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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노믹스] ① '아베노믹스'의 유산과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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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기반 경제 정책 추진
정부가 직접 위기관리·성장 투자
민간 혁신 동력 약화 우려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는 스스로를 '아베노믹스의 계승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다카이치의 경제 구상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다. 아베노믹스의 유산 위에 '국가안보형 성장 전략'을 얹은, 보다 강경하고 국가 주도적인 모델이 바로 다카이치노믹스다.

◆ 아베노믹스의 유산 위에서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내놓은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대규모 재정 지출과 초완화적 통화 정책, 그리고 구조 개혁을 축으로 하는 이른바 '세 개의 화살' 전략은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에 일시적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본 경제는 다른 국면에 서 있다. 디플레이션의 그림자는 옅어졌지만, 고령화·재정 악화·저생산성의 그늘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가 내건 '아베 계승'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상징성과 정책 노선을 모두 계승해 경제를 자신의 핵심 정치 기반으로 삼고 있다.

다카이치가 강조하는 '적극 재정'은 경기 부양을 넘어 국가의 전략 자산을 확충하는 목적을 지닌다. 즉, 다카이치노믹스는 "성장을 위한 재정"에서 "생존을 위한 재정"으로 초점을 옮긴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21일 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

다카이치는 경제 정책의 중심 개념으로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제시한다.

위기관리 투자는 방위력 강화, 반도체·에너지·식량 자급력 확보 등 국가 안보 관련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기 경기 부양보다 '국가의 회복력'을 우선하는 접근이다.

성장 투자는 미래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 인공지능(AI), 첨단소재, 로봇, 우주, 핵융합 등 전략 기술 산업에 정부·민간 공동 투자를 추진해 중장기적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접근은 '경제안보 시대의 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가 시장의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모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유럽의 산업보조금 정책이 세제나 규제 완화 중심이라면, 일본의 다카이치노믹스는 정부의 직접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점이 다르다.

◆ "시장보다 국가"라는 철학

정책적 목표는 명확하다. 국가가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산업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은 전통적인 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거리가 있지만, 공급망 불안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된 오늘의 글로벌 환경에서는 일본판 '경제국가주의'로 해석된다.

다카이치의 경제 철학은 보수적 국가주의에 가깝다. 그는 "경제는 안보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는 1980년대 일본의 산업 정책 부활을 연상케 한다. 다카이치는 과거 총무상 시절부터 "민간의 자율에만 맡긴 경제는 위기에 취약하다"며, 정부의 전략투자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를 웃도는 국가 채무를 안고 있는 일본이 대규모 재정 투자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회의적이다.

다카이치노믹스가 성장을 달성하기 전에 부채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국가 주도의 투자 확대가 오히려 민간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지적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新) 아베노믹스'인가, '경제국가주의'인가

다카이치노믹스는 아베노믹스의 연속이자 변주다. 아베 시대가 통화 완화와 주가 부양을 통한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카이치는 전략 산업 육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중시한다.

이는 단기 부양보다 중장기 생존에 방점을 찍은 '경제안보형 아베노믹스'라 할 수 있다.

결국 다카이치노믹스는 "국가의 손길로 경제를 재설계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실험이다. 성공의 관건은 정부의 전략적 투자가 민간의 혁신을 견인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이 진정한 '경제 안보 국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와 시장 역동성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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