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수도권 레미콘 운송 중단으로 8일 건설사들이 타설 일정을 조정했다.
- 전면 셧다운 우려는 낮지만 장기화 시 골조·후속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 서울 공급망 약화로 현장BP 등 대체 공급체계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수도권 현장 공정 조정 나서
건설협회, 정부 중재 요청
도심서 수급 불안 반복 가능성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수도권 레미콘 운송 중단으로 건설 현장 곳곳에서 콘크리트 타설 일정이 조정되는 등 공사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서울 도심 내 레미콘 공장 감소로 공급망이 약화된 만큼 현장 배치 플랜트 등 대체 공급 체계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타설 공정 조정 나선 건설사들…"전면 셧다운은 아냐"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운송 중단 여파로 다수의 건설사들이 현장별 타설 물량과 공정 순서를 다시 조정하고 있다. 당장 공사 중단으로 확산한 것은 아니지만, 운송 중단이 길어질 경우 골조 공정 지연과 후속 공정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권 내 레미콘 운송을 중단했다. 이번 휴업에는 수도권 소속 조합원 8000여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운반비 개선을 위한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운송 노동자 고용 안정, 제조사 측 통합 단체교섭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우선 콘크리트 타설 공정을 미루거나 공정 순서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레미콘은 다른 건자재처럼 미리 만들어 쌓아둘 수 없는 자재다. 콘크리트를 섞기 시작한 뒤 90분 안에 타설하지 않으면 굳는다.
품질이 떨어진 레미콘은 전량 폐기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미리 제작해 보관하거나 대량으로 주문해두기도 어렵다. 타설 때마다 필요한 양을 정확히 계산해야 해 현장 근로자와 관리자에게 부담이 큰 자재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반도체 공사 현장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반도체 공장은 기초와 골조 공정에서 대규모 콘크리트 타설이 필요해 레미콘 공급 중단이 길어질 경우 공정 차질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파업 자체를 당장 대형 위기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운송 중단이 길어질수록 운송 종사자들도 수입 공백을 피하기 어려워 휴업이 오래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별로 타설 일정을 일부 조정해 단기 대응은 가능한 상황"이라며 "운송 중단이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운송 종사자들도 장기간 일을 멈추기는 쉽지 않아 당장 전면적인 셧다운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도 정부에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했다. 협회는 이날 국토교통부에 건의문을 제출하고 노조와 제조사 간 협상 재개를 위한 정부의 조정을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레미콘 반입이 전면 중단되면 주요 공종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지체상금 등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 첨단산업 전초기지 건설에 차질이 생길 경우 건설업계를 넘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노사 양측의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약 2주 전부터 양측이 대화할 수 있도록 중재 노력을 해왔다"며 "그동안 의견 대립이 커 직접적인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오후 양측 대표단이 조율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운송단가 협상 자체에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운송단가 협상은 양측의 수익과 관련된 사안이라 정부가 5%가 맞다, 10%가 맞다 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라며 "협상 내용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양측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협상의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 약해진 레미콘 공급망…현장BP 대안론 다시 고개
레미콘 공급망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관내 레미콘공장은 구로와 성수, 풍납 공장 철거 이후 세곡동과 장지동 두 곳만 남게 됐다. 2017년 702만㎥이던 추정 생산량은 올해 288만㎥로 58.9%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서울의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중은 61.2%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향후 착공 가능성이 높은 정비사업지는 114곳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사가 몰릴 경우 이번 파업과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은 사업 전반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수급 불안정을 막기 위해 공공 현장부터 민관 참여 레미콘 수급협의체가 정한 중요 관급공사 현장에 우선 납품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대상 현장 선정의 객관성과 형평성, 계약 및 관리의 복잡성 증가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박상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 건설 현장은 레미콘 납품 안정화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특정 단체에 소속된 레미콘사의 의존도가 높다 보니 대응에서의 취약성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현장배치플랜트(BP)가 거론된다. BP는 시멘트, 모래, 자갈 등 콘크리트 구성 재료를 현장에서 조합해 레미콘을 생산하는 설비다. 레미콘 믹서트럭이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교통 체증이 잦은 도심 현장에서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초기 비용 부담은 있지만 품질 확보와 폐기 자재 감축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 또한 지난해 BP 활용을 넓히기 위해 관련 제도 완화에 나섰다. 기존에는 시공자가 해당 건설공사에 필요한 레미콘을 생산·공급하기 위해 BP를 설치하는 방식이었으나, 법 개정을 통해 설치 주체를 발주자까지 확대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인근 건설공사 현장으로 레미콘을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레미콘 업계와의 갈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들은 BP 확대가 기존 건설자재 업체를 역차별하는 조치라며 반발해 왔다. 전명훈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미콘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현장BP를 설치·운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와 기준의 개정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관련 업계와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건설업 종사자들은 레미콘 운송거부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수도권 내 BP 설치요건 완화 등 레미콘 공급 안정화 방안을 건의한 상태다. 현행 제도에서는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레미콘 공급 중단 같은 긴급 상황에서 현장 자체 생산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또한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논의됐지만 갈등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지금처럼 불가피한 상황으로 건설 현장이 중단되면 사회적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보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