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제2공화국 국회는 10월 11일 시위대 난입과 치안 불안에 휩싸였다
- 신파와 구파는 상대를 배신자와 파렴치범으로 몰아 타협을 막았다
- 의회 자율성과 규율 상실은 5·16 군사정변의 개입 명분을 제공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2편: 제2공화국 내각책임제의 실험과 또 한번의 좌절
제2공화국 국회 언어의 해부
제2공화국 국회 속기록이 보여주는 언어의 파탄은, 일상언어철학의 언어행위이론과 정치심리학의 집단파라노이드(Collective Paranoia) 분석 틀을 통해 그 구조적 실체를 가장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독재 정권의 물리적 억압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제2공화국 의회 언어는 숙의의 제도화를 이루지 못하고 끝내 파멸하고 말았는지 살펴보자.
존 오스틴(J. L. Austin)이 정립한 언향적 효과는 발화가 청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압박과 공포를 측정한다. 제2공화국 의회 속기록에서 P-1은 역설적인 형태로 작동했다. 정부가 대중을 억압하기 위해 휘두르는 공포 대신, 거리의 군중과 혁신계 세력이 언제든 의사당을 덮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실존적 불안감과 치안 마비의 공포가 원내 발언을 지배했다.
10월 11일 본회의장에 난입한 시위대의 처단하라, 처형하라는 살벌한 언향적 폭탄은 국회의원들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켰고, 법무부장관의 공산 세력의 혼란 조성 발언은 사회적 비상사태 심리를 부채질하며 정상적인 법안 심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존 설(John Searle)의 발화수반 행위론에 따르면, 건강한 의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은 객관적 사실과 경험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참과 거짓을 검증하는 진술이어야 한다.

그러나 제2공화국 국회 속기록에서 신파와 구파 의원들은 상대방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신 권력 도둑, 국민에 대한 배신자, 독선적 분파주의자라는 도덕적 사형 선고형 선언을 남발했다. 정당한 적합성 조건을 결여한 채 상대를 정파적 동반자가 아닌 공존 불가능한 파렴치범으로 규정한 이 배제의 언어는, 의원내각제의 생명선인 연립정부 구성과 타협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퀜틴 스키너(Quentin Skinner)가 통찰한 규범적 왜곡은 보편 규범어를 특정한 정파적 이익을 관철하는 무기로 전유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제2공화국 국회에서 4·19 혁명과 민주주의라는 최고의 헌정적 규범어는 철저히 파편화되고 오염되었다.
신파에게 혁명 정신은 단독 조각을 합리화하는 방패였고, 구파에게는 장면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공격의 창이었으며, 원외 군중에게는 소급입법 개헌을 강요하는 면죄부로 악용되었다. 모두가 4·19 혁명을 소리 높여 외쳤으나, 그 누구도 혁명이 요구했던 의회민주주의의 절차와 법치주의의 룰을 존중하지 않았다.
제2공화국 국회 언어의 가장 치명적인 질곡은 의원내각제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작동해야 할 숙의와 타협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의 분당, 내각 인준의 정략적 부결, 그리고 무엇보다 원외 폭력에 굴복하여 사법부 독립과 형벌 불소급이라는 근대 헌법의 주춧돌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대의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을 완전히 포기했다.
1편에서 소개한 영국 하원의장 아서 온슬로가 구축했던 엄격한 호칭 규범과 질서유지권, 토머스 브래킷 리드가 확립했던 원내 규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곽상훈 의장의 온정주의적 계도와 무력한 호소는 고함과 삿대질을 제어하지 못했고 국회는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리며 외부 군부 세력에게 개입의 명분을 헌납했다.

2편을 마치며
제2공화국 9개월의 국회 속기록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에 지울 수 없는 뼈아픈 역설을 남긴다. 독재 권력을 걷어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저절로 꽃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에티켓과 절제, 의장의 강력한 질서유지권, 그리고 상대 파벌과의 제도적 타협이라는 내부적 규율이 결여된 자유는, 결국 무제한적인 삿대질과 원외 폭민 정치에 대한 굴복이라는 또 다른 파국을 낳았다.
굶주림과 절대빈곤 속에서 터져 나온 민중의 절규는 의회 담장을 넘어 단상 점거라는 직접행동으로까지 분출되었으나, 정치는 이를 제도적으로 수렴해 낼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절박한 민생의 아우성과 거리의 무질서, 그리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의회의 언어적 무능이 위험한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질서와 효율을 앞세운 군홧발이 의사당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제2공화국 국회의 실패는, 언어의 자율적 품격과 규율을 상실한 의회가 어떻게 민주주의 자체를 질식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준엄한 헌정사적 경고다.
만약 5·16 군사정변이라는 비헌정적 단절이 없었다면, 제2공화국은 과연 파벌의 늪과 사회적 무질서를 딛고 일어서 민주주의의 튼튼한 제도적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까.
이 물음은 오늘날까지도 한국 헌정사에 무거운 회한과 질문을 남긴다. 미완의 내각책임제 실험이 제도적 자정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탱크 앞의 강제 해산으로 멈춰 서면서, 신생 민주주의가 스스로 치유하고 성숙해 갈 기회 역시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제3편에서는 제2공화국의 붕괴 이후 군사정권의 권력 재편과 제3공화국 국회의 언어를 집중 분석한다. 조국 근대화와 국가주의적 경제개발이라는 효율의 담론이 국회 속기록을 어떻게 재편했는지, 그리고 삼선개헌과 유신으로 치닫는 권력 연장의 과정 속에서 면책특권의 성역과 의회의 자율적 언어가 다시 어떤 방식으로 위축되고 변질되어 갔는지를 객관적 기록을 통해 추적해 보고자 한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