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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택정책, 일자리와의 연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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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기 전 거제시부시장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삶의 문제는 생활 안정이며 그 중심에는 일자리와 주거가 있다. 안정적인 소득 기반과 감당 가능한 주거 여건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다. 청년층과 신혼부부, 중산층에게 일자리와 주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정착의 조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주택 가격 상승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는 삶의 계획을 지연시키고 소비와 경제활동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활 안정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 차원의 고민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국가 경제의 활력과 도시 기능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구조적 과제로 확장되고 있다.

박환기 전 거제시부시장

주거 현실은 여전히 많은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2024년 기준 전국 가구 중 약 61.4%가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약 38%는 임차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에서는 주거 안정의 문턱이 높다. 서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30대 가구의 자가율은 36%에 불과하다.

주택 가격과 소득의 비율을 나타내는 PIR(Price-to-Income Ratio)을 살펴보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전국 평균 PIR는 약 6.3배로 연간 소득 전부를 모아도 약 6년 이상이 필요하다. 서울의 PIR는 13.9배에 달해 중간 수준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연간 소득을 모두 저축해도 약 14년이 소요된다.

세종시는 약 8.7배로 약 9년, 경기권은 약 7.8년이 필요하며 대전과 부산·대구 등 주요 광역시권 역시 7년 전후의 시간이 요구된다. 경상남도의 경우 PIR가 약 5.8배 수준으로 중간 수준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연간 소득 전부를 모아도 약 5~6년이 걸린다.

이는 전남 등 일부 지역의 PIR 약 3.1배, 약 3년에 비해서는 부담이 크지만 수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지역별 주택 구매 부담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 준다.

이러한 수치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보여 주는 동시에 지방에서도 주거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지방에서는 주택 가격 자체보다 소득 수준과 일자리 확보 여부가 주거 안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집값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착은 어렵고 이는 도시 기능 약화와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현재 국내 주택정책은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대규모 주택 공급, 대출 규제와 완화,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주택 수요와 노동시장, 산업 구조와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는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일자리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주택 공급이 일정 수준 확보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정착 인구가 늘지 않고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활력도 약화되고 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이나 특별공급 정책 역시 직주근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주택정책은 단기적인 공급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규 주택 공급을 산업단지, 공공기관 이전, 혁신 산업과 연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함께 제공하는 주거·일자리 연계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방 권역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택 공급, 교육·문화·교통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확충해 생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청년층과 신혼부부 주거 정책 역시 직주근접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불가피한 장거리 통근에 대해서는 교통비 지원 등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주택 재배치, 유휴 주택 활용, 임대주택 관리 체계 개선 등 유연한 정책 수단도 병행돼야 한다.

주택 정책은 단순히 건물을 공급하는 문제가 아니다. 주거와 일자리, 도시 기능과 경제적 생산성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 모두를 담보할 수 없다. 주택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있어도 안정적인 주거가 없다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정책의 목표는 분명하다. 주택과 일자리의 연계를 통해 청년층과 중산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주택정책은 이제 경제 정책이자 도시 전략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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