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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의성 산불'..."이런 불은 팔십평생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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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요 집걱정말고 어서 대피하시더, 가스꼭지는 저희가 다 잠갔니더"

[의성=뉴스핌] 남효선 기자 = 동해안에서 의성으로 들어가는 초입인 영덕상주고속도로 '영덕TG'를 갓 벗어나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목이 칼칼해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새봄을 맞는 연록이 아니라 안개처럼 희미하게 떠도는 연무다.

의성지역에 가까워질수록 연무가 짙어진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안계면 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숙지지 않고 사흘째 강풍을 타고 확산되고 있는 24일. 의성군으로 들어가는 '영덕상주고속도로' 주변과 군도 주변은 화마가 할키고 간 산림이 시커먼 잿더미로 변하고 사방에서 검은 연기와 탄화재가 강풍에 흩날리고 있다.

의성군 소재지인 의성읍을 중심으로 마을은 온통 연기로 뒤덮혀 대낮임에도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시가지에는 매캐한 재 냄새와 함께 탄화재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거리는 한산하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 화마 할퀴고 간 업2리마을...집 걱정으로 뜬 눈으로 지새

의성읍과 연접해 있는 업2리 마을회관 마당에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성군청 공무원들이 집집마다 돌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인들을 임시대피소로 대피시키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모친요 집 걱정일랑 마시고 얼른 저희와 함께 의성읍내 체육관으로 대피하시더. 집에 가스밸브는 저희가 안전하게 조치했으니 집 걱정일랑 마시소."

보행기를 끌며 마을회관으로 오던 고령의 할머니가 "집에 가서 가스 꼭지 잠가야된다"며 되돌아 선다. 젊은 남자공무원이 돌아서는 할머니를 다시 차량으로 안내하며 "가스밸브는 저희가 안전하게 다 잠그니더"라며 안심을 시킨다.

공무원들이 차량을 이용해 고령의 어르신들을 다독거리며 임시대피소로 빠르게 이동한다.

업2리 마을은 '의성산불'이 발화한 첫 날 한 차례 화마가 할퀴고 갔다고 한다. 당시 의성군청의 선제 조치로 이 마을 주민들은 의성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한 공무원은 "어르신들이 산불 첫 날에 체육관으로 대피했는데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운 어르신들이 집 걱정때문에 날이 밝자마자 귀가했다"며 "강풍을 타고 산불이 재차 마을 인근으로 넘어오고 있어 다시 대피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언제 다시 붙을 줄 몰라 불안하니더....마을농새랑 자두농새랑 우째 살아야할지"

한 차례 화마가 할퀴고 간 단촌면 상화1리 마을회관 앞에 주민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주름살이 깊게 패인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헬기가 물을 한바가지만 더 퍼붓고 가서도 괜찮을 터인데... 어제 불이 난 자리에서 다시 불길이 솟니더. 언제 또 마을로 들이닥칠지 애가 타니더."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이들 상화1리 마을은 전날(23일) 화마가 한 차례 할퀴고 지나갔다.

주민들은 바람이 마을쪽으로 향해 불자 의성군청의 안내로 임시대피소가 마련된 의성실내체육관으로 몸을 피했다가 날이 밝자 마을로 귀가했다. 저녁이면 다시 임시대피소로 돌아갈 요량이다.

"워낙 바람이 쎈데다가 우리 의성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산불로 난리인께... 헬기가 물을 퍼붇고 가면 진화대원들이 불씨를 말끔히 없애야 하는데... 바람이 불면 불 탄 자리에서 죽었던 불이 다시 살아나고 금새 불기둥이 치솟니더. 감당이 안되니더."

김종수(80)어르신이 마을 앞 산에서 다시 벌겋게 일어나는 불길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 쉰다.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방송 스피커에서 '주민 대피'를 독려하는 의성군의 다급한 방송이 이어진다.

마을 어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소방진화대원들이 불길이 솟는 야산을 향해 내닫는다.

"산불이 꺼져도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니더. 이틀째 마을 주변 밭으로 과수원으로 불길이 덮쳐 한 해 농사 망쳤니더."

 

 

 

상화1리 마을은 마늘농사와 자두 과수 농사가 주산물이다.

"산불이 바람을 타고 마늘밭과 자두밭을 훝고 지나가면서 마늘순이 산불 열기에 녹고 이제 막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자두나무를 산불에 다 녹았니더. 나무에 직접 불이 안 붙어도 열기가 지나가면 꽃이 안피니더" 하며 정우식(76) 어르신이 연기로 뒤덮힌 새카만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산불현장지휘소가 설치돼 있는 안평면사무소로 가는 길 주변 임야가 흉칙한 몰골로 탄화재를 풀풀 날리고 있다.

과수원 앞에 있는 농막으로 여겨지는 건물이 종이상자처럼 구겨진 채 시커먼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있다.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현재까지 주택 등 94채가 전소되거나 소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농산물이나 농업시설, 도로 등 공공시설물 등의 피해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 산불현장지휘소 설치 안평면사무소...의성 전역은 화염·검은 연기

이날 오후 3시. 현장지휘소가 설치된 안평면 소재지가 시커먼 연기로 뒤덮혀 있다.

면사무소 옥상에 걸려 있는 태극기와 의성군기(旗), 새마을기가 찢아질 듯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펄럭이는 깃발 너머로 다시 화염이 솟는다. 삽시간에 안평면 소재지 하늘이 시커먼 연무로 뒤덮힌다.

안평면사무소 초입에 자리한 정비공장에서 주인이 고무호스로 지붕 위에 물을 뿌리며 불길이 덮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묻어 있다.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요란한 경음을 울리며 재난상황을 알린다. 모두다 산불 발화에 따른 주민 대피를 독려하는 재난문자이다.

◇ 첫 발화지 안평면 재확산..."야야 집에오지 말고 안동 있거래이"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총리 직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후 4시쯤 현장 방문이 예정된터라 산불현장지휘소에는 산림과 소방, 의성군 공무원, 취재진들로 초만원이다.

이날 오후 5시30분. 다시 안평면사무소 인근 야산에서 새빨간 불길이 솟았다.

주민들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졌다.

"야야 집으로 오지말고 그냥 안동에 있거라. 여 다시 불이 붙었다. 안동서 집으로 오는 길도 못다닌다. 집으로 오지말고 불 꺼지거든 오너래이."

초로의 아주머니가 휴대폰을 귀에 대고 소리친다.

이날 오후 안평면 주변에 산불이 재확산되면서 안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4차선 국도는 통제됐다.

◇ 의성실내체육관 임시대피소...대피주민, 한평 실내텐트서 한숨만

임시대피소가 설치된 의성읍 소재 실내체육관에는 긴급 대피한 주민들이 실내 텐트에 몸을 의지한 채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방송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의성 산불' 사흘째인 24일, 산불 확산 인근 마을 주민 1550여명이 의성실내체육관과 학교체육관 등 6곳에 분산 대피해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있다.

 

의성군 공무원과 자원봉사단체, 전국에서 산불 현장으로 달려 온 구호단체와 기업 자원봉사자들이 산불을 피해 긴급 대피한 주민들을 지원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도 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경향각지에서 쇄도하고 있는 구호물품을 지역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임시대피소로 분배, 이송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하고 삽시간에 강풍을 타고 의성읍, 금성면 일원으로 확산되고 발화 3일째인 24일 단촌면, 옥산면 일원으로 확산된 데 이어 이날 오후 5시쯤 급기야 인근 지자체인 안동시 길안면 일원으로 확대됐다.

[경북=남효선 기자] 2025.03.25 nulcheon@newspim.com

사흘째 이어진 산불로 의성지역 주민, 요양환자 1552명과 안동지역 주민, 요양환자 1264명 등 2816명이 의성실내체육관과 안동도립요양병원, 안동체육관 등으로 대피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화한 산불이 사흘째 의성군 전역으로 확산되고 급기야 24일 오후 5시쯤 안동시 길안면 일원으로 확산됐다. 2025.03.25 nulcheon@newspim.com

앞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의성 일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요청하고, 정부는 24일 오후 경북 의성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남 하동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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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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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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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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