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프랑스 정부가 7일 디젤 1000만배럴 방출을 밝혔다.
- 전국 학생 시위와 생활비 부담을 낮추려는 조치다.
- 정부는 430억유로 긴축과 재정적자 축소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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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달래면서 430억유로 긴축…국채금리는 2002년 이후 최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프랑스 정부가 급등한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략 비축 디젤(경유) 1000만배럴을 시장에 방출한다. 교육 투자 부족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디젤 가격을 낮춰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채권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430억유로 규모의 재정 긴축을 추진해야 해 프랑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7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전략 비축 디젤 1000만배럴을 매입 원가에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방출하는 물량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확보한 것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비축유 방출로 주유소의 디젤 가격이 리터당 12~18유로센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전국으로 확산한 학생 시위에 대해서도 "이들의 분노는 아무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라며 잇따른 위기로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을 인정했다.

◆ 민심 달래면서 430억유로 긴축…국채금리는 2002년 이후 최고
프랑스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요 7국(G7)은 지난주 총 1억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비축분을 시장에 풀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중동의 공급 차질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세계 석유제품 시장은 심각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특히 디젤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시장에서는 높은 석유제품 가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정부의 비축유 방출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학생 시위가 맞물리며 사회적 불만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교육 환경 개선과 투자 확대를 요구하며 이른바 '검은 주간(semaine noire)'으로 불리는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8일에는 수백 곳의 학교가 문을 닫을 예정이며 여러 도시에서는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위대는 수년간의 투자 부족으로 학교가 과밀해지고 시설이 낡았으며 교사와 교육 자원도 부족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 진압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초 15세 소년이 경찰이 사용한 섬광폭음탄으로 손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해당 장비의 사용을 중단했다. 사고 이후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학생들의 불만은 교육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활비와 임금, 공공서비스 악화, 정치적 혼란, 이민과 치안 문제 등을 둘러싼 불만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을 풀어 민심을 달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프랑스 국채가 글로벌 채권시장 매도세 속에서 주요국 가운데 특히 큰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벤치마크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약 1.26%포인트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독일 국채 대비 프랑스 국채의 위험 프리미엄도 거의 두 배로 확대됐다.
프랑스 10년물 국채(OAT) 수익률은 최근 4.9% 부근까지 상승했다.
르코르뉘 정부는 채권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약 430억유로(481억달러) 규모의 공공지출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의회다. 르코르뉘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어느 정치 세력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이후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총리가 6명이나 교체됐다.
시장에서는 르코르뉘 정부가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긴급 권한을 사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과거 정부들이 이를 이용해 예산안을 강행하다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르코르뉘 총리는 재정 건전화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늘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앞으로 훨씬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의회의 책임이며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필요한 타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의 애국심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4%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2027년까지 5%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 문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이번 주 연설에서 집권할 경우 18개월 안에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아래로 낮추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아직 이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비데 오넬리아 TS롬바드 유럽·글로벌 거시경제 담당 이사는 "시장은 여전히 그의 약속을 믿지 않고 있으며, 그것이 맞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르펜의 발언 직후 프랑스 국채 금리는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는 곧 연설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한쪽에서는 고유가와 생활비 부담, 교육 환경 악화에 불만을 터뜨리는 국민을 달래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정적자 축소를 요구하는 채권시장을 안심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디젤 비축유 1000만배럴 방출은 당장의 생활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430억유로 규모의 재정 긴축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