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10대 핫 키워드로 돌아본 2016년 중국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항저우G20정상회의, L자경제, 인터넷생방송, 서킷브레이커, 가상현실, 베이징탄, 보이스피싱, 시와먼곳, 장인정신, 츠과

[뉴스핌=이지연 기자] 중국 사회는 2016년 올해도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굵직한 이슈도 많았고 네티즌들사이에서는 세태를 풍자하는 많은 유행어가 만들어졌다. 중국 유력 시사잡지 신주간(新周刊)은 중국 경제와 사회 전반을 강타한 대표 키워드 10개를 통해  2016년 중국을 되돌아 봤다. 전체 내용을 소개한다. 

◆ 항저우 G20 정상회의

올해 9월 4~5일 양일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제11차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 주요국 20개국 정상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글로벌 경제를 주제로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정상급 회의였기 때문에 개최지 항저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에 있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신흥대국으로서의 성인식이었다면, 2016년 항저우 G20 정상회의는 G2 국가로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교량의 역할을 수행한 보다 완숙한 외교 무대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회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15년 5월부터 항저우 도시 환경 및 인프라 개선 사업이 대대적으로 실시됐으며, 이 덕분에 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매연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지는‘G20 블루’가 연출됐다.

서호가 아름다운 저장성 항저우. <사진=바이두>

◆ L자 경제

2016년부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향후 수년간 ‘L’자 형태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13.5계획(2016~2020년)기간 중국이 제시한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6.5%~7.0%. 2015년 GDP 성장률은 6.9%였다.

L자형 성장이라는 표현은 지난 1월 공산당의 경제 정책 방향을 시장에 전달하는 인민일보 ‘권위인사’ 인터뷰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과잉생산 해소, 재고 소진 등 경제 체질 개선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 인터넷 생방송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화장하고, 게임하고, 쇼핑하고, 운동하고, 여행하고, 심지어는 그냥 가만히 멍을 때리고 있는 장면도 실시간 영상으로 내보내며 네티즌과 소통하는 것은 중국에서 무척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올해는 인터넷 생방송(즈보, 直播)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선 관련 플랫폼만 200개가 넘고, 시청자 수는 3억명에 육박한다.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400만명 수준. 업계에 따르면 이미 약 150억위안(약 2조55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관련 투자도 무척 활발하다.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중 90% 이상이 기관투자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한다.

<사진=바이두>

◆ 서킷브레이커

중국 주식시장에선 올해 1월 4일 탄생해 단 나흘 만에 사라진 비운의 주인공이 있다. 서킷브레이커의 얘기다.

중국 서킷브레이커는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가 전 거래일 마감가 대비 ±5% 이상 등락할 경우 모든 주식 거래가 15분간 중단되며, 장 마감 15분 전인 오후 2시 45분(중국시간) 이후 5% 이상 급등락하거나 장중 7% 이상 등락할 경우 당일 거래를 완전히 중단해버리는 제도다.

중국 당국은 2015년 여름 주식시장 대폭락 사태 이후 증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필요성을 느꼈고 고심 끝에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했다.

서킷브레이커는 도입 첫날부터 작동됐다. 1월 4일 CSI300지수가 5% 넘게 빠지며 15분간 주식 거래가 중단됐고, 거래가 재개된 직후에는 낙폭이 7%로 확대되며 주식시장이 조기 마감됐다. 나흘 뒤인 1월 7일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해 장이 조기 마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4거래일 동안 서킷브레이커는 총 4차례 발동됐으며 이 기간(총 155분) A주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최소 6조6600억위안(약 1131조8670억원)에 육박했다. 결국 중국 증권 당국은 1월 8일부로 시장에 패닉만 초래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잠정 중단시키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됐다.

◆ 가상현실(VR)

VR을 활용한 생생한 학습 효과. <사진=바이두>

2016년은 가상현실(VR) 상업화 원년(元年)으로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폭풍마경 등 여러 VR 기기가 각광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중국 VR 업계로 유입된 투자액은 15억4000만위안(38건)에 달했으며, 화이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엔터 미디어 기업도 VR 업계에 속속 진출했다.

영화, 의료, 관광, 게임, 전자상거래, 부동산 등이 현재 중국에서 VR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중국 시내에는 VR방도 차츰 들어서는 추세다.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파이낸셜의 경우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VR 결제 서비스를 공개했다. 인터넷 쇼핑, 인터넷 개인방송, 게임 등 가상공간에서 결제가 필요할 때 VR 안경을 착용한 채 공중에서 터치를 하거나, 한 곳을 응시하거나 혹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획기적인 결제 서비스다.

◆ 베이징탄(北京癱)/거유탄(葛優癱)/거유탕(葛優躺)

'베이징탄'의 원조 거유. <사진=바이두>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도 사실은 베이징 출신? <사진=바이두>

올해 한국에서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이 대세였던 것처럼 중국에서는 의자에 폐인처럼 널브러진 ‘베이징탄’, ‘거유탄(혹은 거유탕)’이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관련 이미지가 인터넷 짤방(첨부 이미지)계를 휩쓰는가 하면, ‘거유탕’ 이모티콘 시리즈까지 등장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베이징탄’이라는 말은 베이징 출신 가수 다장웨이(大張偉)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베이징 사람들이 앉는 자세는 의자에서 주르륵 미끄러질 것처럼 유독 이상한 자세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다.

이후 베이징 출신 연예인들의 앉은 자세가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는 다장웨이, 루한, TFBOYS 멤버 이양천새, 장이산으로 구성된‘베이징 4대탄(京城四癱)’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편 ‘거유탄(혹은 거유탕)’에서 거유(葛優)는 <비성물요(非誠勿擾)>, <양자탄비(讓子彈飛)> 등 히트작을 대거 보유한, 우리나라로 따지면 최민식급의 국민 배우다.

그런 그가 ‘베이징탄’의 시조가 된 것은 한 네티즌이 1993년 방영된 시트콤 <아애아가(我愛我家)>에서 소파에 폐인처럼 앉아있는 거유를 발견해 그 장면을 캡쳐하면서 널리 퍼졌기 때문. 참고로 거유 또한 베이징 토박이라고 한다.

 

◆ 보이스피싱

중국에서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극성을 부리면서 재산 피해는 물론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까지 무너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모여 사는 이른바 ‘보이스피싱 마을’이 따로 있을 정도.

올해는 예비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뒤 우울증으로 자살하는가 하면, 대학 교수는 수천만위안을 뜯기고, 환자는 치료비를 전부 날리는 등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유난히 두드러졌던 한 해였다. 지난 12월 15일에는 스페인에 콜센터를 차려 자국인을 상대로 총 200억원 가량을 뜯어낸 중국인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 200여명이 무더기로 체포되기도 했다.

2016년 1~10월 공안이 체포한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6822개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 공안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사기건만 59만건, 피해액은 222억위안(약 3조7578억원)에 육박했다.

◆ 시와 먼 곳(詩與遠方)

올해 중국에선 수억명 젊은이들의 마음을 울린 ‘삶이 어찌 눈 앞의 구차함뿐이랴(生活不止眼前的茍且)’라는 곡이 히트를 쳤다. 지난 3월 발매된 이 곡은 중국 포크송의 대부격인 가오샤오쑹(高曉松)이 작곡과 작사를, 노래는 유명 가수 쉬웨이(許巍)가 맡았다.

당시 이 노래를 듣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는‘간증글’이 중국 SNS를 도배했다. 특히 ‘삶이 어찌 눈 앞의 구차함뿐이랴, 시와 먼 곳이 있는 들판도 있다’라는 가사가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는데, 여기서 ‘시와 먼 곳’은 어떤 이상향 내지 유토피아를 뜻한다.

사실 이 가사는 지난 2011년 이미 중국을 휩쓸었던 명언으로, 가오샤오쑹의 어머니가 실제 했던 말이라고 한다. 각박한 삶에 치여 늘 공허했던 중국 젊은이들이 가사 한 마디로 치유를 받으며 ‘시와 먼 곳’이 있는 들판으로 향할 용기를 얻은 셈이다.

◆ 장인정신

‘메이드 인 차이나’가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중국 제품을 예전의 값만 싼 하급 상품으로 생각하면 오산.

지난 3월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장인정신’을 독려하면서 제조업 분야의 정교함과 창조성이 크게 강조되기 시작했다. 비데나 밥솥 하나를 만들어도 최고급으로 만들라는 소리다.

중국에선 이미 ‘소비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프리미엄 상품을 찾기 시작한 것.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당국은 소비를 억제하거나 합리적인 소비를 장려했지만 최근에는 소비를 적극 권장하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공급사이드 개혁을 통해 공급 체계의 퀄리티와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 츠과족(吃瓜群眾)

'수박'을 먹으며 방관하는 눈팅족. <사진=바이두>

최근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구경이라는 뜻을 지닌 ‘웨이관(圍觀)’ 대신 ‘츠과(吃瓜)’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츠과’에서 ‘츠(吃)’는 먹다라는 뜻이다. ‘과(瓜)’와 관련해서는 해석이 분분한데, 해바라기씨(瓜子)라는 설과 수박(西瓜)이라는 설이 있다. 이중 수박이라는 설명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인터넷 게시판 댓글창을 살펴보면 본문의 내용과 상관 없이 “수박 팝니다~”, “수박 냠냠”, “츠과족(수박족) 왔다감”이라는 댓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츠과’ 자체가 담고 있는 의미다. 비슷한 표현인 ‘웨이관’이 단순히 구경이라는 중립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면 ‘츠과’는 무관심의 의미가 더 강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눈팅(댓글을 달지 않고 게시글만 읽는 행위)을 하지 않고 굳이 ‘츠과’라는 댓글을 남기는 것을 보면 이들 츠과족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무척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츠과’는 결국 게시글 내용에 대한 피드백은 아니지만 본인이 이 글을 봤다는 일종의 유쾌한 표식인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사진
대미 투자 시작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간 최대 갈등 요소인 한국의 대미 투자 첫 사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 발표로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다. 미국이 당초 198억 달러였던 사업비를 2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에 대한 막판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김예원 기자 =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8.20 yeawon2@newspim.com ◆대미 투자, 한·미 갈등의 시발점 대미 투자 지연은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대미 투자를 독촉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은 일본의 발빠른 투자 이행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한 일본은 올해 2월에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와 3월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현재 3차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투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합의의 일부분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고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이어졌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추가 투자와 함께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 지연에 따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 협상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만을 교환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안전 보장 등이 포함된 패키지 형식의 합의여서 대미 투자가 안되면 외교 안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시간에 쫓기는 한국 한·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한·미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 전후로 곧장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 재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대미 투자 발표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불편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한다면 한국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간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미 관계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5.10.29 ◆한·미 관계 완전 회복엔 역부족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한·미 관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고 중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적 레토릭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갈등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데다 규모도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투자를 환영면서도 내심으로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대미 투자가 신속히 진행됐더라면 한·미 관계 냉각이나 미국의 각종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시작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호르무즈 파병이나 추가 투자 요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제·산업 부처와 안보 관련 부처가 따로따로 영역을 나눠 미국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전략 조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미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pento@newspim.com 2026-09-16 06:1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