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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변수에 K-바이오 '현지화 가속'…글로벌 경쟁력 강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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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이어 삼성바이오도 美 생산거점 확보
기존 생산시설 물량 승계로 수익 기반 확대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자 국내 바이오 산업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잇따라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두 기업 모두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생산시설의 물량을 승계해 수익 기반을 넓힌 가운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주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로 인수 금액은 2억8000만 달러(약4147억원)이다. 인수 절차는 내년 1분기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간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꾸준히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존림 대표는 올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미국 공장 검토 사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9월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생산시설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락빌 생산시설은 총 6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으로 두 개의 제조동으로 구성돼 있다.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가능한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설 인수와 함께 기존 생산제품에 대한 계약을 승계하며 대규모 위탁생산(CMO) 물량을 확보했다.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인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첫 해외공장 인수다. 회사는 그동안 인천 송도를 기반으로 업계 최대 규모 생산능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생산능력은 1공장 3만 리터, 2공장 15만5000 리터, 3공장 18만 리터, 4공장 24만 리터, 5공장 18만 리터로 총 78만5000 리터에 달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를 완공해 132만5000 리터 규모의 초격차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초격차 생산능력만으로는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이 바이오의약품을 전략 산업으로 분류하며 관세와 리쇼어링 정책을 병행하자, 미국 내 생산 거점 유무가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미국 공장 인수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 송도와 미국 락빌을 연결하는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고객에 유연하고 안정적인 생산 옵션을 제공하겠다"며 "북미 고객과의 협업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별 공급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해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현지 거점 확보가 중장기 수주 경쟁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GSK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국 현지 생산을 선호하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신규 수주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인수는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수주 경쟁력 강화, 정체된 수주 총액을 다시금 가파른 우상향으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앞서 셀트리온 역시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관세 리스크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일라이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장 인수 대금은 3억3000만 달러(약 4600억원)로 초기 운영비를 포함해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증설비 7000억원을 더하면 총 1조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인수 예정 공장은 약 4만 5000평 부지에 생산 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이 갖춰진 대규모 캠퍼스다. 캐파 증설을 위한 약 1만 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확장을 통해 향후 시장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공장 절반은 릴리 제품을 생산하는 위탁생산(CMO)에, 나머지는 셀트리온 자체 제품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미국 생산시설 인수 배경에 대해 "미국이 의약품 고율 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메이드 인 USA' 생산기지 확보는 필수"라며 "직접 공장을 짓는 것보다 6년 정도 시간을 절감하고,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약 1조5000억원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이 언급한 시간 절감은 비용 문제를 넘어 시장 선점과도 직결된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생산 거점 확보 시점이 늦어질 경우 시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기존 공장 인수 방식을 택한 것은 이러한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201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총 11종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 1조453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33.6%를 차지했다. 램시마와 트룩시마를 비롯해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를 잇따라 출시하며 북미 시장 내 존재감을 키워왔다. 미국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세 리스크와 공급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기지 확보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셀트리온의 원가 구조 개선과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과 판매를 현지에서 일원화함으로써, 신제품 출시와 후속 파이프라인 확대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미 가동 중인 생산시설과 기존 물량을 함께 인수한 점은 단기적인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주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동시에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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