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중국 취푸서 9월 말 임시정부 사진전 열렸다.
- 금교 잡지가 한중 연대와 독립운동 기록했다.
- 인의예지신으로 임정 중국 27년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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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산하가 증명한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중국 세월' 사진전
9월 말 중국 산둥성 취푸(曲阜, 곡부)에서는 공자 탄생 2577주년을 맞아 국제공자문화제와 니산세계문명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공자박물관 한쪽에 '특별한 사진전'이 마련됐다. 공자 문화제와 니산 포럼은 매월 산동성이 개최하는 행사인데 올해는 사진전 행사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공자의 고향 취푸에서 한국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를 끌었다. 뉴스핌 기자는 지난 주말 베이징서 두어시간 거리 취푸의 3공(3孔, 공묘 공부 공림)과 공자 문화제 활동 준비상황을 돌아보고, 27일 '특별 사진전'을 취푸의 공자박물관 현장을 찾아 직접 취재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뉴스핌 기자가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시대별 역사 전시와는 다른 전시 구성 방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 임시정부의 역사를 단순한 연대기나 이동 경로로 나열하지 않고, 한국과 중국인 모두에게 익숙한 유교의 핵심 가치를 내세워 설명하고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기관은 중국 국무원이 주관하는 산둥성 잡지 《금교(金橋)》다. '한중 우호를 위해 황금의 다리를 놓는다'는 취지로 한중 민간 교류와 경제·문화 분야를 다뤄온 전문 잡지답게, 이번 '임정 사진' 전시는 책 속에 갇힌 역사를 현장으로 끌어냈다는 점이 돋보였다.

'금교' 취재진은 상하이와 자싱, 항저우, 충칭, 치장 등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유적지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자오 총편집은 전시장 현장 인터뷰에서 "현지에서 옛 사진과 문헌을 수집하고 관련 인사들을 인터뷰했으며,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털어놨다. 사진 한 장, 낡은 문서 한 장에서 발로 뛰고 확인한 취재의 흔적이 묻어났다.
'산하가 증언한다, 임정의 중국 내 세월' 전시는 1910년 일본의 한반도 강제 병합과 1919년 3·1운동,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임시헌장과 임시정부 공보, 독립공채 등의 자료가 잊고 지냈던 망국과 독립운동의 치열한 역사를 상기시켜준다.
'인(仁)'을 표제로 내세운 첫 항목에서는 중국 각 분야의 인물들이 김구 등 임시정부 관계자들을 도운 한중 연대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다. 바로 옆의 '의(義)' 항목에서는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의거와 한중 공동 항일투쟁의 역사를 보여줬다.
또 '예(禮)' 항목에서는 임정이 독립운동 조직을 넘어 정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모습을 조명했고, '지(智)' 항목은 광복군 창설 등 급박한 국제정세에 대한 독립세력의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정당들간의 통합과 연대는 오늘의 한국 정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했다.

마지막 '신(信)' 항목은 임시정부 2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와 함께 한중 간의 연대와 두터운 신뢰를 주제로 다뤘다.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이 남긴 '음수사원(飲水思源, 물을 마실땐 그 근원을 생각한다) 한중우호'라는 장내 전시물이 이번 사진전의 의미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공자의 고향, 공자의 박물관에서 사진전으로 만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중국 내 27년 세월은 마냥 과거에만 머물지 않았다. 유교의 '인의예지신'을 통해 되살아난 임정의 역사는 한국과 중국이 공유했던 과거의 고난과 연대의 기억을 오늘의 일로 되살렸다.
1919년 상하이에서 시작해 항저우와 충칭 등 중국 각지를 옮겨 다니며 1945년 광복을 맞기까지 27년. 그 길을 중국의 젊은 기자들이 다시 따라갔다. 빛바랜 흔적을 찾아내고, 숨은 자료를 확인하고, 사람들의 기억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사진과 문서, 영상으로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인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이 전시는 단순히 '한국 독립운동사를 중국에서 소개하는 행사'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중국 기자들이 한국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찾아 기록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중 교류의 새로운 지향과 함께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창처럼 느껴졌다.

한중 문화 교류를 이야기할 때 K팝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날 전시를 둘러보면서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은 훨씬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와 기록, 학술과 미디어 교육, 그리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현장들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호진 주중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한국문화원장은 관람 뒤 "오늘 임정의 역사 기록물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신뢰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축적을 통해 다져진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임정 사진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인·의·예·지·신'이 모두 지나고 전시장을 총결산하는 단원에 도착했다. 전시회 맺음말 중 첫번째 구절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았고 오랫동안 귓전에 맴돌았다.
'역사는 바꿀 수 없지만,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