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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 "나는 아직도 매일이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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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뮤지엄 산 10주년전 '안도 타다오-청춘'개막
나오시마 프로젝트 등 전세계 대표작 250점 공개
"이인희 고문, 용기있고 뛰어난 여성..잊지 못해"

[원주=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특유의 검은 옷차림의 세계적인 건축거장 안도 타다오(b.1941~). 31일 한국의 미디어들을 만난 그의 첫 일성은 "나는 아직도 매일 매일이 청춘이다"였다.

안도 타다오가 한국을 찾았다. 일본 오사카에서 왔다는 그는 "촌스런 도시죠"라고 살짝 농을 쳤다. 오사카는 안도의 고향이자, 전세계를 오가며 프로젝트를 펼치면서도 평생 고집해온 삶의 터전이다. 고교 중퇴의 복서인 그를 건축가로 만들어준 곳도 오사카다. 한솔그룹의 뮤지엄 산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안도 타다오-청춘'전을 4월1일 개막한다.

[원주 뉴스핌]=원주 뮤지엄 산에 모인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 중인 안도 타다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3.31 art29@newspim.com

전시 타이틀에 '청춘'을 집어넣은 것에 대해 안도 타다오는 자신의 하루 하루가 건축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년의 자세로 더 나은 설계를 향해 끝없이 도전하겠다는 신념을 그는 청춘에 빗대 표현했다. 거장은 말했다.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가 청춘이다. 내가 설계한 이 미술관(뮤지엄 산)을 많은 이들이 찾아 청춘을 느끼길 바란다. 그런데 청춘으로 살려면 자연 속에 있어야 한다. 여기는 물이 있고, 벽돌담이 있고, 좀 더 들어가면 뛰어난 미술품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녀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이였던 이인희 고문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20년 쯤 전이다. 이 고문이 찾아와 미술관을 지어달라고 했다. 뮤지엄 후보지는 강원도 원주의 산등성이였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두시간 걸리는 이 산골에 누가 오겠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런데 이 고문은 대단했다. 확고한 믿음으로 진격했다. 그래서 나는 여성들이야말로 용감하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원주 뉴스핌]이영란 기자= 안도 타다오 건축의 출발점이자 근원적 주제었던 '빛괴 기하학'의 추구를 잘 보여준 오사카 이바라키의 '빛의 교회'. 정면에 뚫린 십자가 슬릿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널리 알려진 작은 예배당이다. 1987~1989. [사진=이영란 기자] 2023.03.31 art29@newspim.com

당시 이인희 한솔문화재단 이사장은 '아시아에, 아니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오지 않겠느냐'라고 건축가에게 물었다. 안도 타다오는 "이 고문의 예측이 맞아 이제는 연 20만명이 오는 곳이 됐다"며 "지금은 고인이 된 이 고문은 의욕과 열정의 표상이었다. 앞으로 뮤지엄 산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5년, 10년이 지나면 관람객도 더 늘고,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남자들은 이 곳을 가자면 '뭐 볼 게 있다고 그 먼 데를 가느냐'고 뻐튕기는데 여성들의 손에 끌려 결국 오게 된다. (문화를 이해하고 사랑하니)여성의 시대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도전을 포기하지 마시라"고 했다.

안도 타다오는 노출 콘크리트 건축으로 유명하다. 콘크리트를 택했던 이유는 "건축은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 콘크리트는 프랑스에서 오래 전 만들어져,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대단히 일반적인 재료다. 나는 그 걸로 특별한 걸 만들고자 했다. 내 콘크리트는 철근이 들어 두껍지 않고, 간결해서 어디나 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프랑스와즈 피노 케링그룹 명예회장의 의뢰로 파리 옛 상업거래소 건물을 현대미술관으로 바꾼 안도 타다오의 최신 프로젝트. 건물 내부의 로툰다에 높이 10m, 직경 30m의 초대형 콘크리트 원통을 삽입하는 초유의 대담한 공간이 오랜 리노베이션을 거쳐 완성됐다. 피노 회장의 도전적인 현대미술 컬렉션이 들어선 새 뮤지엄 '브루스 드 커머스 피노 컬렉션'은 코비드 이후 파리의 새로운 미술명소로 부상 중이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3.31 art29@newspim.com 023.03.31 art29@newspim.com

인터뷰 내내 안도 타다오는 '푸른 사과'를 거론했다. 푸른 사과는 '희망'을 가리킨다. 그는 "100세까지 살 것이다. 여러분들도 그러길 바란다. 그러려면 지적 능력과 체력이 필요하다"며 "나는 최근에 천국과 상담을 했다. 그랬더니 '20년 더 살고 오라'는 전갈을 받았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좌절된 프로젝트에 대해 묻자 "죄절된 프로젝트, 정말 많았다. 오사카에서 아주 오래 전 집 내부에 알이 들어간 건축을 시도했는데 혹평 일색이었다. 그런데 2010년에 중국 상하이에서 이를 다시 구현했다. 사람들이 싫어했던 프로젝트였는데 다시 그걸 실행할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과감하고 특이한 것일수록 사람들은 일단 거절부터 한다.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는다. 마음 속에 잘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간 실현되니까"라고 밝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상하이 폴리 대극장'. 2009-2014. 상하이 북서쪽 뉴타운에 만들어진 오페라하우스를 품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안도는 직접적 상징의 외관 대신 솔리드와 보이드, 큐브와 튜브가 교차하며 자아내는 내부 공간의 강렬함으로 대극장을 표현했다. [사진=시게오 오가와] 2023.03.31 art29@newspim.com

한국의 수도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고유한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또 매력이 있어야 한다. 어제 서울대학교에서 강연했는데 지적 열기가 대단했다.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느껴졌다"고 평했다.

안도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은 '계속 절망적인 인생'이라고 공개했다. 수술을 통해 담낭 췌장 십이지장 등 5개의 장기를 적출했음을 토로하며 '자신처럼 장기 5개를 적출하고 전세계를 돌며 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전시에 맞춰 안도 타다오가 뮤지엄 산에 설치한 '푸른 사과' 조각.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믿는 안도는 청사과처럼 푸르고, 무르익지 않은 도전정신으로 가득찬 사회를 꿈꾸며 이 조형물을 만들었다. '영원의 청춘'이라는 글귀가 작가의 사인과 함께 새겨져 있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3.31 art29@newspim.com

안도 타다오는 "일을 하기 위해 매일 푸른 사과를 만지고(한번 만질 때마다 1년씩 더 산다는 사과다) 하루 만보씩 걷고, 식사는 30분에 걸쳐 되도록 천천히 한다. 아, 그리고 매일 꼭 책을 읽는다. 절망에 머물지 않고, 청춘을 유지하며 살려면 이같은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한국과 일본처럼 학력 위주의 사회에서 나같은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모두 나만의 푸른 사과(희망)를 열심히 만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건축을 위해서는 좋은 클라이언트가 관건이다. 나오시마 예술섬 프로젝트, (파리 옛 상업거래소 건물 내부에 원형의 콘크리트 실린더를 넣은) 브루스 드 커머스 같은 건축이 좋은 예다"라며 "지구 환경과 기후가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도 건축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천국 상담에서 20년을 허락받았느니 더 잘, 더 젊고 뜻있게 살려 한다"며 말을 맺었다. 최근들어 안도 타다오는 전세계에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원주 뮤지엄 산의 야외조각공원 한 켠에 새로 조성된 '명상관' 내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사진=이영란 기자] 2023.03.31 art29@newspim.com

뮤지엄 산이 개최한 '안도 타다오-청춘'전은 도쿄 파리 밀라노 상하이 베이징 대만에 이은 7번째 국제 순회전이다. 전시는 '건축이란 무엇이며, 건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건축의 원점을 돌아보고, 건축의 역할을 함께 사유해보는 자리다.

1부 공간의 원형, 2부 풍경의 창조, 3부 도시에 대한 도전, 4부 역사와의 대화로 짜여진 전시회는 안도 타다오가 일평생 인간과 호흡하는 건축, 기하학적 빛의 추구, 공간과 도시가 유기적으로 서로 말없이 이어지는 건축을 대담하게 구현해온 작가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흔히들 건축전시는 모형과 스케치만 나와 재미 없다고 여길 수 있으나 안도의 이번 전시는 원본 드로잉과 영상, 다양한 모델과 입체자료, 사진 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거장의 변화무쌍한 예술 실험과 치열한 도전정신을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다.

1부에서는 '도시게릴라 주택 프로젝트'로 다듬어진 안도 타다오의 초기 작업에서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작품들이 출품됐다. 오사카 주거 밀집지역에 오밀조밀 붙어있던 3채의 집 중 한 채를 콘크리트 중정주택으로 재건해 도심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안도의 출세작 '스미요시-이즈마 주택'을 비롯해 '빛의 교회' 등 초기 대표작이 나왔다.

[서울 뉴스핌] 뮤지엄 산은 원주시 문막 오크밸리 단지에 기러기가 하늘을 나는 형상으로 조성됐다. 길이 700m에 이르며, 모두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강렬한 대형 조각으로, 이인희 고문이 생전에 수집 설치한 뮤지엄 산의 '얼굴'에 해당되는 컬렉션이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3.31 art29@newspim.com

2부에서는 안도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일본 나오시마 섬의 베네세하우스 뮤지엄과 오벌, 지추미술관 등이 소개됐다. 도시 확장과 재건에 있어 풍경을 창조하는 안도의 출중한 도전정신을 살필 수 있는 섹션이다. 특히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의 창조가 아니라, 지역이 품어온 공동체의 기억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3부에서는 1970년대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로 출발한 안도가 공공주택 등의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그 도전정신을 확장 발전시켰는지 짚어볼 수 있다. 4부 '역사와의 대화'는 도시 재생과 공간 재생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역량을 구가해온 안도 타다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코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15세기 낡은 세관을 현대미술관(푼타 델라 도가나)으로 재생시킨 프로젝트 등은 역사의 흐름과 정착된 순간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고, 과거에 '현대의 장소성'을 절묘하게 심어 '도시및 공간 재생' 분야에서 단연 세계 최고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안도 타다오가 자신이 직접 설계한 뮤지엄에서 자신의 회고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전시에는 한국에서 안도가 시행한 프로젝트(뮤지엄 산, 본태박물관, 마음의 교회, LG아트센터, 유민미술관, 한화인재경영원 등)을 비롯해 예술의 섬 나오시마 인스톨레이션, 미국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뉴욕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계획안) 등 반세기간 거장의 건축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총망라됐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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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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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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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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