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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실의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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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열 손가락에 끼워 하는 실뜨기는 오락 기구가 별로 없던 시절의 즐거운 놀이였다. 이렇게 하면 쟁반이 되고 저렇게 하면 장구가 된다. 서로 마주 보며 하는 놀이이기에 앞사람의 가슴에서 별이 그려질 때 그의 마음마저 별 같았다. 나는 별의 마음을 받아 젓가락을 만든다. 그는 젓가락을 받아 베틀을 만든다.
무언의 침묵 속에 하는 것이기에 더욱 좋았다. 놀이 후엔 메아리가 번지듯 여운이 깊었다.
몇 십년의 공백을 두고 실뜨기가 떠올라 검색을 했더니 그 놀이가 퍼진 곳이 엄청났다. 알래스카,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 뉴 기니아 등등까지 퍼져 있었고 그 유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실로 만드는 모양도 가지각색으로 2000~ 3000 가지는 된다고 한다. 주술로 시작되어 놀이로 번졌다는 말도 있다. 어린 시절에 심심해서 하던 놀이가 범인류적이라는 사실이 반갑고 경이로왔다. 실뜨기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며 신비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곤 했다.
초에 들어간 심지도 실의 일종이다. 실의 용도는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심지 없는 초가 쓰이다가 로마 시대에 들어서 심지가 들어간 초로 변했다고 한다. 초의 원료도 동물의 지방에서 밀랍, 향유고래 기름을 거쳐 현재는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핀을 쓴다 하니 초의 역사도 알록달록하다.
심지와 더불어 초가 녹아 줄어들기에 초는 어둠을 밝히는 실용성을 너머 희생의 상징으로서 인류 사회를 포근하게 해왔다. 초는 기도와도 통하며 감동적인 노래 <소녀의 기도>와도 어울린다. 아로마 양초는 향의 세계마저 안겨 준다.
실은 연을 따라 하늘을 날기도 한다. 실이 없다면 연은 불가능하다. 대나무를 썰어 나온 가지에 구멍 뚫린 종이를 바른다. 그것을 허공에 띄워 바람을 타고 날게 한 것이 연이다. 하늘의 연은 연실에 의해 지상과 연결된다. 땅 위에 서거나 들판을 달리면서 손에 쥔 얼레를 돌리면서 하늘의 연을 조종하는 것이다.
얼레는 일종의 리모콘이다. 땅에서 하늘을 조종한다는 부푼 꿈마저 주는 것이 연날리기이다. 새처럼 바람을 타고 날고 싶은 꿈을 연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룬다. 아이들이 잘 느낄 것이며 그런 아이들에게 연을 띄워주면서 어른들도 간접적으로 느낀다. 실은 하늘과 땅을 잇는 동시에 어른과 아이를 잇는다. 실뜨기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잇고 양초의 중심에 심겨 희생적인 경외감을 선사하는 한편 하늘과 땅, 이웃과 이웃을 잇는 대동의 마음도 주는 것이다.
그러한 실은 천과 어우러져 자수의 세계를 빚기도 한다. 색색의 실들이 부드러운 천 위에서 정성스런 손길에 의해 그림이 되어 간다. 자수가 빠지면 우리 나라의 전통 사회는 맹숭맹숭할 것이다. 한옥의 내부에 건조한 가구들만 차지할 뿐 공허할 것이다. 십장생이나 매난국죽을 자수로 뜬 천이나 병풍이 한옥의 내부를 드문드문 채워 우아함과 화사함을 짙게 한다.

나의 어머니가 놓은 자수이다. 시집오기 전인 19살 즈음에 한 거라는데 고향집의 장롱에 60 여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색채가 다소 바란채 옛모양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그 자수에 대해 묻자 어머니는 꺼내 오더니 소녀처럼 즐거워하며 공작새, 바위, 장미 등을 한뜸 한뜸 놓아가던 얘기를 들려주고는 회상에 잠긴다. 쟁반과 장구, 별의 세계 등등으로 이끌어 주던 어머니는 자수를 통해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세계 즉 미지의 근원으로도 아련하게 이끌어간다. 어머니의 인생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여겨진다.
의복 뿐 아니라 이처럼 실뜨기, 초, 연, 자수 등등에 필수적인 근간이 되는 실은 그리이스 신화에서도 발견된다. 아리아드네의 실이 그것이다.
크레타의 공주인 그녀의 이름도 예쁘고 실이 주는 서정성도 깊어서 그 어휘만으로도 탄성을 잣게 하는데 그 정황을 알면 더욱 매혹적이다.
크레타의 전설적인 왕인 미노스에게 불행이 닥친다. 왕비가 황소와 통정을 해서 괴물을 낳은 것이다. 크레타를 이토록 험담하는 것을 보면 크레타와 적대 관계에 있는 아테네의 입장에서 쓴 것임이 분명하다. 즉 그리이스 신화의 상당 부분이 크레타 문명에서 미케네 문명으로 이전하여 미케네 시기에 쓰여졌다고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노스 왕은 화가 나 그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궁을 짓게 한다. 그때까지는 힘이 있었기에 아테네로부터 인신공양을 받는데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제물로 위장해 미궁으로 들어간다. 테세우스는 적국의 미궁에 들어와 괴물과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여기서 졌다면 아테네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기에 그 사실이 신화로 뻥튀기 될 이유도 없다. 신화는 크레타 위주로 쓰여지거나 크레타와 아테네 둘 다 지리멸렬하다면 역사에서 기억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신화화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도처에 넘쳐 있고 정착 생활을 시작한지 몇 천년이나 지난 인간은 인지능력이나 상상력이 더욱 탁월해졌기 때문이다.
테세우스의 승리가 되도록 엮어질 것인데 그것에 결정적인 동기를 주는 것이 실이다. 즉 아리아드네 공주가 실을 테세우스에게 주는 것이다. 미궁에 들어가서 괴물을 퇴치하고 나올 때 그 실을 따라 나오라고.
바로 그 실에 의해 테세우스는 임무를 완성하고 살아나온다.
그 후 테세우스는 은인인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또다른 여정의 길을 간다. 그 이후로도 이야기는 실타래처럼 얽히고 풀어지길 반복하면서 그리이스 인들의 가슴을 물들임과 동시에 그후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물들여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아름다운 신화 역시 실이 없으면 애초 불가능하다. 실은 어느새 신화마저 짜는 구성 요소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실은 그후 철학가나 문학가 등등에 의해 수없이 변주되며 사유와 상상을 넓히고 감동을 불러일으켜 왔다. 로마의 세네카, 독일의 니체, 프랑스의 앙드레 지드 등등에 의해 새롭게 형상화된 것 외에도 누구나 그 황홀한 실뜨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장황하게 썼는데 요약하자면 실은 의복의 기초가 됨으로써 우리의 몸을 따스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문화의 기초를 이루는 튼실한 요소라는 것이다. 신화, 철학, 문학 등등에서 실이 빠지면 허리띠가 없는 바지 같을 것이다.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은 지금 우리가 사는 문화의 중심 키워드 중의 하나를 이룬다.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의 SNS를 통해서 무수한 스토리텔링이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생성되고 있다.
그에 따른 긍정성과 부정성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뿌리 없는 스토리들의 창궐로 인해 마음의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자칫 그 홍수가 떠밀려갈 위험도 있다.
그 양쪽을 두루 보면서 나는 풍부해지는 스토리텔링의 하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실 말고도 무수한 요소들이 스토리텔링의 하부를 이룬다. 실은 그 중의 하나의 예일 뿐이다. 그럼에도 실 역시 중요하여 실이 빠지면 우리 몸에서 옷이 사르르 벗겨지듯이 문화의 옷이 어느 정도 사르르 벗겨질 것이다.
그 하부 즉 골간에 마음의 눈길을 돌릴 때 필자가 쓰는 것 같은 이러한 글쓰기 즉 스토리 텔링도 가능할 것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색다른 글쓰기의 하나는 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다. 떠돌거나 부유하는 스토리 내지 담론에 마냥 휩싸이진 말고 그것들의 아래 즉 뿌리 부분을 보자는 것이다. 공허할 수 있는 부분들을 날리고 뿌리 격에 해당하는 견실한 소재나 재료들을 찾아 자신만의 스토리텔링, 자신만의 해석,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기쁨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역사와 사회는 범상치 않아서 지배력을 갖는 담론들이 있다. 그것들이 삶과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중요한 가치들을 훼손시키며 강압적이든 은근하든 확산되는 경우가 있다. 부정성을 띤 지배적 담론이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삶과 문화를 잠식하고 있다면 그에 대항해 우리 고유의 미덕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의 뿌리에서 올라오는 정체성의 글쓰기는 실존적 미학적 저항이며 윤리를 위한 무기이자 성채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실은 가늘고 약해서 별로 큰 의미를 받아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명주실을 얻기 위해선 누에가 애써 지은 집인 누에고치를 부수어야 한다. 명주실은 다른 생명체의 집을 파괴하며 구하는 전리품이다. 삼베실이나 무명실 역시 식물의 몸에서 얻는 것이기에 명주실처럼 심한 말을 쓰는 것이 과할 순 있겠지만 그 원료가 되는 삼이나 목화에 감사의 느낌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누에고치를 파괴하기 전에 제례를 지낸 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 하나에 붙는 의미들. 뭔가 다른 세계들과 잇는 특성 외에도 역사적이며 고고학적인 특성들을 따라가도 풍요로운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강도 멀리서 보면 실이듯 실도 보기에 따라 금강이든 섬진강이든 강이 될 수 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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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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