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④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스웨덴의 현대사를 읽다 보면 스릴러 소설이 주는 긴장감, 대하소설이 주는 감동, 범죄소설에서처럼 진실을 찾아 헤매는 미로의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1983년 10월 4일, 스웨덴 전국 기업인이 당시 사민당 정부의 세금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무려 75,000명(경찰집계,기업인 집계 10만명)이 모여 정부청사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사비평가인 뵈른 엘렘브란트(Björn Elmbrant)는 그의 저서에서 이 집회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편성된 60여 편의 특별열차, 200대 이상의 버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승용차는 스톡홀름으로 향하고 있었다. 행사를 기획한 10-4위원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국의 기업인들을 스톡홀름으로 집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전국 기업인이 궐기한 스웨덴 중심가를 완전히 마비시킬 정도의 대규모 시위였다. 스웨덴 역사 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기업인들이 직접 피켓을 들고 정부의 세금정책을 비판하면서 가두시위를 벌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피켓에는 "세금사회주의다" "정치인과 관료가 기업을 경영할 것인가"라 적혀 있었다. 시위를 주도한 10-4위원회는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기업인 533,702명의 서명을 담은 수십 개의 종이 상자도 함께 정부에 전달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시위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1971년 스웨덴 사회로 시계를 돌려보자.

스웨덴 전국노총 대의원 회의에서 기업에 대한 노동자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동자기금을 만들어 한다는 안이 제출되었다. 연대임금제로 사무직 노조원의 임금이 더 올라 생산직 노동자와 임금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했고, 임금절감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매출증가와 기업성장을 이루었으니 파이의 일부는 노동자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연대임금제를 통해 고소득 금속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자제해 기업에게 큰 이득을 남겼으니 이번에는 노동자를 위해 기업이 수익의 일부를 노동자를 위해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도 연대임금제를 고안한 노총 수석 경제연구원 중 한 명이었던 마이드너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연대임금제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조할 것, 마이드너의 자서전과 다양한 글을 읽다 보면 연대임금제를 고안할 때부터 그 다음 수순으로 노동자기금을 계획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1971년 전국노총 대의원 회의에서 대안마련을 위한 자체 연구단이 구성되었고 이 연구단이 채택한 안은 1975년 정식으로 노조의 정책으로 채택됐다.

스웨덴 사회민주당 [사진=사민당 홈페이지]

노조의 복안은 이랬다. 매년 기업 순이익의 20퍼센트를 임금노동자기금으로 적립해 이를 노조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매년 기금적립을 통해 경영권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았다. 기업인들의 그 제안의 뒤에 숨은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넘어 20-30년 정도 기금이 적립되면 결국 최대주주가 되어 기업경영권을 노동자가 가지고 간다는 것을. 이 같은 의도를 안 기업인들은 궐기하기 시작했다. 친노조 정부가 기금 법안을 통과시키면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사회주의식 국가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간주해 스웨덴에서 모든 기업 활동을 포기하고 본사와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키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우파계열에 있는 국민당의 제안으로 구성된 1975년 특별조사위원회는 각 당과 시장주체들의 의견을 경청해 해결책을 찾고자 했으나, 여기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해체되었다. 우파진영 정당들은 자유기업의 공동소유권에 대한 반자본주의, 반시장주의적 기금이 노동자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만든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결국 노조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자 했던 사민당은 1976년 치러진 총선에서 4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우파정부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기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 간 듯 했다. 하지만 물 밑에서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노조는 어떻게든 관철시키고자 당시 야당이었던 사민당을 설득하며 은밀하게 논의를 진행해 나갔다. 1970년대 두 번의 유가파동과 연이은 환율개혁의 결과로 파생된 실질 임금의 하락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우파의 실각으로 1982년 6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사민당은 어떻게든 노동자기금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83년 10월 4일의 기업인 가두시위와 53만 기업인의 서명서 제출은 기금법을 통과시킬 경우 스웨덴을 떠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의미했다.

스웨덴을 구하자. 노동자기금을 막자 [출처=Aftonbladet 1983-10-4]

사민당의 딜레마

두 마차가 전 속력으로 달려오면 두 말(노조와 기업)과 마차는 모두 전복하고 마차에 탄 승객(국민)도 희생당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는 심판(정부)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사민당은 노조에게서 큰 양보를 이끌어내 노동자가 절대 기업을 직접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선에서 기금법을 통과시키고자 했다. 노조의 마차는 계속 달리게 하되, 기업이 끄는 마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노선을 살짝 바꾼 것이다. 노총에서 요구했던 기업 순익 20퍼센트와 노동자의 기금소유 대신, 기업주식 배당일정 분에 요금을 부여해 기금을 모아 국가가 대신 관리하고 이 기금의 규모 또한 기업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기준 8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노동자가 직접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규모도 축소시킨 것이었다.

운명의 날 1983년 12월 21일. 최대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의회의사당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노동자기금안은 좌익당(전신 공산당)의 도움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원 간 몸싸움과 의장석 점거사태 없이 조용하게 투표가 진행되었다. 찬성 51.1퍼센트.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업주식 배당을 국가가 받아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사회주의라고 격앙했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세금을 신설한 것이기에 그렇지 않아도 1960년부터 도입된 고용주세(Payroll tax)로 인해 피고용자 한 사람 당 연금, 보건건강보험료, 노동재해보험료, 실업기금 등의 복지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스웨덴에서 기업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은 기존의 법인세와 고용주세에 이어 노동자 기금세가 추가되어 기업의 경영환경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본 것이다.

<출처=이케아(IKEA)홈페이지>

기업의 엑소더스, 새로운 시작

결국 스웨덴의 간판 기업이었던 IKEA, Tetra Pak, H&M, Alfa Laval 등의 대기업이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대 결단을 내렸다. 4개의 수출주력 기업들이 스웨덴을 떠난 것이었다. 1938년부터 45년간 유지되어 오던 노사간 평화체제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민당과 노조는 큰 충격에 빠졌다. 쉘울로프 펠트 (Kjell-Olof Feldt) 당시 재무부 장관은 자서전에서 대기업의 해외이전은 협상용 압력으로만 받아들인 사민당의 오판임을 인정하고 대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적었다. 노조도 연대임금제로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다가 간판 대기업을 잃는 아픔을 맛보았다. 1991년 들어서 우파정부는 말도 많던 노동자기금을 8년 만에 주저 없이 폐지했다. 이 때 노조는 조용히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적립된 기금의 일부는 참여했던 16,000여개의 기업에 다시 돌려주고, 나머지 기금은 중소기업설립지원재단, 연구재단설립, 국민연금 등으로 분산해 공공기금으로 활용했다.

이때부터 사민당의 대 기업 정책은 180도 변하기 시작했다. 1994년 다시 집권에 성공한 사민당의 잉바르 칼손(Ingvar Carlsson) 총리는 스웨덴을 떠났던 대기업에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다시는 기업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민당 정부의 정식사과와 재발방지의 약속을 믿고 IKEA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기업들은 스웨덴으로 다시 귀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IKEA는 이미 창업주의 자녀들이 지주회사로 분산시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국적 기업인 IKEA의 실질적 본사 역할을 하는 디자인 연구센터는 원래 본사가 있던 엘름흘트(Ämlmhult)에 존속시켰다. 스웨덴을 떠났던 기업들이 모두 돌아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민당의 Volte-face, 기업친화정책

이때부터 사민당은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잉바르 칼손의 뒤를 이은 예란 페손 (Göran Person) 총리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2004년 12월 폐지해 창업주들이 자유롭게 자녀들이 승계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국민총생산에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퍼센트도 되지 않지만 승계를 위해 부담해야 할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주력 기업을 매각하던지 아니면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에 국부의 유출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최고조였던 1980년대에는 상속세가 70퍼센트까지 이르렀다. 1990년대 말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결국 상속세와 증여세가 사민당 이 주도해 폐지시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창업주들이 승계하는데 어려움을 가져다 준 큰 걸림돌을 제거해 준 셈이었다. 우파정권에서 추진했다면 노조와 사민당, 그리고 좌익당 지지층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개혁을 사민당이 밀어 붙여 관철시킨 것이다. 그만큼 노동자기금의 학습효과는 컸다.

사민당의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도 채찍을 들었다. 1990년 재정위기가 찾아 왔을 때 파업금지와 임금동결을 선언해 노조에 고통에 동참하자고 앞장서 권고했다. 채찍은 아팠지만 큰형 격인 사민당의 국가를 살리기 위한 노력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스웨덴의 복지는 일하는 국민들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표현도 이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표현도 사민당이 1998년 선거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가 제안하고 토니 블레어 (Tony Blair)가 실천한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스웨덴에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많은 국민이 일하고 세금을 납부할 때 더 좋은 복지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 표현은 현 사민당의 홈페이지 일자리 정책과 복지정책의 홍보내용이다 (https://www.socialdemokraterna.se/var-politik/a-till-o/jobb. 2023년 1월 21일 열람). 이 기조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민당의 정책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틀만 유지되고 있었던 중앙임금교섭 단체 협약도 재개되었다. 노조와 재계의 관계도 빠르게 정상화 되었다. 살트쉐바덴 조약의 정신이 다시 부활된 것이다. 이때부터 스웨덴의 기업환경은 빠르게 개선되어가기 시작했다. 2017년 포브스지가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스웨덴으로 꼽을 정도였다.

스웨덴 일간지에 실린 황금주 A, B, C, D주 [출처=Dagens nyheter 2023-01-21]

높은 세금에도 기업들이 국내에 남아 있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 기업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은 법인세와 함께 고용주세를 부담하고 있다. 현재 31.42퍼센트에 이르는 고용주세는 연금, 보건건강보험료, 산재해보험료, 실업기금 등의 피고용자의 사회안전비용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기업이 한 사람을 고용하면 임금의 31.42퍼센트를 국가에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직장에서 개별적으로 피고용자 임금의 5퍼센트에 해당하는 기금을 적립해 직장연금으로 지급한다. 사내 복지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병상보험 이외에 병가시 최초 2주일의 병가급여를 직장이 부담한다.

이렇게 기업하기가 힘든데도 왜 스웨덴을 떠나지 않느냐고 스웨덴 기업인들과 경제학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 같이 제로에 가까운 부패율, 높은 사회적 신뢰, 정치의 안정성과 예측성, 공무원의 전문성과 일처리 능력, 언론의 자유, 그리고 평화적 노사관계와 낮은 노사분규를 꼽는다. 이와 함께 2005년부터 상속세와 증여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스웨덴 국민들의 영어구사력을 들 수 있다. 세계에서 제2외국어로 영어를 잘 구사하는 국가가 네덜란드(90%), 몰타(89%)에 이어 스웨덴이라고 한다. 2012년 진행된 Eurobarometer 유럽인의 언어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86퍼센트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40퍼센트는 일상생활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영어와 함께 독일어(26%), 불어(9%), 스페인어 (4%)를 구사하는 국민의 비율도 높다. 글로벌 에티켓과 다양한 문화의 이해도가 높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해외 직접 투자자들이 스웨덴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고 스웨덴 무역투자평의회(The Swedish Trade & Invest Council)은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민당의 존재다. 사민당은 스웨덴에서 가장 큰 정당으로 전통적 진보정당이지만 자유시장경제와 기업경쟁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노동시장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래야 지속가능한 복지재정이 확보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친기업적 좌파정부가 있기에 기업들은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여기에 황금주제도가 있어 경영권을 방어하게 해 준다. 주식법에 따라 창업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A주는 B주, C주, D주에 비해 10배 혹은 SEB 같은 금융기업은 1000배 이상의 주주의결권을 보장해 주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 긴요하게 사용된다. 스웨덴의 100년 이상이나 되는 가족기업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고, 무상 대학교육과 직업교육이 연계되어 있어 노동유연성도 매우 높아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꼽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스웨덴 모델의 핵심가치

겉으로 보기에는 보편적 복지를 중심으로 획일적 사회주의적일 것 같은 스웨덴의 정치경제는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중심의 전형적인 자유시장경제 체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구조에는 노사 간의 평화체제가 필수다. 결국 스웨덴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충실한 노사중심의 이원적 조합주의(corporatism)의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7080시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스웨덴은 평등, 자유, 경쟁, 자율, 공정, 책임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함께 숨 쉬며 사민주의와 자유시장주의가 공존하는 완벽한 패러독스의 일면을 보여준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