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중국 산업

속보

더보기

[중국의 명주] 천년의 향 머금은 30개 성시 30개 중국 술 (하)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시선태백, 옥림천주, 노룡구, 도아하주, 노촌장
장천청과주, 사호춘, 이력특, 황태주, 야도녹귀주

[편집자] 이 기사는 3월 24일 오전 10시3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이지연 기자] 바이주(白酒, 백주), 황주(黃酒) 등 중국에는 수 천년 연륜을 자랑하는 술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도 까마득한 서기전 까마득한 옛날 상(商)나라에서 비롯됐고 뛰어난 시와 문장 역시 술을 빼놓고는 논하기 힘들 정도다. 5000년 중국 역사는 말 그대로 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흔히 술을 가리켜 진심을 끄집어내는 마음의 열쇠라고들 한다. 우리의 취중진담과 비슷한 의미로 중국에도 '주후견진정(酒後見真情)'이라는 말이 있다. 술을 마시면 진심이 드러나 보인다는 뜻이다. 중국인들과의 비즈니스나 사적인 관계를 맺을 때도 적당한 술은 최고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려면 간단하게나마 술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술은 말할 것도 없이 곡물을 주원료로 한 증류주 바이주다. 바이주는 향에 따라 크게 농(濃)향형, 장(醬)향형, 청(淸)향형, 미(米)향형으로 나눌 수 있다.

농향형은 깊고 풍부한 향이 특징이며 뒷맛이 오래 남는다. 쓰촨(四川)성과 장쑤(江蘇)성 일대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바이주 대부분이 농향형이다.

장향형은 무색투명하고 침전물이 없으며 깊은 장향이 특징이다. 마오타이(茅臺)주가 대표적인 장향형에 속하므로 마오(茅)향형으로도 불린다.

청향형은 잡향 없이 깨끗하고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산시(山西)성 펀주(汾酒)가 청향형의 대표로 꼽히기 때문에 펀(汾)향형으로도 불린다.

미향형은 주재료가 쌀이어서 마신 후에 살짝 단맛이 돈다. 혹자는 벌꿀향이 난다고 하여 밀(蜜)향형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바이주 외에도 찹쌀이나 쌀을 주원료로 한 황주, 과실주, 약주 등도 지역에 따라 명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중국은 물론 한국 등 해외에서 까지 유명한 중국의 지역별 명주와 연원, 주요 특징 등을 상, 중, 하에 걸쳐 10개씩 시리즈로 소개한다.

21. 충칭(重慶) 스셴타이바이(詩仙太白, 시선태백)

연원: 1917년 바오녠룽(鮑念榮)이 당시 400년 역사를 지닌 루저우(瀘州) 원융성(溫永盛) 양조장의 진흙과 술밑을 구입한 뒤 당나라 때부터 전해진 오래된 양조법을 결합해 충칭 동북부 완저우(萬州)에 양조장을 세움.

시선태백. <사진=바이두>

스셴타이바이가 탄생한 완저우는 장강삼협(長江三峽)에 위치한 도시로, 당나라 시선(詩仙) 이태백(701~762)이 간간이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둔 곳으로 유명하다. 이태백은 특히 완저우의 대곡주(大曲酒)를 즐겨 마셨다고 하는데, 스셴타이바이는 바로 이태백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이다.

향이 깊고 풍부한 농향형 바이주에 속하며, 장강삼협 댐 근처의 질 좋은 붉은 수수, 쌀, 찹쌀, 옥수수, 밀을 원료로 사용한다. 1959년 국경절 10주년 당시 국빈용 술로 추천되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각 지역별 취향에 따라 알코올 도수와 포장이 미묘하게 다른 게 특징이다.

다만 생산업체가 바이주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작년부터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작년 3월 기준 스셴타이바이주업그룹의 총 자산은 8억3662만위안을 기록했으나 부채액은 이의 두 배보다도 많은 19억위안 정도에 육박했다. 2015년의 경우 1억6300만위안(약 266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순이익은 마이너스(-) 2억3000만위안을 기록했다.

22. 윈난(雲南) 위린취안주(玉林泉酒, 옥림천주)

연원: 청나라 중엽 주조사 두 명이 아산(峨山)현 옥림천 근처에서 미생물이 번식하기 적합한 터를 발견해 이곳에 양조장을 세움.

옥림천주. <사진=바이두>

윈난성 위시(玉溪)시 아산이족(峨山彜族)자치현의 특산물로, 사계절 내내 따뜻한 봄 날씨에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어우러져 품질이 뛰어난 위린취안주가 탄생했다.

1977년 위린취안주 양조장이 정식 설립되며 수백년간 근처에 흩어져 전해오던 양조법들을 통합했다. 이후 2005년 9월 태국 TCC그룹에 인수 합병되며 중국 바이주 업계 최초의 외자독자기업이 탄생했다. 2009년 5월에는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했다.

위린취안주는 산뜻한 청향형 바이주에 속하며, 윈난성 전통 소곡소관(小曲小罐) 발효 공정을 고수해 부드러우면서 깨끗한 단맛이 특징이다. 2006년 11월 윈난성에서는 유일하게 중국 상무부 ‘중국명주’ 추천 브랜드에 꼽혔다.

23. 랴오닝(遼寧) 라오룽커우(老龍口, 노룡구)

연원: 청나라 때인 1662년 산시(山西)성 자산가 맹자경(孟子敬)이 선양(沈陽) 소동문(小東門) 근처에 노룡구 양조장을 세운 뒤 의융천(義隆泉) 소과(燒鍋)라는 이름을 붙임. 소과가 위치한 곳이 용성의 입구(龍城之口)인 관계로 이곳에서 양조한 바이주를 ‘노룡구’라고 일컬음.

노룡구. <사진=바이두>

랴오닝성 선양시의 특산물로, 이곳의 술 저장고는 청나라 초기부터 지금까지 쭉 사용돼 곰팡이균, 효모균 등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많이 살고 있다. 청나라 강희제, 용정제, 건륭제, 가청제, 도광제 다섯 황제에게 진상돼 ‘대청공주(大淸貢酒)’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처음 마실땐 맛이 진하고 뒷 끝은 장(醬)향이 감도는 특유의 그윽한 맛이 특징으로, 수심 100미터가 넘는 오래된 우물에서 퍼 올린 물로 수백년간 술을 빚고 있다. 이 우물은 용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용담수(龍潭水)’라고 불리며 풍부한 영양소를 담고 있다.

1949년 3월 선양특별시정부 전매국이 만융천(의융천) 소과를 인수한 뒤 국유기업이 됐으며, 2000년 10월에는 싱가포르 T&C 기업과 선양톈장라오룽커우(沈陽天江老龍口)양조유한공사를 설립해 중국 바이주 업계 최초의 합자회사가 탄생했다.

24. 지린(吉林) 타오얼허주(洮兒河酒, 도아하주)

연원: 1924년 항일 애국장교 완푸린(萬福麟)이 타오얼허주 양조장의 전신인 복풍달 소과(福豐達燒鍋)를 세움.

도아하주. <사진=바이두>

중국 동북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수수와 타오얼허 유역 180미터 깊이의 지하수로 빚어 그윽한 향과 함께 입안에 감도는 잔향이 일품인 바이주다. 1963년 지린성 4대 명주에 꼽혔으며, 파리만국박람회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요식, 양조, 무역 등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홍콩 진푸(金福)그룹이 1999년부터 타오얼허주 양조장을 현대화시키면서 타오얼허주 브랜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생물 전문가,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주조사를 적극 영입해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큰 진전을 이뤘다.  

중국 웹영화 ‘사평청년(四平靑年)’에도 타오얼허주가 수 차례 언급된다. 주인공 세 사람은 타오얼허주를 마신 뒤 “좋다, 마셔도 머리가 안 아프니 정말 보기 드문 좋은 술이네”라고 말한다. 2012년 방영된 사평청년은 당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타오얼허주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

25. 헤이룽장(黑龍江) 라오춘장(老村長, 노촌장)

연원: 2001년 라오춘장주업 설립. 전신은 솽청(雙城) 양조장.

노촌장. <사진=바이두>

중국 동북 지역 저가 바이주 가운데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농향형 바이주에 속하는 라오춘장은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마신 후 두통이 없는 데다 입안이 마르지 않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주원료는 붉은 수수, 찹쌀, 쌀, 밀, 옥수수다. 1억만년 전 식물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흑토에서 자란 곡식을 사용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우수한 빙설암 물로 술을 빚는다.

라오춘장 본사는 헤이룽장성 솽청(雙城)시에 위치하며 중국식품공업협회로부터 우수 바이주 인증을 받았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비싼 라인에 속하는 라오춘장 러샹(樂香) 45도 500ml가 48위안(약 8000원) 정도다.

26. 티베트자치구 짱취안칭커주(藏泉靑稞酒, 장천청과주)

연원: 2000년 티베트짱취안주업(西藏藏泉酒業) 설립.

장천청과주. <사진=바이두>

해발 4800미터 빙하수와 3500미터 이상에서 재배한 청보리로 빚은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술이다. 중국에선 유일하게 전문적으로 생산되는 농향형 칭커(청보리) 바이주로, 티베트 자치구 출범 40주년 기념식 공식 술, 티베트 자치구 및 라싸시 인민정부 접대용 술, 티베트 인민해방군 접대용 술로 지정될 만큼 현지에서 높은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

티베트짱취안주업은 산하에 칭커주를 생산하는 티베트짱취안완둔칭커주 양조장 외에도 티베트짱취안관광발전유한공사, 라싸짱취안온천호텔(4성급)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며 나름대로 탄탄한 사업망을 자랑한다.

본사는 티베트 라싸에 위치하며 연간 수출액은 1000만~5000만위안 수준이다. 티베트에서 가장 많은 바이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티베트 유명 상표, 티베트 명품 제품, 티베트 3A급 기업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4년 11월에는 라싸시정부 중점 지원 농목 산업화 대표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27.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사후춘(沙湖春, 사호춘)

연원: 전신인 눙컨첸진(農墾前進) 양조장이 1957년에 설립됨.

사호춘. <사진=바이두>

닝샤 인촨(銀川)시의 특산물로, 샘물, 수수, 쌀, 찹쌀, 옥수수, 밀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사후춘 생산업체는 깨끗한 싸이상(塞上) 평원에 60만제곱미터가 넘는 붉은 수수 재배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수확한 수수는 중국 국가 표준보다 우수한 전분 함량과 수분을 자랑한다. 물은 허란(賀蘭)산의 맑고 깨끗한 샘물을 사용해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아울러 닝샤에서 최대 규모(7540만톤)의 술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바이주 생산량은 5000만톤에 달한다. 닝샤에서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사후춘 바이주는 1983년 8년 연속으로 닝샤후이족자치구 우수 제품에 선정됐으며, 2006년에는 닝샤 명품 제품으로 지정됐다. 현지 인민정부의 공식 접대용 술이기도 하다.

독특한 발효, 양조 과정이 차별화 포인트다. 자체 고안한 ‘일장(一長), 이고(二高), 삼적당(三適當)’ 공정법은 발효 기간은 길게(27~40일), 산성도와 전분 함량은 높게, 수분, 온도, 곡피는 적당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공정법으로 사후춘의 묵직한 바디감 및 절묘한 향과 맛이 탄생했다.

28.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이리터(伊力特, 이력특)

연원: 전신인 신장이리(新疆伊犁) 양조장이 1956년 설립됨.

이력특곡. <사진=바이두>

자타공인 신장 최고의 술 ‘이리(伊力)’ 바이주 시리즈는 이리(伊犁) 하곡의 질 좋은 수수, 밀, 쌀, 옥수수, 완두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중국 안팎에서 50개가 넘는 명주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수년 연속 중국소비자보호기금회와 소비자협회가 선정한 믿을 수 있는 제품에 꼽히기도 했다.

이리터 시리즈는 터취(特曲), 라오자오(老窖), 다취(大曲) 등 100종이 넘는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이리터 터취(특곡)는 ‘신장의 마오타이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순하고 부드러운 맛과 함께 그윽한 향을 자랑한다.

1999년 9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종목코드: 600197.SH)했다. 2016년 3분기 기준 차이나라이프, JP모건, 건설은행 등 유력 기관들이 10대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5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6억3800만위안(약 2675억원), 2억8200만위안(약 460억원)을 기록했다.

29. 간쑤(甘肅) 황타이주(皇臺酒, 황태주)

연원: 1985년 설립된 간쑤황타이주업(甘肅皇臺酒業)이 2000년 전 서역의 술 양조법을 계승.

황태주. <사진=바이두>

“남쪽에 마오타이가 있다면, 북쪽에는 황타이가 있다”

최상급 수수로 만든 농향형 바이주로서 토굴의 그윽한 향과 감미로운 목넘김, 입에 감도는 잔향이 일품이다. 세계명주 증서를 획득할 정도로 중국 안팎에서 그 품질을 인정 받았다.

당 고조 이연이 북량(北涼, 397년 ~ 439년)의 왕후였던 윤(尹)씨를 기리기 위해 그녀가 기거한 양주(涼州) 두융대(竇融臺)를 윤부인대로 명칭을 바꾸고 ‘윤대사’라는 사원을 세웠다. 이후 후인들이 윤부인대를 ‘황낭낭대(皇娘娘臺)’, ‘황낭대(皇娘臺)’, ‘황대(皇臺)’로 부르면서 이 지역의 술을 황타이주라고 일컬었다.

공산당 총서기였던 장쩌민(江澤民)은 황타이주를 맛본 뒤 “이 술 정말 괜찮군!”이라며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황타이주는 유독 마니아층이 견고한데, 임종을 앞둔 한 노인이 자식들에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내 무덤에 황타이주만 뿌려다오”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30. 하이난(海南) 예다오루구이주(椰島鹿龜酒, 야도녹귀주)

연원: 원나라(1326년) 팔진탕(八珍湯)과 명나라(1569년) 녹귀이선교(龜鹿二仙膠) 조제법을 적절히 배합해 예다오루구이주를 탄생시킴. 생산업체 하이난예다오(海南椰島)는 1993년 3월 설립.

야도녹귀주. <사진=바이두>

“북쪽에 호골주(虎骨酒)가 있다면, 남쪽엔 루구이주가 있다”

중국에서 최고의 건강주로 손꼽히는 약주로, 한 현지 조사에 따르면 건강주 업계에서 7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루구이주에 들어가는 사슴과 거북이는 상서로움의 상징이며 체질을 강하게 하고 류머티즘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다오루구이주는 하이난성의 라오쯔하오(老字號,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로, 건강주로서는 최초로 양조법이 하이난성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995년에는 미국의 한 회사가 예다오루구이주의 뛰어난 건강 효과에 주목하며 당시 1억2000만위안이라는 거금을 들여 조주법과 생산권을 매입하려 했으나 하이난예다오는 “중국 민족의 소중한 무형 자산을 팔 수 없다”며 매입 제안을 거절했다.

2011년 중국주류유통협회로부터 약 56억위안(약 9148억원)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약주 분야 1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2년에도 브랜드 가치가 약 71억위안(약 1조1598억원)으로 뛰어오르며 약주 분야 최강자 자리를 고수했다.

2000년 상하이 증시에 상장(종목코드: 600238.SH)했다. 2017년 3월 23일 기준 하이난예다오(海南椰島)의 유통 시가총액은 53억1000만위안(약 8670억원)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사진
[단독] 北 핵심인사 일가족 중국서 탈북했다고?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고위층 일가족이 중국 체류 중 우리 관계기관에 탈북·망명을 요청해 국내에 무사히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정보 관계자는 15일 뉴스핌에 "중국에서 대표부 대표급으로 일해온 노동당 핵심 인사가 지난 7월 망명을 요청해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면서 "현재 국가정보원의 보호 아래 합동신문과 국내 정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중국에 체류해온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의 일가족이 지난 7월 탈북 망명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사진은 북한 고위층 일가족의 한국행을 AI를 이용해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AI생성] 2026.09.15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확인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노동당 대외 관련 핵심 부서의 간부급으로 중국으로 파견돼 일해온 이 인사는 부인은 물론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체류 고위급 북한 인사의 탈북·망명과 수용 조치가 확인된 건 이번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탈북·망명 동기와 관련해 이 인사는 한국과 서방국가의 자유로움과 발전상을 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적인 행태에 실망했고, 특히 어린 자녀의 미래를 위해 평양 귀환을 하지 않고 서울행을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망명해 온 인사가 동북 3성 지역의 북한 공작 핵심 거점 도시에서 일해온 만큼 최근 북한의 대남 관련 동향이나 북중 관계 정보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대남적대 노선 노골화 이후 북한의 대남 전략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인사의 탈북과 국내 입국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중국 당국의 협조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지난 6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 참석한 조용원(앞줄 왼쪽)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비롯한 핵심 간부와 가족들이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행사장 대형 화면에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딸 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2026.09.15 yjlee@newspim.com 해외 근무 북한 외교관이나 대표부 요원, 파견 근로자의 한국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태영호 영국 주재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했고, 조성길 이탈리아 대리대사(2018년), 류현우 쿠웨이트 대리대사(2019년), 리일규 쿠바 주재 대사관 참사(2023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체류 국가나 신상을 밝히기 어려운 고위급 인사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 2026-09-15 10:3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