혀 있다.
족보 역시 하나의 길이다. 혈연이니 가족이니 하는 끈적한 피붙이의 길이기에 그 어느 길들보다 숙명적인 내음이 짙다. 그러나 아버지는 족보의 내용보다는 부친에게서 이어 받은 그 의미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듯했다. 부친은 오래 전에 떠나고 없지만 그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귀중한 보물로 여기고 있었다. 언젠가 나의 형이나 내게 전해진다면 저 숙명적인 실크로드가 좀 더 연장이 될 것이다.

길은 근원적이기도 하고 보완적이기도 하고 약탈적이기도 하다. 이보다 훨씬 다양하며 심오하다. 길에 대해선 다음에 또다른 고찰을 해나갈텐데 나의 조부에게서 나의 아버지께 넘어온 성냥갑만한 책자는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 것도 아닐 것이지만 나의 아버지에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길이며 내게도 그렇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소중한 길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물건으로든 마음으로든 정신으로든 말이다.

“너 가질래?”
“아녜요. 아버지. 아버지가 갖고 계세요.”

아버지가 내게 건네주는 실크로드를 나는 아버지가 오래오래 지니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받지 않았다. 길들은 그 찰라에도 생긴다. 어느 순간에도 길은 생성된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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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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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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