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중국 정책

속보

더보기

코로나19로 흔들렸던 시진핑 리더십, 한국 사태 난국 돌파 기회 제공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해외 발원설' 앞세워 중국 책임 발뺌
신천지 발원설, 미국 발원설 등장
시진핑 찬양 여론몰이로 집권 공고화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책임 추궁에 직면했던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한국 등 외국의 전염병 확산 사태로 난국 돌파의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 코로나19 중국 책임없다...중국 여론 정부에 호의적으로 바뀌어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응 실패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 산업 분야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중국 내부에서 정부의 무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전염병 사태가 진정 양상을 보이고, 한국·이탈리아 등 외국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중국 정부가 일종의 '면죄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중국 현지 매체는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연일 중국 정부의 효과적인 방역 대응 성과를 홍보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 및 매체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며 언론 통제에 나서고 있다. 1일 중국 국가 인터넷 정보 판공실은 '인터넷 정보 콘텐츠 생태 관리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뉴스 정보 생산자들이 절대 생산해서는 안되는 11가지 '악성 콘텐츠'를 제시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부당한 논평과 경제 심각성을 부각하는 보도를 삼가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을 향한 전 세계의 따가운 눈초리를 다른 나라로 돌리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전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의 입과 매체 보도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해외 발원설'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가 아닌 다른 나라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는 이 같은 발언과 유사한 논조를 담은 칼럼과 뉴스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매체는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한국이 중국 정부의 대응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훈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장은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느리다고 비판하며 한국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내용의 글을 수차례 발표했다. 또 다른 매체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대에 중국의 책임이 없다며, 중국이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진르터우탸오는 코로나19는 자연재해로, 중국의 훌륭한 대처와 우한 시민들의 희생으로 더 큰 참사를 막았다고 자화자찬했다.

최근 중국 내부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어졌던 정부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의 심각한 상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중국에 온 한국인을 과도하게 격리하는 등의 '제스처'가 자국민의 관심사를 외국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전략은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네티즌들의 한국 조롱 댓글이 늘어나고, 전세계의 불편한 시선은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바뀌고 있고, 전세계의 빗장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을 향해 걸리고 있다.

[광저우 중신사=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지난 2월 27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해외 발원론'을 제기한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의 모습.

◆ '0호 감염자'는 해외에서? 중국 발원설 부정 

중국 관영매체들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와 논평 등을 소개하며 '해외 발원설' 힘 싣기에 나섰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 신천지가 중국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신천지 발원설에 이어 미국 발원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여론에 불씨가 지펴진 것은 중국에서 호흡기 질병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한 전문가의 발언이 나오고 나서부터다. 그는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단, 임상 치료, 백신 연구 등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만큼, 그의 발언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는 지난 2월 27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가 처음 출현한 곳은 중국이지만, 발원지는 반드시 중국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처음에 해외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해외 상황이 바뀐 만큼 다르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을 지정하지 않았지만, 현지 여러 매체는 중 원사의 발언과 함께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의 바이러스 사태를 보도하며 전세계의 시선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은 다른 나라가 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영웅 심리까지 과시하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입장을 전환한 모습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관영 웨이보(微博)를 통해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의 의미는 '0호 감염자'가 해외에서 발생한 뒤 중국으로 확산된 것이라는 의미인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과학적인 관점에서 '최초 발견'과 '발원'은 같은 선에서 논할 수 없는 내용이며, 바이러스의 근원을 알아내야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한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 화난(華南) 수산시장.

이같은 분위기 속에 현지 매체는 과거에 발표된 각종 연구자료를 재소개하며 '중국 발원설' 부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지 여러 매체는 중국과학원 시솽반나(西雙版納) 열대식물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며 "12개 국가 93명의 환자 샘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유전체를 조사한 결과 일부 환자의 샘플은 우한 화난(華南) 수산시장과 전혀 무관했다"면서 "바이러스가 다른 곳에서 화난시장으로 들어와 시장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우한(武漢)대학 의학부 바이러스 연구소 양잔추(楊占秋) 부소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시에 여러 발원지에서 생겨났을 수 있다"면서 "다른 동물, 다른 사람, 다른 지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현재 발원지가 어디라고 말할 충분한 근거는 없다"면서도 미국에서 발생해 중국으로 감염이 확산됐다는 미국 발원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지목되고 있는 천산갑은 중국이 주장하는 해외 발원론에 힘을 싣기 위한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펑파이신문(澎湃新聞)은 '신형코로나는 중국에서 발생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중 원사의 발언을 전하면서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추정되고 있는 천산갑의 경우 중국이 아닌, 말레이시아에 서식하는 천산갑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에 서식하는 천산갑의 바이러스 수용체 아미노산 배열이 코로나19와 97.4%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시 주석은 3월 3일 중국 군사의학연구원과 칭화(淸華)대학 의학원을 잇달아 방문해 연구진에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당부하면서 "종합적인 계획 하에 바이러스의 근원과 전파 경로를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중국 책임론' 부정 여론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중국 공산당 신문망 홈페이지] 배상희 기자 = 3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진에게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 '중국 책임론'을 '중국 찬양론'으로...장기집권 기회 잡아 

중국은 해외 발원설을 제기하는 동시에, 중국 당국의 방역 성과를 연일 보도하고 비판 뉴스 생산은 차단하는 등 언론 통제에 나섰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는 바이러스 현장을 방문해 진두지휘하는 시 주석의 방역 행보를 집중 보도하는가 하면, 해외 발원론을 제기한 중 원사를 '백의 전사'라 칭송하는 기사까지 올리고 있다.   

더 나아가 시 주석의 전염병 대응 정책을 찬양하기 위한 서적도 등장했다.

'대국과 전염병의 전쟁(大國戰疫)'이라는 제목의 이 서적은 200여만자에 이르는 주류 매체의 보도를 엄선해 편집한 것으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중국의 다양한 행보를 소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 서적은 인민을 위한 시 주석의 마음과 탁월한 리더십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은 본래 중국어 외에도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5개 외국어로 번역돼 출판될 예정이었으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책을 편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받으며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해외발원론'을 앞세워 다른 국가로 책임을 전가하는 중국의 행동을 지켜보는 해외의 시선은 곱지 않다.  

천정밍(陳錚鳴) 영국 옥스포드 대학 전염병학 전문 교수는 중 원사의 발언과 관련해 "중난산 원사의 발언에 찬성할 수 없다"면서 "과학적 증거가 없는 만큼, 일종의 음모론 유언비어만 조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헛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는 만큼, 언론 매체와 과학자들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발언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위마니테(l'Humanite)는 "바이러스 확산 및 정보 공개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중국 당국을 향한 비난 여론이 일자, 중국 당국은 '바이러스 여론' 통제에 나섰다"면서 "위기라는 말은 위험 또는 기회를 의미하며, 중국 지도부는 바이러스 발병 초기에 무능한 대응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곧 장기 집권의 기회를 잡게 됐다"고 평했다.

pxx1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