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2일 공소청 출범과 개정 형소법 시행 한 달 만에 증거 공백이 드러났다.
- 검사 직접수사권 폐지로 추가 증거 확보 절차가 복잡해져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 경찰·법원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 당사자 권리 지연을 막아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법은 시행일이 되면 바뀐다. 하지만 재판에 필요한 증거가 시행일에 맞춰 법정에 도착하는 건 아니다. 개혁의 시계와 법정의 시계는 처음부터 같은 속도로 돌지 않는다. 지난달 2일 공소청 출범과 함께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지 한 달, 그 시차가 법정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한 검사는 재판에 필요한 세금계산서합계표 일부가 빠져 있어 국세청에서 받아 제출하려 했는데, 재판부가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라고 안내했다고 지적했다. 검사가 법원에 신청서를 내면 법원이 다시 국세청에 자료를 요청하는 절차다. 예전 같으면 검사가 직접 확보해 냈을 자료가 이제는 법원을 한 번 거쳐야 하는 셈이다. 그사이 재판은 한 박자씩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없앴다. 수사와 기소를 나눠 한 기관에 쏠린 권한을 분산하자는 취지였고, 그 방향 자체는 분명했다. 다만 시행 한 달 만에 법정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짚지 못한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판 도중 새로운 증거가 필요해지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해 제출하느냐는 것이다.

형사재판은 처음 제출된 증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하고, 이미 낸 자료가 믿을 만한지 확인하려면 원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예컨대 카카오톡 대화 일부가 증거로 제출됐다고 해 보자. 피고인 쪽에서 앞뒤 맥락을 잘라낸 것이라며 전체 대화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CCTV 역시 범행 장면만 담긴 영상과 그 전후 상황까지 담긴 영상은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이런 추가 증거는 유죄를 뒷받침할 수도 있고, 거꾸로 무죄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개정법은 검사가 공소유지 등을 위해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얻은 진술과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쓰는 데는 제한을 뒀다. 증거를 모으는 일과 쓰는 일을 엄격히 구분하겠다는 뜻이지만, 현장에서는 애매한 상황이 생긴다. 검사가 자료를 확인할 수는 있어도 그걸 곧장 법정에 증거로 낼 수는 없으니, 적법한 증거로 만들려면 또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절차는 누가 맡아야 할까. 경찰에 맡긴다면 기존 수사 업무에 더해 공소유지를 지원할 인력과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 법원이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으로 자료 확보에 나서는 방법도 있지만, 재판부가 증거 수집에 깊이 관여할수록 중립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유무죄를 판단해야 할 법원이 수사기관 역할까지 떠맡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를 갈라놓은 뒤 그 사이를 이어 줄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지 지금 다시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최근 만난 한 부장판사는 형사사법제도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시간'을 강조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할 때도 법조계의 우려와 반발이 컸지만 결국 제도가 자리를 잡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예전의 지휘·복종 관계에서 협의와 협업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 왔다고 했다. 새 제도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분은 그때그때 고쳐 가면 된다는 얘기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익숙한 질서가 바뀌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혼선은 피하기 어렵고, 시행 초기에 드러난 문제를 모두 실패로 볼 수도 없다.
다만 제도가 자리 잡는 시간과 재판 당사자가 견뎌야 하는 시간은 같은 시계로 잴 수 없다. 국가기관에 한 달은 업무 체계를 정비하는 기간쯤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배상과 피해 회복이 그만큼 늦어지는 시간이고, 피고인에게는 유무죄 판단을 기다리며 버텨야 하는 시간이다.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재판이 길어지면 그 부담은 제도를 설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법정에 선 사람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돌이켜 보면 수사권 개편을 둘러싼 논쟁은 주로 어느 기관이 얼마만큼의 권한을 갖느냐에 쏠려 있었다. 권한을 나눴다고 해서 책임까지 흩어져서는 곤란하다. 검찰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누가 해야 하는지, 경찰이 맡는다면 어떤 절차와 인력이 필요한지, 법원이 관여한다면 재판의 중립성은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으면 기관마다 '우리 권한 밖'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사이에서 재판 당사자는 어디에 해결을 요구해야 할지조차 알기 어렵다.
개혁의 성패를 따지기에 한 달은 짧은 시간일지 모른다. 그래도 그 한 달 동안 법정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권리 구제는 제도가 안정될 때까지 미뤄 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낯선 제도를 익숙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겠지만, 비어 있는 증거의 자리까지 대신 채워 주지는 않는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