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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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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스위치를 눌렀는데 형광등이 들어오지 않는다. 웬일이지. 갑갑한 마음으로 서성이는 사이 벽면에 아름다운 그림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창이 있었고 주황빛 음영이 직사각형의 네모 안에 은은했다. 예배당 안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가만 바라보는 동안 문장이 꿈틀거렸다.
“정전이 선물한 적요의 동양화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어둑한 성당 내부처럼 변한 내 방. 창 밖의 빗소리는 아주 먼 곳까지 나를 이어줍니다. 종소리가 들려올 것 같습니다.”
마침 보슬비마저 내려 마음이 한껏 아늑해져 고교 친구 단톡방에 평소 안 쓰던 경어체로 띄웠다.
“촛불이라도 켜지 그래?”
한 친구의 다정한 문장이 내 마음의 색채를 살짝 바꿨다.
“촛불도 운치 있겠네. 근데 지금은 벽면의 저 임시 주황빛 창이 너무 아름다워. 종교적이고 묵시적이며 나를 반성케 해. 촛불을 켜면 이 임시 예배당이 사라져.”
여운을 주고는 조용히 경청하는 친구가 고마웠다.
“불을 끄면 밖의 가로등이 그림을 그려주어 성당이 되는 나의 방. 가끔 불을 꺼야겠다.”
어릴 적에 방의 불이 꺼지면 문 밖의 화단이 돌연 상대적인 밝음으로 살아났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장미는 붉은 빛, 사철나무는 초록색, 포도나무의 포도는 검보라색을 띤 정갈함으로 사뭇 드러나는 것이다. 그 풍경이 어른거려 내면의 불마저 끄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나는 한 줄을 더 붙였다.
“경건의 시간을 가끔 갖는 게 좋을 듯 해.”
그것엔 친구가 답글을 보내왔다.
“경건은 자신을 돌아보며 인생을 우주론적으로 사색하는 시간이지.”
신학을 연구한 학자다운 문장이었다,
“맞아. 그리고 경건은 종교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류적이겠지.”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이지만 이런 탈종교적인 발언도 너그럽게 이해해왔기에 편하게 적었다.
“경건은 자신과 만나는 시간. 자신 안의 의외성 내지 신성과 만나는 시간.”
한 문장을 덧붙였다. 의외성이라고 적을 땐 즐거움이 샘솟았다.
굳이 신성으로 환원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무방하지만 종교적인 내음의 그 말로 해석되지 않고 그 바깥의 낯선 빛 같은 것...사람들 누구나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뜻밖의 색다른 감각...종교를 믿든 안 믿든 누구나 경건의 세계를 내면에 지니고 있다고 나는 말한 것이다.
“정전아. 고맙다. 경건을 선물해줘서.”
기분이 상기되어 적은 그 말에도 친구는 말없이 들어 주어 나는 충분히 이해를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그러나 경건의 가치를 선이니 정의니 배려니 하는 인간의 다른 가치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경건은 뭇 종교들 안에서 더욱 깊어졌을 수는 있겠지만 종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을 좋아하는 무신론자가 겨울 설산의 상고대를 바라보며 피어오르는 감각, 꽃을 좋아하는 무신론 소녀가 프리지아 앞을 떠날 줄 모르는 모습엔 경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계가 넘치도록 차 있을 것이다.
경건의 가치를 종교에만 국한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뭇 종교들은 경건을 잘 갈무리하고 비종교의 세계에서도 경건을 풍요롭게 향유하자는 것이다.
생각에 잠기다가 창 밖을 보니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나의 아둔함을 또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벽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니 그 원인으로서 가로등이 켜있는 것이 당연하기에.
동네 전체의 정전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 건물 내의 정전이거나 스위치 고장, 형광등 속의 알전구가 나갔던가 보다.
그 어떤 것이든 고마울뿐이다. 단순한 나의 방이 경건이 배인 성스런 공간으로 바뀌었으니.
그 임시 주황빛 창 앞에 나는 카톡 따윈 신경을 끄고 앉았다. 면벽 수행하듯 오래도록.
저 벽면 그림은 물론 환상이다. 불이 들어오거나 촛불을 켜면 돌연 사라질 것이다.
벽일 뿐이다. 벽들과 시멘트로 채워지고 벽지가 발라진. 문과 창과 더불어 방의 중요 요소인 동시에 문과 창의 존재 근거가 되기도 하는.
그곳에 현묘한 심연이 생기고 그 너머로도 끝없는 깊이의 세계가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저 세계가 무한히 깊어지면 적멸에 이를 것 같았다.

잠을 푹 자고는 다음 날 아침에 밖으로 나갔다. 비는 그쳐 있었다. 가로등 앞에 섰다. 내 방을 경건한 성당으로 만들주고 내 가슴을 성스러움으로 채위주던 것이 이처럼 허접한 물건이라는 사실에 도리어 마음에 뜨듯함이 일었다. 일상의 민낯. 그 자체 역시 새로움이다.
정전이란 말은 전기가 발명된 이후의 신조어일 것이다. 정전은 전기의 이전, 어떤 시대, 그속의 고유성, 시간의 절대성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절대가 성스러움마저 자아내 나를 감싸고 적멸 또한 생각게 하다가 일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지금은 분명히 일상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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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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