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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듣는다]'미술계 쓴소리'김순응② "호황은 2,3년·하락장 5,6년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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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에루샤'에 집착하듯 미술도 한쪽 쏠려 문제
추상과 구상,미니멀과 풍경·인물화 고루 발전해야
뉴스핌TV '리더에게 듣는다'서 진단및 해법 제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2024키아프서울과 프리즈서울이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함에 따라 대한민국 전체가 미술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프리즈서울 뿐 아니라 전국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도 역대급 미술전시들이 시작됐고, 곧 광주비엔날레 등도 가세합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보이고 있습니다. 호황기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상황입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의 여의도 뉴스핌TV 스튜디오에서 '리더에게 듣는다'라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우리 미술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고언을 던지고 있는 김순응 대표.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미술품경매사 서울옥션 케이옥션을 거쳐 현재 미술컨설팅기업인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로 있다. 2024.09.03 art29@newspim.com

이에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뉴스핌TV를 통해 미술시장전문가 김순응 대표로부터 현 미술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김순응 대표는 '리더에게 듣는다'라는 대담에서 국내외 미술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전망을 들려줍니다. 뉴스핌은 9월 3일 뉴스핌TV 'KYD 리더에게 듣는다'라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우리 시대 청년들과 미술애호가들을 향한 김순응 대표의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리더에게 듣는다' 방송은 이 시대 특별한 인사이트를 지닌 '리더'를 초청해 오랜 현장 경험에서 터득한 전문성과 혜안을 듣고, 미래세대인 2030세대에게 길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김순응 대표는 경기고, 성균관대 경제학과와 미국 남가주대학 대학원(경영학 전공) 출신으로 하나은행 자금본부장과 싱가포르지점장·홍콩지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금융업계에 몸 담기 시작한 초반부터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술사, 작가, 미술시장을 연구하며 작품도 수집해온 김 대표는 2001년 미술계에 투신해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로 미술품경매사를 이끌었습니다. 2011년부터는 미술컨설팅업체인 김순응아트컴퍼니를 설립하고, 미술투자 컨설팅과 함께 젊은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대담은 아트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김소전 오르앤아트(Orr&Art) 대표가 맡아 진행했습니다.(1편에 이어 대담내용 계속) 

김소전: 대표님께서는 은행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작품을 수집해 오셨잖아요? 이렇게 컬렉션을 계속하게 된 매력은 무엇인가요. 많은 작품을 수집하셨는데 어떻게 수익은 거두셨나요? 궁금합니다.

김순응: 지극히 사적인 부분인데 사람마다 많이 다르겠죠. 저는 젊은 시절부터 그림을 보면서, 또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힐링도 되고, 즐거움도 많이 느꼈습니다. 천성이라 할 수 있죠. 미술작품의 경우 제가 좋아하다 보니까 1978년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 월급을 받으면 인사동으로 달려가 저렴한 그림을 사기 시작했죠. 좋아서 산 거지요. 당시엔 그림이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문제는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산 작품들이 다 수업료가 돼버렸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별로 가치가 없는 작품들이죠. 그래서 '그림이라는 게 좋다고 마구 사면 안되는 거구나'하고 깨달았죠. 당시 제 소득에 비해 굉장히 큰 돈을 그림에 쏟아부었으니까요. 무작정 좋아서 산 그림을 나중에 팔려고 하니 팔리지가 않는 거예요. 그 때는 경매회사도 없었죠. 게다가 미술품 가격이라는 게 거의 베일에 쌓여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냥 화랑들이 부르는 대로 주고 샀고, 파는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요즘은 경매회사들이 워낙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작가별로 작품값이 다 나와 있잖아요. 수집했던 작품을 팔려고 보니까 이러다가 내가 정말 벼락거지가 되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겨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시작했죠. 작가에 대한 공부, 미술사 공부, 미술품이라는 소위 투자품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 뒤 수집한 작품들은 크게 실패한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가 은행을 그만두고 2001년에는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 대표로 자리를 옮겨 미술인이 되었지요. 2005년에는 케이옥션을 만들어 대표를 역임했고, 2011년부터는 김순응아트컴퍼니를 만들어 오늘처럼 대중에게 미술투자를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미술은 제게 굉장히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취미일 뿐 아니라, 생업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김소전: 앞으로 국내 미술시장이 언제쯤 불황에서 벗어날 거라 보시는지요?

김순응: 저도 걱정이 큽니다. 생업이 미술이고, 미술계 종사자로써 시장이 좋아져야 할 일이 많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40년 넘게 쭉 시장을 지켜보면서 주식도 그렇고, 부동산도 그렇고 미술도 사이클을 그립니다. 침체됐다가 회복이 돼 호황에 이르렀다가,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어 바닥을 쳤다가 다시 살아나는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제 경험상으론 미술장이 호황이 굉장히 짧아요. 대개 2~3년 반짝 호황이었다가, 5~6년 길게는 10년 이렇게 불황이 이어지는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지금 현 상황으로 말씀드리자면 아마 꽤 오랫동안 고생해야 될 것 같은 걱정이 듭니다.

그 이유는 그간 워낙 거품이 컸고, 그 거품이 꺼지려면 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악성 매물이 많이 나올 겁니다. 얼마 전 호황일 때 그림값이 막 오르자 미술에 무관한 이들까지 빚을 내서 미술품을 턱턱 샀거든요. 꽤 비싼 값에요. 그런 분들이 지금은 견디기 어려워서, 또는 작품값이 떨어지는 게 실망스러워서 내놓는단 말이죠. 코인투자로 번 돈, 펀드로 번 돈, 부동산으로 번 돈을 미술에 급하게 밀어넣은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높은 가격에 산 작품이 이제 골칫덩이죠. 결국은 '이게 아니구나'하며 매물로 내놓으며 악성매물이 쌓이고 있고, 가격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죠.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의 뉴스핌TV '리더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우리 미술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향후 전망 등을 조목조목 진단하고 있는 미술시장 전문가 김순응 대표. 오른쪽은 대담 진행을 맡은 아트 어드바이저 김소전 오르앤아트 대표. 2024.09.03 art29@newspim.com 

따라서 우리 미술시장이 불황에서 벗어나려면 악성매물이 어느정도 처분이 되고, 새로운 모멘텀이 생겨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모멘텀은 우리가 예상하기 힘들어요. 침체에 대한 모멘텀도 그렇고, 회복에 대한 모멘텀도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코로나를 오래 겪으면서 주식시장이며 미술시장, 부동산시장이 매우 나빠질 거라 예상했지만 벼락같이 좋아졌잖아요?
시장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금융당국자들이 돈을 많이 풀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며 생긴 현상이죠. 이런 정책이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만들어갖고 시장에 들어오다 보니까 예상치 못한 활황이 갑작스럽게 왔습니다. 그렇게 반짝 하다가 다시 급작스럽게 확 꺾였죠. 그래서 모멘텀이 언제 어떤 식으로 올지는 전문가들조차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다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니 대책을 강구하고 견뎌나가야 하는 건 틀림없습니다.

김소전: 알겠습니다. 대표님께선 국내 미술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해오셨습니다.  컬렉터들이 자신만의 취향이나 성격이 없이 유행을 너무 쫓는다고 하셨죠. 쏠림현상도 지적하셨고요.

김순응: 제가 '미스터 쓴소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여러 지적을 많이 했죠. 왜냐면 우리 미술시장이 선진화되고,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쓴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사면 돈이 된다', '앞으로 이런 그림이 오를 거다'라는 달콤한 얘기 보다는 어떻게 미술 공부을 할 것이냐, 컬렉터들의 안목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를 많이 이야기했죠. 여러 문제 중 우리나라 컬렉터들이 미술을 보는 관점과 작품을 구입하는 패턴이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성이 결여돼 있지요. 예를들면 우리가 유행을 얘기할 때 미술품과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는 럭셔리 패션에 주목하게 되는데, 국내에선 '에루샤'라고 해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에 집중하고 집착하지요. 에루샤를 들고 다니거나 입고 다녀야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니까요. '에루샤' 보다 훨씬 더 내게 잘 어울리는 고급 브랜드가 분명히 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진짜 고수들과 슈퍼리치들은 남들이 다 하는 건 피합니다.

[서울=뉴스핌]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전 '니콜라스 파티:더스트'에 출품된 파스텔 회화. 올해 44세의 파티는 세계적으로 가장 두각을 보이는 작가 중의 한명으로, 동서양 걸작을 자신의 작품에 끌여들여 새롭고 매력적인 재현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9.03 art29@newspim.com

김소전: 일명 '조용한 럭셔리'에 주목하더라고요

김순응:그렇죠. 유행에 휩쓸리는 걸 부끄러워하죠. 근데 국내에선 에루샤 같은 유명한 브랜드만 추종한단 말이죠. 다른 사람이 갖고 있으면 나도 그걸 가져야만 돼죠.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일컫는 '밴드왜건 효과'처럼 같은 마차에 꼭 올라타야 직성이 풀리는 것입니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도, 나한테 안 어울려도 유명브랜드만 찾듯 그림을 살 때도 똑같이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많아요. 근래에 단색화가 유행하고, 추상화가 대세라고 하니까 너도나도 모두 비슷한 그림에 열광하고 감동을 느낀단 말이에요. 저는 그 감동이 진실한 감동인지. 아니면 그런 류가 유행인 데다,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감동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면 인스타용인지, SN용인지도 모르겠고요. 이처럼 우리는 유행을 따라 한쪽으로 쏠리는데, 세계 미술시장이나 선진국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숙된 시장은 추상, 구상이 밸런스를 갖고 골고루 발전합니다. 추상이 대세라고 해서 구상이 죽진 않아요. 반면에 국내에선 한쪽이 대세면 한쪽은 완전히 죽어요. 그러다 보니까 쏠려 있던 쪽에 사람들이 식상해 발걸음을 돌리면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안이 없지요. 시장 자체가 죽는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제라도 스스로의 안목에 자신감을 갖고,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서울=뉴스핌]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한 재미 조각가 존배의 대규모 회고전에 출품된 작품. [사진=이영란 기자] 2024.09.03 art29@newspim.com

김소전: '컬렉터 중에는 작품을 '귀'로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는 말씀도 하셨죠

김순응:작품을 눈으로 사는 게 아니라, 귀로 산다는 얘기는 미술계에서 유명한 얘기입니다. '무슨 작품이 유명하다더라'라고 귀로 듣고 사지 말고,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사라는 얘기죠. 2년 전이죠? 영국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한국에 처음 들어와 어마어마하게 관심을 끌고, 작품을 많이 팔았잖아요. 좋은 성과가 있었죠.  그 무렵 국내 미술시장이 1조원이 넘었고, 규모로만 보면 선진국이 됐다고 했었습니다. 문제는 프리즈서울에 참가한 외국 갤러리들이 피카소, 바스키아, 워홀 등 누구나 다 아는 대가들의 작품을 들여왔다는 점입니다.

김소전: 유명한 작가 작품이 많았죠

김순응:소위 럭셔리 브랜드 '에루샤'같은 작품들이죠. 근데 그런 작품 중에 전문가들이 보기에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들어 피카소 작품이라도 수천억원에 팔리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수십억 또는 수억원 대에 팔리는 작품도 있거든요. 안목이라는 것은 그 퀄리티를 내가 감별할 수 있느냐는 거죠. 바스키아 작품도 마스터피스(걸작)가 있고, 이게 정말 바스키아 그림이 맞나하고 의심될 정도로 질이 떨어지는 작품도 있거든요.
그럼 이걸 분간해서 보는 게 '안목'이죠. 첫 프리즈서울 때 한 외국전문가가 "한국인들은 별 걸 다 산다"며 특정 작품을 예를 들었습니다. 그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끄러운 얘기였고, 모욕적인 평가였지요. '별 걸 다 산다'는 말은 '명품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아무거나 다 산다'는 얘기랑 똑같은 얘기거든요.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이 거 피카소다'하며 자랑하기 위해서 우리가 작품을 구입하면 프리즈가 오건, 바젤이 오건, 세계 최고의 갤러리가 오건 좋은 작품은 절대 안갖고 와요. 피카소 좋은 작품, 앤디 워홀 좋은 작품 대신, 여기저기 들고다니다 안 팔린 그림을 들고 옵니다. 실제로 1회 때 그런 작품들이 앞다퉈 팔렸어요. 그래서 우리가 좀 대접을 받으려면 우리의 눈이 높아져야 되고, 안목을 갖춰야 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서울숲 더페이지 갤러리가 프리즈서울 기간에 맞춰 개막한 정수진 작품전에 출품된 회화 'The Shadow on the Red Surface 4', 2020. [이미지제공=더페이지 갤러리] 2024.09.03 art29@newspim.com

김소전: 국내 미술시장에 인물화 찾기가 어렵다는 말씀도 종종 하셨지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순응: 그런 얘기 참 많이 했고, 글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사실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인간'이거든요.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냐, 인간 삶이 무엇이냐 이게 모두의 관심사지요. 문학이나 음악, 영화, 무용 등의 예술장르, 또 철학까지 한결같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까? 미술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인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드러낼 것이냐가 동서고금의 화두입니다. 피카소, 자코메티 같은 거장들의 걸작은 인간에 관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물화가 많지 않아요. 그게 참 외국 사람들이 굉장히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이지요. 왜 대한민국에는 인물화가 없냐, 인물을 잘 그리는 작가를 찾고 싶다. 사실 인물화를 잘 그리는 작가들은 많은데 말이죠. 우리나라 화가들이 워낙 감성이 풍부하고, 미적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물을 잘 그리는 작가들이 많아요. 근데 왜 안 그리느냐? 안 팔리니까 안 그리는 거예요. 시장에서 안 팔리면 작가들도 그릴 수가 없어요. 미술가들도 그들의 삶을 물적 토대 위에 구축해야 되기 때문에 팔리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안 팔리니까 안 그리고, 안 그리니까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김소전:종교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유교라든가 기독교 영향이요. 서양미술사에서 인물화 중 비중이 큰 게 누드이지 않습니까? 국내에서는 누드를 가정에 거는 건 쉽지 않잖아요.

김순응: 그렇죠. 어떻게 벌거벗은 여자(또는 남자)를 집 안에 걸어놓고 보냐 하지요. 그런데 사실 누드만큼 아름다운 예술이 없는 데도요. 모딜리아니같은 작가의 작품은 누드 아니면 여성 인물화예요. 다 걸어놓고 보잖아요. 우리는 유교적인 전통 때문에 왜 남의 얼굴을 집 안에 걸어놓느냐고 생각하죠. 우리 조상, 친척이나 가족이면 몰라도요. 또 기독교의 영향을 말씀드린다면 우상숭배하지 말라고 그러잖아요. 예수님이 아닌 인물을 집 안에 걸어놓고 매일 들여다보는 게 우상숭배라고 간주할 수가 있겠죠.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1958년 불과 7만원에 거래되었다가 덧칠을 벗고 복원을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으로 감정된 후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5000억원에 낙찰된 다빈치의 '구세주'(살바도르 문디).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자가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진위논란이 일자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진= 크리스티] 2024.09.03 art29@newspim.com

물론 서양의 기독교 가정에선 그런 일이 별로 없습니다만 국내의 이런 현상이 인물화를 꺼리게 만들었고, 특히 누드를 꺼리게 했다고 봅니다. 아마 인물을 집에 걸어놓지 않는 거는 무슬램 이슬람교가 가장 심할 거예요. 그들은 대부분의 조형예술이 아랍문자나 문양을 바탕으로 합니다. 사원에 가보세요. 그림이 안 걸려 있어요. 근데 그런 무슬림들도 작품을 살 때는 인물화를 사거든요. 예를들면 역사적으로 가장 비싸게 팔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회화 '살바도레 문디'(구세주)라는 작품은 예수님 초상화 아니에요? 물론 진위에 관한 논쟁이 뜨겁기는 하지만 누가 샀지요

김소전: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자죠.

김순응: 아랍의 왕자가 샀단 말이에요. 이해가 갑니까?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프란시스 베이컨, 루시안 프로이트같은 어마어마한 작가들 내지는 세잔 같은 작가들의 인물화는 세계 최고가에 팔린 작품들인데 대부분 아랍권에서 샀어요. 그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돼죠? 예술에조차 종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거는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것도 역시 쓴소리입니다만.

김소전: 연중 최대 미술이벤트인 키아프서울과 프리즈서울이 시작됐습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한지 벌써 세번째입니다. 프리즈는 아트바젤과 더불어 전 세계 양대 페어입니다. 두 페어가 돋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김순응: 좋은 지적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미술에 입문했던 30, 40년 전만 해도 아트페어가 굉장히 다양했어요. 지역마다 주요 도시마다 아트페어가 있었죠. 미국 주요 도시마다 있었고,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도 그랬죠. 그러나 지금은 바젤과 프리즈가 세계 아트페어를 석권했습니다. 이들 회사가 아트페어 시장을 거의 지배하고 있는데 둘 다 기업형입니다. 개인 회사예요.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게 이윤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돈을 버는 겁니다. 돈을 잘 벌기 위해선 치열하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치열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합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나 출품작을 굉장히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최상위 갤러리와 최고급 작품을 요구하는 거죠. 하다못해 그걸 어떤 식으로 전시할 거냐도 따집니다. 작품을 많이 팔 욕심에 벽면에 빈 틈도 없이 많이 붙이면 너무 상업적으로 보인다며 간섭합니다. 품격 등을 엄정히 심사해 거기에 미달하면 가차없이 탈락시키죠. 올해 프리즈나 바젤에 참가했다고 해서 내년에 또 참가하리란 보장은 없어요. 대기 중인 갤러리들이 많아 늘 새로운 갤러리들이 등장하죠. 이 같은 엄격한 심사기준과 좋은 작품, 명성 때문에 좋은 고객들이 모입니다. 고객은 작품을 보고 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바젤과 프리즈가 글로벌 아트페어 시장을 석권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전: 올해 프리즈서울은 조금 부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순응: 네,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있는 게 프리즈도 그렇고 거기에 참여하는 갤러리들도 그렇고 궁극적으론 비즈니스거든요. 비즈니스가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안 나와요. 아트페어에 참가하려면 부스대여료, 운송비, 보험료, 항공료, 체제비 등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나오는 것은 작품을 팔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겠죠. 그런데 한국 미술시장이 프리즈서울이 처음 열렸던 2년 전과는 많이 달라 불황이잖아요. 그들도 몸을 사릴 수가 있겠죠. 이거 나가도 되나? 손해만 보는 게 아닌가 하고 저울질을 합니다. 해외의 10여개 갤러리가 올해는 불참하고, 그 자리를 아시아와 한국 갤러리가 채웠다고 하죠. 그 빈자리를 우리 갤러리들이 맡아 선전하면 한국 갤러리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겁니다. 2027년에 프리즈와 키아프간 공동개최 계약이 만료되는데 그 후 상황은 아직 미정이라지요?

[서울=뉴스핌] 프리즈서울 개막에 맞춰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는 1관과 3관 그리고 한옥 전시관에서 함경아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를 개막했다. 사진은 국제갤러리 한옥에 걸린 함경아의 작품. [사진=이영란 기자] 2024.09.03 art29@newspim.com

김소전: 기업이 운영하는 바젤, 프리즈와 달리 한국의 키아프는 화랑협회에서 운영하잖아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순응:그게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죠. 개인기업은 이윤추구가 절대적인 목표예요. 반면에 키아프 주최측인 한국화랑협회는 화랑이라는 회원사들이 모여 한국의 미술문화 발전을 도모하자는 사단법인이지요. 그러면서 아트페어도 만들었어요. 회장을 한번 비교해보면 협회의 CEO회장 자리는 그 집단을 책임지고 이끄는 자리예요. 임기 2년의 명예직이고 급여는 없어요. 명예를 갖고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니까 치열할 수가 없죠. 내 회사에 명운을 거는 거랑 2년간 임기만 잘 채우면 되는 거랑 같을 수가 있겠어요? 선출직인데 모든 회원 갤러리가 규모와는 상관없이 총회에서1표씩을 행사합니다. 대형화랑이건 혼자 운영하는 군소갤러리도 똑같이 1표예요. 회장이 되기 위해선 모든 회원들한테 잘 보여야 돼요. 그런 위치다 보니 실력이 떨어지는 화랑더러 "작품의 질이 미흡하다" "디스플레이가 촌스럽다"라고 지적할 수 없는 거죠. 탈락시키는 것도 쉽지 않고요. 구조적으로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기업형인 바젤과 프리즈와 긴장감과 완성도가 차이가 나는 거죠. 두 업체가 세계 아트페어 시장을 석권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제 대만 일본 싱가포르가 아트페어 전문 기업인을 위촉해 새 페어를 론칭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옛날에 협회같은 단체에서 하는 페어가 많았는데 결국은 기업형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해 전문기업을 끌어들인 거죠.

김소전:잘 들었습니다. 2024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길 바래봅니다. 오늘도 미스터 쓴소리답게 쓴소리 많이 해주셨는데 우리 미술시장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보약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순응: 저도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게 편하지만 길게 보면 쓴소리가 발전의 디딤돌이 되더라고요. 제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애정과 열정 때문에 하는 쓴소리이니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고, 케이 팝과 케이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케이푸드, 케이뷰티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습니다. 미술 쪽도 곧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할 부분들을 아프게 꼬집어봤습니다. 귀 기울여주신 미술팬들께 감사드립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뉴스핌TV의 '리더에게 듣는다-김순응 편' 즐감하시고, 미술과 함께 충만한 시간 보내세요. <끝>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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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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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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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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