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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연금술사' 김지아나 개인전...'흙 예술(earthen art)'의 새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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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작업으로 우주의 생성과 소멸 담아
동대문DDP서 23일까지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곳'전
논현동 리아갤러리서 2월 18일까지 '중첩된 표면'전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4차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K-컬쳐의 세계적인 부상과 확산은 참으로 경외스럽기도 하려니와 그 의미가 중차대하기도 하다. 문화의 거의 모든 지평에 "K"자가 붙으면 그것이 곧 세계의 주류를 이끄는 대세가 되고, 세계인이 동참을 희망하는 트렌드를 이끈다. 이제는 국악까지 K팝과 구별되는 소위 '조선팝'이라는 이름으로 도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차디차게 얼어붙은 동토(凍土)에 묻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분야도 있다. 한 때 찬란한 역사를 자랑했지만, 1952년 임진왜란 이후로 위세와 주도권을 상실한 우리나라 도자(陶磁)문화 이야기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라는 굳센 망령에 사로잡혀 과거의 영광만을 반추하는 한탄 속에, 그 이후를 모색하는 작업이 가능할까 생각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동대문 DDP 갤러리문(門)에서 열리고 있는 김지아나 개인전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곳'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봄'을 느꼈다. 그것도 확연한 봄을!

[뉴스핌=조용준 기자] 김지아나는 작품을 벽에 걸지 않고 도르레 위에 설치해놓았다. 빛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그의 작품들을 보는 순간, 왜라 할 것도 없이 이은상 시조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이 노래가 떠올랐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 하얀 그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뉴스핌=조용준 기자] 김지아나 작가. 

김지아나(50)의 작품들은 찬연한 봄꽃이었다. 계절로는 겨울의 복판이었지만, 전시장은 이미 봄꽃이 만발해 있었고, 나비들이 여기저기서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봄처녀가 봄나물을 잔뜩 캐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환영은 곧 이 나라 도자문화 희생을 알리는 소리, 얼어붙은 땅덩어리들이 봄 기운에 쫙쫙 갈라지는 커다란 해빙의 소리로 전율을 일으켰다.

김지아나의 작품은 언뜻 보면 거대한 벽화를 연상시킨다. 꽃이 피어있는 들판처럼 보이는 벽화다. 그것은 흙이 모태이지만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을 아우른다. 다시 말해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애당초 그의 작품에 이런 쟝르의 한계를 붙이고 구속하는 행위가 무의미하다. 이런 탈 장르의 해탈, 물성(物性)의 자유로운 변환이 새로운 지평을 열고, 그 신기원적 지평은 비로소 이땅 도자문화의 힘찬 부활을 알린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도자라는 장르에 한정되는 걸 매우 경계하고, 그의 작업 자체가 사실 도자의 굳센 껍질에서 탈피해 있는 '저 너머'의 일이지만, 기존 도자문화 경계와 외연의 확장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는 바야흐로 'K-도자 르네상스'의 출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가의 바람대로 좀 더 소박하게 표현해서 '흙 예술(earthen art)'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하자.

[뉴스핌 = 조용준 기자] 작품을 보고 돌아서면 작품들이 관람자를 향해 일제히 배웅 인사를 하는 듯 보인다. 이 또한 작가의 의도다.

김지아나에게 어떻게 흙과 친해지게 되었는지 먼저 물어보았다.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뉴욕의 대학으로 진학하게 됐다. 처음에는 방송무대 디자인 전공을 선택했다. 그런데 9월 입학이라 반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 차에 평소 관심이 있던 마렉 체쿨라(Marek cecula) 작가 도자작업실을 무작정 찾아갔다. 어려서부터 지점토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마도 그런 미지의 끈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준 것 같다. 동양에서 온 조그만 계집애가 일하겠다고 하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었던지 보조원으로 일하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물론 샐러리도 없었고 점심식사 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너무 즐겁게 일했다.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청소만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내가 궁금했는지, 그제서야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하고 이것저것 질문도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마렉 체클라가 바로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세라믹 학과장이었다. 나는 원래의 전공을 포기하고, 그 교수 추천으로 파슨스 세라믹 학과로 학교와 전공을 바꿨다.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교수는 작업실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정돈해놓았는데, 그곳에서 일하면서 작업실 세팅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 내 작업실 역시 그곳처럼 정리가 돼 있다."

물론 흙과 친해지는 데는 그 역시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 그는 흙을 이기려고 했다. 선생님들은 "그거 그렇게 안돼. 원래 안돼"라고 말렸지만, 그는 흙을 이겨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려고 했다.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흙과 친해지려면 먼저 흙을 알아야 한다고. 친구를 만들려면, 친구와 친해지려면 친구를 잘 알아야 하듯, 역시 흙의 본질과 물성을 깨달아야 비로소 흙에게 다가서고, 흙으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그래서 그는 흙을 아는 작업을 시작했다. 흙은 똑같은 게 아니라 다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런 흙들이 "나같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종류의 도토(陶土)를 일일히 실험하면서 그 특성을 알고자 노력했다. 참으로 많은 끈기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그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흙으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놀라운데 그건 순전히 그가 흙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005년 국내로 들어와 2006년 서울대 박사과정에 들어간 것도 한국과 동양의 흙을 알기위해서였다. 2005년 미국에서 들어오면서 미국에서 작업하던 흙을 가져왔는데 세관에서 통과가 되지 않았다. 세관에서는 흙도 생물이기 때문에 검역을 거쳐야만 한다고 했다. 그때 또 깨달았다. 그렇구나. 흙도 살아 있는 생명체구나.

[뉴스핌 = 조용준 기자] 작가가 '셀(cell)'이라 부르는 계란 껍질을 닮은 이 반구형의 작품들은 자석이 붙어서 대형 철판 위에서 이리저리 옮길 수 있다. 작가는 매일 모양을 바꾸기도 하고, 하나씩 떼어낸다. 전시 마지막 날에는 오직 한 개만이 붙어 있게 할 작정이다.

미국과 유럽의 흙이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작업을 위한 흙은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어떤 흙을 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걸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대학원 진학이었다.

사실 그가 국내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떡 장인에게서 무려 일 년 동안 떡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것이었다. 바로 이런 대목이 김지아나 작가의 남다른 면모일 터이다. 물을 섞은 가루를 쳐대서 숙성시키고, 그 재료로 떡을 조물딱 조물딱 주물러서 모양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시 자신의 성형 작업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몰드를 이용해 작업을 많이 하지만, 동양은 다르다. 조선에서는 물레대장이 물레를 차면서 흙을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서 모양을 만들어냈다. 물레대장의 손솜씨야말로 도자 작업의 기초였다. 바로 그런 바탕을 김지아나는 떡을 만들면서 습득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광주요에서 만든 그릇 '해어화(解語花)' 시리즈였다. 해어화는 양귀비의 별명이고, 말을 알아 듣는 꽃이라 해서 뛰어난 미인을 뜻하기도 한다. 김지아나는 그릇이 테이블에서 양귀비처럼 말을 걸어준다고 느꼈다.

그가 요즘 추구하는 작업은 '흙의 회화'다.  투광성이 강한 자기(포슬린)을 구워서 벽에 걸거나 허공에 매달거나 하는 작업이다. 그는 포슬린의 도편에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물감의 스밈과 안료의 배어듦을 표현한다.  안료를 가득 머금은 도편들을 잇대서 형상화하고, 계란 껍질처럼 얇게 만들어 붙인다. 그런 흙의 회화는 그림과 달리 광선의 농도에 따라, 광선의 방향에 따라 그야말로 천변지변(天變地變)의 조화를 만들어낸다. 그는 '관계'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는데, 자신이 만든 도편과 햇빛의 무궁무진한 관계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전시를 동대문 DDP에서 연 것도, 이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철학 속에 자신의 작업을 배치하는 '관계'를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평론가 윤진섭은 김지아나의 작품에 대해 "이미 90년대부터 그는 원소로서의 사물의 근본적인 형태와 나타난 현상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한 것은 구(球)와 디테일로서의 파열"이라면서 "무수한 형태의 흙편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유비로서 판상(板上)에서 하나의 소우주를 이룬다"고 묘사했다. 사실 그렇다. 그의 도편들은 우주의 집약체다.

[뉴스핌 = 조용준 기자] 계란 껍질처럼 얇게 만든 도편을 잇대어 만든 작품. 마치 조개껍질로 만든 나전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 뒤에 LED 판을 대고, 자신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시시각각 변화를 주었다. 

그는 "산다는 것은 이런저런 일상의 파편이 모여 어떤 강한 색채의 덩어리로 폭발하면 서서히 빛으로 옅어져 또 다른 색깔로 바뀌는 순간의 고리들"이라고 피력한다. 인간들은 "한 줄기 빛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붉고, 노랗고, 파란색의 향원으로 살아가면서 결국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김지아나 2009년 작품 'light story of water and fire' 2022.01.10 digibobos@newspim.com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보고시앙 재단은 1992년 설립된 세계적인 문화예술 후원 단체다. 보고시앙 재단은 2019년 김지아나를 아시아 지역 첫 전속작가로 선정하고 후원을 시작했다. 또한 브뤼셀 아트 로프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어 세계 컬렉터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사실 김지아나 작가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뉴욕, 마이애미, 브뤼셀, 룩셈부르크, 상해, 홍콩 등에서 초대 개인전 17회를 열었고, 100회 이상의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회를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프랑스 소시오떼 빅, 생투엥 셀리오 등에서 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지아나는 올해 가나OK가 선택한 전속작가가 됐다. 그의 작품을 받기 위해선 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국립과천과학관에 10m가 넘는 대형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고, 대유위니아의 성남연구개발(R&D)·디자인센터 역시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브뤼셀의  껑브흐(Cambre) 공원도 대형작품 설치를 위해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중이다.

1월 23일까지 열리는 동대문 문갤러리 전시는 오전 12시에 문을 열어 저녁 9시에 닫는다. 사실 그의 작품은 어둠 속에서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이와 동시에 강남 논현동의 리아갤러리에서도 '중첩된 표면'이란 제목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2월 18일까지 계속된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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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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