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 상급지 정비사업에서 시공사들이 분담금 유예와 저금리 조달 조건을 앞세워 조합원 확보 경쟁을 벌였다.
- 고금리·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조합원들은 브랜드보다 금융조건과 자금 조달 능력을 핵심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 기준금리 이하 대출·현금성 지원 등 과열된 금융 혜택은 위법 논란을 키우며, 자금력이 약한 중견 건설사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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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조달 가능한 대형사 유리
중견사 입지 축소 우려까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공사비와 금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조합원들의 선택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시공사들은 분담금 납부 시점을 최대한 늦추거나 이주비·사업비 조달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조합원의 체감 부담을 줄이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 "분담금 0원"까지 등장…상급지 조합원 잡기 총력전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상급지 정비사업지에서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들이 금융비용을 낮추거나 납부 시점을 늦춰 조합원의 체감 부담을 줄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추가 분담금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 조달 능력이 시공사 선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부각되는 조건은 분담금 유예다. 입주 시점의 추가 분담금 납부 시기를 뒤로 미뤄 당장의 현금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DL이앤씨가 추가 분담금 납부를 입주 후 최대 7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분담금 4년 유예 조건을 내걸었다.
개포우성7차 재건축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조합원 분담금 상환을 최대 4년 유예하고, 조합원 분양계약 완료 후 30일 안에 환급금을 100% 지급하는 조건을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분담금을 입주 시 100% 납부하거나 2년 단위로 최대 6년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주비와 사업비 조달금리를 낮추는 경쟁도 확산하고 있다. 압구정5구역에서 현대건설은 사업비 대여금리로 신잔액 코픽스(COFIX)+0.49% 확정금리를 내세운 반면 DL이앤씨는 신잔액 코픽스+0% 조건을 내걸었다.
성동구 성수4지구 재개발 수주전에서도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기 다른 조합원 이주비 조건을 앞세우고 있다. 양사는 추가 이주비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0% 수준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롯데건설은 조합원에게 최저 이주비 20억원을 보장하는 조건을 마련했다. 대우건설은 추가 이주비에서 발생하는 금리 차이를 시공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아예 시중 기준금리보다 낮은 '마이너스 금리'와 현금성 지원도 등장했다. 서초구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포스코이앤씨는 ▲동일 평형 입주 시 분담금 0원 ▲조합원 세대당 2억원 금융지원금 ▲조합 사업비 전액 CD금리-1% 조건을 묶은 금융 패키지를 제시한 바 있다. 경쟁사였던 삼성물산은 ▲사업비 CD+0% ▲이주비 LTV 100% ▲사업비 전액 최저금리 조달 등을 앞세웠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조합원 선호도가 있다. 금리와 공사비 부담으로 분담금이 커지면서 향후 실질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공사에게 표가 몰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공사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고, 장기간 이어지는 사업 특성상 금융비용이 최종 분담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인 정비사업은 금융권 대출로 사업비를 충당한 뒤 자금이 부족하면 조합원들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건설사가 아무리 공사비를 절감하더라도 자금 조달 측면에서 발생하는 금융 비용을 유심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현금성 지원에 위법 논란…중견사 입지 축소도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은 사업비 규모가 크고 고급화를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분양 수익과 자산가치 기대가 클수록 사업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짙기에,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금전적 기회비용을 시공사와 함께 지려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들은 단순히 브랜드나 설계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입주 시점에 실제로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를 가장 민감하게 따진다"며 "시공사들도 금융비용을 낮추거나 납부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는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이라고 말했다.
금융조건 경쟁이 과열될 경우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시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전·재산상 이익 제공을 제한한다. 금융기관 최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행위나, 아예 현금성 자산을 지급하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 조건에 지방자치단체가 경고를 하거나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입찰지침 변경한 사례도 있다. 금리 차이가 크지 않거나, 금융기관 조달 구조와 결합된 경우 이를 단순한 이익 제공으로 볼지, 당사자 간 사업조건 합의로 볼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기도 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무상으로 이자를 지원하는 것은 안 된다는 점이 명확하지만, 금리를 깎아주는 부분은 CD 금리를 평균 금리로 봐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 판단하기 애매하다"며 "당사자 간 합의로 볼 여지도 있어 시공과 무관한 이익 제공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법정에서 해석을 받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금융조건을 앞세운 수주전이 장기화될 경우 중견 건설사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는 자체 신용도와 금융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비와 이주비 조달 조건을 공격적으로 제시할 수 있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같은 수준의 조건을 내놓기 어려워서다.
하서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택지개발사업과 달리 재건축·재개발은 대형 건설사로의 수주 쏠림이 심한 상품"이라며 "고분양가에도 조합원의 추진 의지가 높고 대기수요도 두터워 사업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