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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북유럽의 애잔한 멜로디 솔베이지 송, 에드바르트 그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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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20)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베르겐 외곽에 '트롤하우겐 (Troldhaugen)'이라는 호젓하면서 아름다운 명소가 있다. 이곳은 그리그가 오랫동안 살았던 집으로 지금은 기념박물관이 되어 있다. 그리그는 여기서 소프라노 가수로 활동했던 아내 니나와 함께 1885년부터 22년 동안 살았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숲속 요정 트롤이 사는 언덕’이란 뜻을 지닌 트롤하우겐에는 그리그의 유품으로 가득하다.

노르웨이의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에드바르트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 1843~1907)는 베르겐에서 출생하였다. 그리그는 한 시대를 함께 풍미했던 차이콥스키나 드보르자크처럼 선이 굵은 작곡가는 아니지만 섬세한 서정시 같은 음악을 작곡했다. 오페라나 교향곡은 한 곡도 완성하지 못했지만, 오늘날 노르웨이에서는 극작가인 입센과 비견될 정도로 유명한 민족주의 음악가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는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그는 15세 때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원에 유학했다. 거기서 당시 클라라 슈만이 연주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도 들었고 바그너의 《탄호이저》도 여러 번 보았다. 1867년 사촌 누이동생 니나 하게루프와 결혼했는데, 성악가이던 그녀는 그리그의 가곡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설가가 되었다. 그리그는 1865~66년과 1869~70년에 걸쳐 로마에서 겨울을 보냈는데, 거기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에 열광적 찬사를 보낸 리스트와 입센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향후 그리그가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그 음악의 특징은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그의 예술의 발자취가 그의 가곡에 잘 나타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리그 생애의 거의 모든 시기에 걸쳐 계속해서 가곡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가곡 다음으로 피아노소곡이 많고 관현악곡 분야에서는 단연 《페르귄트》가 압권이다. 둘째는 그의 음악에는 북구의 서정성과 애잔함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를 ‘북구의 쇼팽’이라고도 한다.

그리그는 31세 되던 해인 1874년 당시 이미 대작가로 명성이 나있던 입센으로부터 명작 시극 《페르귄트(Peer Gynt)》를 위한 극음악을 의뢰받는다. 그리그는 입센의 부탁을 받고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요청받은 희곡이 자신의 작곡 스타일에 맞지 않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당시 입센과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한 명의 노르웨이 극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비외르손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입센과 비외른손은 지금까지도 노르웨이가 국가적으로 숭앙하는, 그야말로 노르웨이의 근대 문학 내지 근대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자리한 국립극장 왼편에는 입센의 동상이, 오른편에는 비외른손의 동상이 서 있다.
입센과 비외른손은 라이벌 관계였다. 공교롭게도 나중에 입센의 아들과 비외른손의 딸이 결혼을 하면서 두 사람은 사돈관계가 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앙숙지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그리그는 비외른손과 함께 오페라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입센으로 부터 자신의 희곡 《페르귄트》를 위해 음악을 작곡해 달라는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그리그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낳은 위대한 극작가 헨릭 입센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입센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자 비외른손은 불같이 화를 내었고, 그날 이후 비외른손은 그리그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려 버렸다고 한다.

그리그가 만년을 보낸 베르겐의 트롤하우겐 (Troldhaugen) <사진=이철환>

헨릭 입센이 노르웨이 민속설화를 소재로 해서 쓴 《페르귄트》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파우스트》와 일맥상통하는 줄거리 때문에 흔히 ‘노르웨이의 파우스트’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페르귄트의 환상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페르귄트는 부농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아버지가 재산을 낭비하고 몰락해 버렸기 때문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과부가 된 어머니 오제와 함께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페르귄트는 대단히 게으른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미래에는 자신이 잘 될 것이라 큰소리치며 꿈을 꾸는 몽상가이자 방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페르귄트에게는 이미 사랑을 맹세한 아름다운 여인 솔베이그(Solveig, 영어식 표기로는 솔베이지)가 있었지만, 남의 결혼식장에서 신부 잉그리드를 납치해 산으로 도망친다. 또 산 속에서는 마왕의 딸에게 반해 유희를 즐기다가 마왕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솔베이그와 함께 살면서도 여전히 몽상과 모험을 꿈꾸다가, 결국 솔베이그를 남겨 둔 채 배를 타고 머나먼 곳으로 떠난다. 모로코와 아라비아의 사막을 떠돌며 사기를 치고 예언자 행세를 하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을 발견해 엄청난 부자가 된다.
하지만 금은보화를 싣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길에, 노르웨이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거대한 풍랑을 만나 결국 알거지가 되고 만다.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노쇠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고향 산중의 오막살이에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변한 솔베이그가 페르귄트의 귀향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페르귄트는 그를 향한 사랑만으로 긴 세월을 기다려온 여인 솔베이그의 품에 안겨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극음악으로 만든 이 《페르귄트》는 나중에 그리그의 대표작이 된다. 다섯 개의 전주곡을 포함하여 행진곡, 무곡, 독창곡, 합창곡 등 전체가 23곡이다. 이 작품이 초연된 후 그리그는 이 극음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뽑아 연주회용으로 각 4곡으로 된 2개의 관현악 모음곡을 만들었다. 제1모음곡은 ‘아침의 기분’, ‘오제의 춤’, ‘아니트라의 춤’, ‘숲속 마왕의 궁전’ 등이다. 제 2모음곡은 ‘신부의 약탈’, ‘잉그리드의 탄식’, ‘아라비아의 춤’, ‘페르귄트의 귀향’, ‘솔베이그의 노래’ 등이다. ‘솔베이그의 노래(Solveigs Lied)’는 《페르귄트》 전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곡이다. 페르귄트의 귀향을 애타게 기다리는 솔베이그의 심정을 노래한 이 멜로디는 이 극에서 세 번 나온다.
‘아침의 기분’과 ‘오제의 춤’도 별도로 자주 연주되는 인기곡이다. ‘아침의 기분’은 전주곡으로 조용한 새벽빛이 떠오르는 모로코 해안의 아침을 목가 풍으로 묘사했다. 이 아름다운 아침의 정경은 한 폭의 그림같이 전개된다. 두 번째 곡 ‘오제의 죽음’은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에 의해 저격되어 사망한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장례식 때 장송곡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고대하노라 늘 고대하노라.

아! 그 풍성한 복을 참 많이 받고 참 많이 받고/
오! 우리 하느님 늘 보호하소서 늘 보호하소서/
쓸쓸하게 홀로 늘 고대함 그 몇 해인가/
아! 나는 그리워라 널 찾아가노라. 널 찾아가노라.

그리그는 1867년 니나와 결혼한다. 니나는 그리그에게 평생 동안 내조를 아끼지 않은 아내였고 정다운 반려자였다. 그녀는 뛰어난 성악가였다. 그녀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항상 남편인 그리그가 반주를 맡았다. 그녀는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서 남편인 그리그의 작품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그리그의 가곡을 직접 불러 그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데도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트롤하우겐에 그들의 집을 짓게 된 것 또한 니나의 제안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그의 평생소원은 두 가지였다고 한다. 자식을 많이 낳아 정원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과 조국의 독립을 보는 것이었다. 조국 독립이라는 소원은 이루었지만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은 결국 보지 못했다. 둘 사이에는 크리스티나란 이름을 가진 딸이 하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두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고 그 이후로도 자식을 얻지 못했다. 그리그의 초상화나 사진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아마도 자식을 잃은 아픔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하게 한다.

그리그는 만년의 약 10년간은 학생 때 앓은 폐병이 재발하여 어두운 나날을 보내야 했고, 64세가 되던 1907년 그의 출생지인 베르겐에서 사망했다. 유해는 화장되어 만년의 거처지인 트롤하우겐의 벼랑에 묻혔다. 미망인 니나도 1935년 사망하였는데, 남편인 그리그의 무덤에 합장되었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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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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