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국 중고차 수출업계가 23일 호르무즈 해협 물류 불안과 운임 상승으로 5월 수출 물량이 전년보다 33.2% 급감했다.
- 해협 통항 차질로 저가·폐차말소 차량 수출이 사실상 전멸하며 평균 수출단가 상승도 저가 물량 이탈에 따른 착시라는 분석이다.
- 중동·CIS 의존 리스크가 커지자 업계는 알제리·대만 등 대체시장 개척과 선복 확보·운임 지원·수출단지 조성 등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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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통항 재개에도 운임·선복 불확실성 지속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국내 중고차 수출시장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한국 선사 운용 선박 일부가 해협을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다수 선박이 해협 내에 남아 있는 데다 중동 정세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통항이 일부 재개됐음에도 선복 부족과 운임 상승 부담이 이어지면서 저가 중고차와 폐차말소 차량 수출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중고차 수출대수는 5만995대로 집계됐다. 전월 6만651대 대비 15.9% 감소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3.2% 줄었다. 5월 실적으로는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중고차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2023년과 2024년 수준과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감소폭은 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5월 누계 기준 중고차 수출대수는 26만24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6%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금액은 2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32억1000만달러 대비 19.5% 감소했다. 대수 감소폭보다 금액 감소폭이 작은 것은 저가 차량 수출이 줄면서 평균 수출단가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5월 수출 감소의 표면적 원인은 주요 수출국 물량이 동시에 줄어든 데 있다. 전월 대비로는 리비아, 키르기스스탄, 알바니아, 시리아 등 상위권 국가로 향하는 물량이 각각 1000~2000대 안팎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리비아, 키르기스스탄, 요르단 등 중동·CIS 지역 주요 국가의 감소폭이 컸다.

◆통항 일부 재개됐지만 정상화는 아직…중동 물류 불확실성 지속
업계에서는 단순한 수요 부진보다 '물류 리스크'를 더 큰 변수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해상물류의 핵심 길목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란이 60일 동안 통항료 없이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위한 조치를 하기로 하면서 일부 선박 이동은 재개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대기 중이던 한국 선사 운용 선박 2척은 지난 22일 해협을 통과해 정상 항해 중이다. 다만 물류 정상화로 보기는 이르다. 이번에 통과한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이 승선하지 않았고 목적지도 한국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선박이 위험 구역을 완전히 통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동 정세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군은 지난 2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종전 합의 후속 협상에서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선사들이 해협 통항을 고위험 항로로 보는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중고차 수출은 신차나 고가 화물보다 해상운임 변화에 민감하다. 차량 가격 대비 운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폐차말소 차량이나 저가 세단, 노후 상용차 등은 운임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수출 자체의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차량을 확보해도 배를 구하지 못하거나 도착 시점이 불투명하면 바이어가 구매를 미루는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5월 중고차 수출 통계 분석 자료에서 "해상 물류 때문에 애로를 겪는 수출국가의 대표적 사례가 알바니아"라며 "과다한 운임이나 운송시간의 과다 소요로 바이어들의 불만이 매우 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량 가격보다 현지 도착 가능 기간을 확인해 구매 오더를 결정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홍해를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우회하는 컨테이너선에 수출차가 실리면 도착 기간이 3~4개월까지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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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말소 수출 255대 그쳐…평균 단가 상승은 '착시'
5월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폐차말소 수출 급감'이다. 지난 5월 폐차말소를 통한 중고차 수출대수는 255대에 그쳤다. 전체 중고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다. 최근까지 폐차말소 수출이 적게는 월 4000대, 많게는 1만~1만3000대 수준까지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수준이다.
폐차말소 차량은 통상 파쇄돼 재생부품이나 고철로 처리되지만 일부는 완성차 형태로 해외에 수출된다. 관세청 통관 지침상 승용차는 폐차의 해외 수출이 가능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수출이 가능할 경우 단순 파쇄보다 수익성이 높아 폐차업체들이 해외 판매 기회를 우선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신 소장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최근 해상운임 급상승으로 폐차 수출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폐차 수출을 많이 하던 외국인 소유 폐차장 마당에 폐차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그는 "폐차업체들은 단순 파쇄보다는 해외 수출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최대한 수출로 전용할 기회를 기다린 뒤 최종적으로 수출이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되면 파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폐차용 중고차 매매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5월 평균 수출단가 상승도 긍정 신호로만 보기 어렵다. 5월 대당 수출단가는 1만800달러로 전월 9800달러보다 10.7% 올랐다. 1~5월 누계 기준 평균 단가도 9800달러로 전년 동기 8600달러 대비 14.4% 상승했다.
겉으로는 수출단가가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고부가가치 차량 수출이 크게 늘었다기보다 저가 폐차·저가 중고차 물량이 빠지면서 평균값이 올라간 영향이 크다. 수출 체질 개선보다는 저가 물량 이탈에 따른 착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중동·CIS 의존 리스크 부각…대체시장·물류 지원 필요
국가별 수출 구조 변화도 부담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시리아 내전 종식 이후 튀르키예, 시리아, 요르단, UAE 등을 통한 특수 수요가 있었다. 올해는 해당 물량이 사라지면서 전년 대비 감소폭이 커졌다. 특히 튀르키예향 수출은 시리아 우회수출 제한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UAE와 요르단향 수출도 중동 정세와 현지 수입 규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러시아향 우회수출 구조 변화도 변수다. 러시아 정부가 우회 수입 차량에 대한 재활용세 추징을 강화하면서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을 거치는 물량 감소 가능성이 커졌다.
신 소장은 "러시아향 직수출은 늘고 인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60마력 이하 개인 통관 차량은 재활용세 부과가 극히 미미해 러시아 직수출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배기량 2000cc 이상이거나 전기차 등 우리나라에서 상황관리 품목으로 지정된 차량은 러시아 직수출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160마력 이상 차량은 재활용세가 크게 높아 시간이 흐를수록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체 시장 발굴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알바니아, 알제리, 이집트, 대만 등은 최근 한국산 중고차 수요가 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특히 알제리는 2023년 5월 한국산 중고차 수출이 시작된 뒤 2026년 1월 월간 1000대를 넘겼고, 지난 5월에도 다시 1000대를 넘어섰다. 대만은 평균 단가가 4만달러 안팎인 고가격 중고차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 소장은 "EU나 기타 동유럽에 대한 한국 중고차 수출은 아직 역사가 길지 않다"며 "국가별 수입 규제의 정확한 내용이나 시장 특성, 물류 경로 등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이 많아 의욕 있는 사업체들이 연구해 도전해볼 시장"이라고 밝혔다.
정책적 지원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계는 선복 확보와 해상운임 부담 완화, 항만 내 수출단지 조성 등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인천 항만 지역 일부를 중고차 수출 특구로 지정해 수출단지 조성과 물류 지원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물류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차량 보관, 검사, 통관, 선적까지 이어지는 수출 절차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