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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람보, 블랙호크 다운 그리고 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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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은 강대국의 무덤' 입증... 영국, 소련 이어 미국 패퇴
중국은 이 무덤에 뛰어드는 '제4의 나라'가 될 것인가
탈레반 공식 인정한 중국과 미국의 갈등 더 첨예화 될듯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결국 람보는 없었다. 우리의 광복절 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탈레반에 의해 함락됐고, 탈레반 대변인은 "전쟁은 끝났다"고 승리를 선포했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는 차 4대를 가득 채울 만큼의 현금을 챙겨 누구보다 빨리 도망쳤다. 활주로에는 너무 많아서 헬기에 싣지 못한 돈다발이 남겨졌다. 8월 2일만해도 "6개월 이내에 나라의 상황이 바뀌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 쳤던 그는 뒤늦게 페이스북에 성명을 올려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람보 3>는 1988년 나온 영화다. 이 영화의 무대는 아프가니스탄이다. 이 영화에서 아프간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무자헤딘' 반군들은 미국이 제공한 로켓포와 무기를 들고 소련 군인들과 싸운다. 람보 역시 이들의 도움을 얻어 임무를 완수한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출발점은 소련의 아프간 점령이었다. 소련은 냉전시기인 1979년 12월, 당시 친소련파 정권에 저항하는 '무자헤딘'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소련은 사회주의 정부를 세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아프간 국민 다수의 맹렬한 저항에 부딪쳤다. 결국 10년간 전쟁 비용으로 840억 달러(약 97조원)를 쏟아 붓고 병력 5만 명을 잃은 채 1989년 철수했다.

"이 땅은 강대국의 무덤이다." 바로 <람보 3>에 나오는 대사다. 역사는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영국은 제1차(1838~42), 제2차(1878~80), 제3차(1919)에 걸쳐 아프간과 전쟁을 치러 일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반군의 끈질긴 저항에 부딪쳐 결국 1919년 독립을 허용했다. 그런 영국에 이어 소련이 10년 만에, 그리고 이번에는 미국이 다시 20년 만에 아프간에서 물러났다.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쏟아부은 비용은 2조2610억달러(약 2,600조원)에 이른다(왓슨연구소).

[카불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병사가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2021.08.17 007@newspim.com

영화지만 람보가 무자헤딘의 지원을 바탕으로 소련과 싸운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때만해도 이슬람 무장세력과 미국은 '같은 편'이었다. 소련을 축출해야 한다는 목적이 같았다. 그 때 무자헤딘의 일부가 바로 탈레반이다.

'학생' 혹은 '지식의 추구자'라는 뜻을 지닌 탈레반은 아프간 남부 파슈툰족 마을에서 이슬람 의례를 집전하며 먹고사는 하위 성직자였다. 칸다하르 인근 마을에서 성직자 탈레반으로 일하던 무함마드 오마르는 1994년부터 "알라가 당신을 도울 테니 내전의 혼란을 끝내라"는 꿈을 자주 꿨다고 한다. 이를 '알라의 계시'로 생각한 그는 그해 봄 이슬람 학교인 마드라사 동료 50명과 함께 민병대를 결성했다. 탈레반의 시작이다. 

탈레반 대원 대부분은 아프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 청년들이었다. 특히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세워진 마드라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당시 파키스탄정보부(ISI)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 마드라사에서 아프간 청년들에게 근본주의적인 이슬람 신앙을 심어줬다. 이들 마드라스 출신들은 무자헤딘 투쟁에 참가했고, 탈레반의 근간이 됐다. 

오마르는 무자헤딘 투쟁에 참가해, 칸다하르 지역 군벌의 부사령관까지 지낸 경험이 있다. 그들은 파키스탄정보부가 무자헤딘에게 제공하던 무기, 1만8천정의 AK-47 소총과 120대의 대포 등을 손쉽게 획득해 가장 강력한 무장세력으로 성장했다. 특히 그들은 내란으로 도탄에 빠진 아프간에 순수한 이슬람 통치를 구현하려는 기강과 이념을 가졌다는 점에서 기존 군벌과는 근본적으로 달랐고, 바로 이점이 그들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탈레반은 마을과 부족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장악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무력을 쓸 필요가 없었다. 아프간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이란 혈통 타지크족이 주축인 임시정부가 통치하는 카불을 회복하겠다고 제안하며, 파슈툰족 민족주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슬람 통치를 구현하겠다고 협력을 요청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1996년 9월 카불을 손에 넣은 텔레반은 1998년이 되자 전국의 90%를 장악했다. 2001년 3월에는 인류의 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해 전세계를 경악시킨 뉴욕의 9·11 테러가 발생했다.

오마르는 9·11테러의 배후로 잘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과 밀접한 관계였다.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빈 라덴은 그가 이끌던 알카에다 근거지를 수단에서 아프간으로 옮긴다. 이후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탈레반의 최대 위기는 그렇게 9·11테러로 촉발됐다. 9·11 테러 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탈레반에게 빈 라덴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오마르는 빈 라덴이 테러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미국은 2001년 10월 아프간을 침공했고, 탈레반에 적대적인 아프간 북부 부족을 앞세워 전쟁 개시 한 달 만에 카불을 점령했다. 북부 부족연합은 새로운 아프간 정부를 세웠다.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 그리고 배후의 미국에 맞서 20년간 내전을 이어왔다.

탈레반이 카불을 다시 함락하기 며칠 전 매우 인상적인 사진 하나가 공개됐다. 탈레반이 미군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Black Hawk)에 자신들의 깃발을 꽂은 사진이었다. 이 장면은 미군 주둔지 중 하나인 칸다하르 공군 기지에서 찍혔다.

블랙호크는 미국의 아프칸 전쟁을 상징하는 헬리콥터다. 우리 육군의 주력 헬기이기도 하다. 오늘날 4,000대 이상의 블랙호크 헬기가 전 세계에서 활약 중이며, 미 육군의 경우 2,100여대의 블랙호크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 블랙호크 헬기를 전면으로 내세워 찍은 것이 바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02년 영화 <블랙호크 다운>이다. 무대는 현재 절찬리 상영중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와 마찬가지로 소말리아다. 소말리아 20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민병대가 내전을 일으킨 시점이 <모가디슈>의 배경이라면, 이 내전의 당사자인 민병대 대장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을 잡기 위해 미군 델타포스 레인저 특수부대를 파견해 벌어진 시가전을 배경삼은 것이 <블랙호크 다운>이다. <모가디슈>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 <블랙호크 다운>은 아마도 미국의 처절한 패배를 담은 최초의 전쟁영화일 듯하다. 람보나 비슷한 영웅 캐릭터들이 승리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헬기의 공중지원을 받으면서도 미군 레인저 부대는 시가전에서 소말리아 민병대의 기습에 하릴없이 무너진다. 블랙호크도 몇 대씩이나 격추되고 만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냉엄하게 보여준다.

실제 이 전투로 19명의 미군 병사가 사망했고, 부상자도 1백여명에 달했다. 물론 소말리아 민병대와 일반인도 1천여명 이상 사망했다. 이 전투 2주 뒤에 클린턴 대통령은 소말리아 주둔군을 철수시켰다. 이 작전을 계획했던 개리슨 장군은 군복을 벗었다. 특수부대의 명성과 블랙호크의 가공할 공격력만을 믿고 민병대를 만만하게 본 잘못된 선택으로 미군은 큰 희생을 치렀다. 아이디드는 1996년 8월 2일 모가디슈에서 다른 군벌에 의해 피살되었다.

[카불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작업을 진행중인 미군의 오스틴 밀러 육군대장(왼쪽)이 7월 12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미스밀라 칸 아프간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1.07.13 kckim100@newspim.com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미군은 블랙호크를 버리고 갔다. 한대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블랙호크가 그렇게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갔고, 거기에 탈레반 깃발이 꽂혔다. 그동안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한 무기의 상당수가 부패한 정치인과 군부에 의해 탈레반에 팔렸거나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에서 그랬듯.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국제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까.  탈레반의 아프간 '통일'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첨예화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미국이 철군을 가시화하고 탈레반 세력이 커져가던 2019년부터 중국은 탈레반과의 접촉을 강화해왔다. 올해 7월말 탈레반 고위 지도자중 하나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으로 가서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왕이 부장은 탈레반을 일컬어 "아프간의 평화, 화해, 재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군사 및 정치세력"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당국자가 탈레반을 아프간의 합법적 정치세력으로 첫 인정한 것이다.

중국은 아프간과 76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위그루 문제도 있고, 아프간은 중국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아프간이 안정돼야만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남쪽 파키스탄까지 이어지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다. 중국은 과연 '강대국(제국)의 무덤'에 뛰어드는 제4의 나라가 될 것인가.

플라톤(Plato)이 말했다.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Only The Dead Have Seen The End of War)".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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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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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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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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