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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온공주의 혼례복에는 왜 모란이 수놓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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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부터 제례까지 함께 한 꽃, 모란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특별전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복온(福溫)공주는 조선 23대 임금 순조(1790-1834)의 둘째딸이다. 순조 18년(1818)에 태어난 복온공주는 순조 30년(1830) 10월 16일 안동김씨 문중의 공조참판 김연근(金淵根)의 외아들 병주(炳疇)와 혼인했다. 복온공주는 유년시절부터 총명하고 영특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으나 몸이 허약했는데, 혼인한 지 불과 2년만인 1832년 1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복온공주의 유품으로는 활옷, 치마, 앞치마, 수방석(수를 놓은 방석)의 4점이 있다. 활옷은 공주와 옹주의 대례복(大禮服), 즉 혼인할 때 입었던 예복을 말한다. 활옷은 조선시대 복식 중 유일하게 복식 전체를 자수로 가득 채운 자수복식으로, 한국 전통복식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옷이다. 활옷은 왕가의 혼인 때 왕비와 시녀, 유모도 예복으로 착용했다. 또한 일반 서민도 혼례 당일에는 착용이 허용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복온공주의 혼례용 복식인 활옷. 주인과 연대가 확실한 유일한 활옷이다.

솜씨 좋은 수방(繡房) 나인들에 의해 제작된 궁중 활옷은 아름다운 격식과 기술적 정교함을 특징으로 하여, 궁중 화원(畵員)에 의해 그려져서 전체 도안이 매우 치밀하고 일정한 도식적 양식이 지켜지고 있다. 색상 또한 귀한 예복의 색으로 여겼던 홍색을 사용한다. 활옷의 표면을 장식하는 자수무늬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규정하는 온갖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신랑·신부가 자식을 많이 낳아 행복한 가족을 이루고, 오랫동안 부부가 해로하며, 많은 복을 누리며 살기를 바라는 인간 본연의 원색적 소망들을 아름다운 자수무늬에 담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활옷은 신부의 새로운 삶에 축복을 기원하는 부적과도 같은 옷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궁중 활옷은 복온공주의 것과 창덕궁에서 전해 내려오는 것 딱 두 점밖에 없었다. 게다가 복온공주의 활옷은 그 주인과 연대가 명확한 유일한 유품으로, 당시 왕가의 활옷이 가지는 상징성을 모두 드러내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반면, 해외에는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독일 등의 박물관이 조선의 활옷을 소장하고 있다. 조선이 서구에 문호를 개방했던 1920년대 근대 초기 아름다운 자수복식이자 혼례복인 활옷을 해외 수집가들이 수집했기 때문이다.

복온공주의 활옷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문양으로 화초류에는 모란과 연꽃, 국화, 패랭이꽃(석죽화), 석류, 매화, 불로초, 불수(佛手)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모란은 '국색천향(國色天香)'이라 하여 부귀와 아름다운 여자를 상징하였으므로, 공주의 활옷에도 들어간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제껏 모란 문양은 그 중요성에 비해 상징적 의미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모란이 꽃 중의 왕(花王)으로 지칭되었고, 임금에 견주어 일컬을만한 훌륭한 자태에다 부와 귀까지 갖춘 존재라 하여 부귀화(富貴花)라고 불렸기 때문에, 부귀가 깃들기를 빈다는 부적과 같은 주술적 역할을 하는 그림으로써의 모란도가 많이 그려지고 양반 집안에 많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란 문양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그동안 상당히 빈약했다 할 수 있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인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상징하는 의미로서의 모란만 주목했기 때문에, 모란이 흉례(凶禮)에도 다양하게 사용됐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7일부터 열리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 '안녕安寧, 모란'을 기획한 김충배 홍보과장은 "모란 문양이 인생의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시절의 부귀영화만 나타낸 것이 아니라, 장례나 제사 등의 흉사에도 널리 쓰였다는 것은 사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흉례에 사용된 병풍 중에는 모란도 병풍의 비중이 가장 컸다는 점도 그동안 묻혀졌던 사실이다. 왕이 죽어 땅에 묻히고 삼년상을 치른 후 종묘에 묘셔질 때까지 각 절차마다 왕의 시신과 혼이 자리하는 곳에는 언제나 모란도 병풍을 둘렀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녕, 모란' 특별전시회에서 모란도 병풍을 관람중인 관객들.

 

그럼 이런 흉례 때의 모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왕실의 흉례는 국가의 가장 큰 슬픔인 동시에 선왕이 나라를 보살피는 조상신이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또한 선왕의 권위를 그대로 재현해 내세에서도 풍요롭기를 기원하는 행위였다. 그러한 의례의 과정에 놓여 공간의 위엄을 높인 모란에는 고인이 된 왕의 시신과 혼을 공경하는 마음, 조상신이 된 국왕이 나라를 안녕히 굽어 살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모란은 병풍뿐만 아니라, 흉례의 각 절차에 다양한 방식으로 장식되었다. 흉례 중에는 왕의 시신과 혼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제사를 지내는데, 혼을 모시는 의자인 교의(交倚) 중앙에 모란을 크게 새겼다. 아울러 시신을 능으로 모시는 행차에는 시신과 함께 매장할 물품을 운반하는 가마인 채여(彩轝)도 포함되었는데, 채여의 네 면 가득히 모란이 그려졌다.

왕이 사망했을 때 혼백을 모시는 교의. 중앙에 모란 무늬가 새겨져 있다.

 

칠궁(七宮)같은 왕실 사당, 선원전(璿源殿) 등 선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지내는 건물의 곳곳, 왕릉을 보호하기 위해 주위에 두르는 병풍석, 불을 밝혀 왕조의 영원을 기원한 장명등(長明燈) 등의 꾸밈에도 모란이 주된 무늬로 쓰였다. 그러니 모란이야말로 인생의 길흉화복에 총체적으로 쓰였던 대표적 문양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화고 모란 꽃은 모란의 이름처럼 흔하지 않다. 모란은 자생하지 못하고 누군가 심어야만 자란다. 그러니 모란 꽃은 귀하다. 보기가 힘들다.

영랑 김윤식에게도 모란 꽃은 귀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 꽃이 피어있는 기간은 4월의 짧은 순간이다. 우리네 인생처럼 속절없이 피었다 금방 지고, 천지에 자취가 없어진다. 그리하여 보람도 없이 서운하게 무너진다. 어쩌면 모란은 화양연화보다 삶의 마지막에 가장 어울리는 꽃일 수도 있다.

 

이조 백자의 각종 그릇에 다양하게 들어간 모란 무늬들.

마지막으로 모란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사실 하나 바로 잡자. 바로 선덕여왕 일화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선덕여왕의 공주 시절 일화가 이렇게 전한다.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꽃 그림을 보고 선덕여왕이 "꽃은 비록 고우나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씨앗을 심어 본즉 과연 향기가 없었다. 이에 선덕여왕의 영민함을 모두가 탄복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모란 꽃에 향기가 없다는 것은 전혀 잘못된 사실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에는 모란 향에 대한 많은 시가가 있다. 김충배 홍보과장도 "모란 꽃에 향이 없다는 선덕여왕 이야기는 전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당나라에서 보낸 모란도에는 왜 벌·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았을까?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모란꽃에 나비를 같이 그리지 않는 법식이 있었다. 모란 그림에 나비를 그려 넣게 되면 모란꽃은 부귀, 나비는 질수(耋壽, 80세)를 뜻하여  부귀질수, 즉 80세까지만 부귀를 누리기를 기원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나비를 그려 넣는 것이 오히려 영원한 부귀를 제한하는 의미로써, 그리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선덕여왕은 아마 이러한 독화법(讀畵法)의 원리를 몰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안녕, 모란' 특별전은 다채로운 디지털 영상 아트로 젊은 층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모란이 실제 피어있는 모습의 정원을 설치해놓았는데, 이 정원에 들어서면 모란 향이 가득히 풍긴다. 그 향은 정말 황홀한 색감을 불러온다. 이 향은 이번 전시를 위해 창덕궁 낙선재의 모란 꽃에서 직접 채집한 것이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열린다.

sollan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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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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