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정치 국방·안보

속보

더보기

[ANDA 칼럼] 자주 국방과 강군 육성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보수‧진보정권을 막론하고 '군 흔들기'
부족함 있어도 '군인 명예는 지켜줘야'
그래야 목숨 내던지고 싸울 힘 생겨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3성 장군 이상 지휘관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이 합참의장을 조사하거나 참모총장을 불러내는 이런 일은 우리 정부에서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3성 이상 대한민국 군 지휘관들과 국방부 주요 직위자·산하 기관장들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육‧해‧공군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직접 찾아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했으니 우리 군 지휘관들이 격하게 감동하고 "충성"을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군 지휘권과 지휘 여건을 보장해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삼(YS) 대통령이 1990년대 초 문민통치시대를 연 지 30년 가까이 지난 2022년이 돼서도 군 통치권자가 '군 지휘권 보장' '지휘 여건 보장'을 입에 올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군 통수권자 "군 지휘권·지휘 여건 보장" 약속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의 그림자가 짙게 드러워진 우리 군은 30년 가까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피해의식 속에 갇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군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트라우마로 인해 국민은 물론 역대 정권, 여의도 정치권까지 좀처럼 우리 군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YS 문민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 때는 군의 문민화와 민주화를 위해 군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 '통제'하고 '폄훼'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도 초래했다. 뿌리 깊은 군사정권의 잔재와 문화를 걷어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인해 오히려 '문민통치'라는 군의 통제 기제를 강화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김대중 'DJP 연합정부'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역 차별을 받았던 호남‧충청 출신 군 인사에 대한 '배려 시비'로 군이 또다시 속앓이를 해야 했다. 보수 '안보 정권'을 자임했던 이명박(MB)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영남 편중 군 인사와 특정 인사들의 군 인사 개입 논란으로 또 한 번 군이 홍역을 치러야 했다.

'국가 안보'(安保)를 보수의 전유물로 여겼던 보수 역대 정권과 정치권은 '정권 안보'(安保)를 위해 군을 정치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가 선거에서 더 참패했을 것"이라는 천안함 사건 당시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의 '솔직한 고백'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안보 어젠다'의 민낯을 적나라게 보여준다.

보수와 진보 정권이 교대로 집권을 하면서 우리 군은 '정권 안보'를 위한 강력한 활용기제였고, '개혁 대상'이며 '통제 대상'으로 전락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주국방'(自主國防)과 '강군육성'(强軍育成)을 내걸었지만 '정권 안보'와 '정권 안위'를 위한 빈구호에 불과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군의 체질은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있다. [사진=대통령실]

◆"군은 중심 잃지 않고 사실만 얘기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전임 문재인정부 당시 남북 관련 군사‧안보 이슈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2019년 8월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군 서열 1위 합참의장을 청와대 창성동 별관에서 4시간 넘게 조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내려오는 북한 목선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나포하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했지만 당시 박한기 함참의장은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 예인해 조사 후 북한으로 송환하게 됐다. 청와대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박 의장이 민정비서관실로 직접 가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대준씨 피격 사건은 그야말로 신‧구정권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군은 '월북 추정' 판단을 했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후 '월북을 추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으로 사실상 해경과 국방부의 당시 판단 자체가 뒤집어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이미 정치 쟁점화가 돼 여야 정치권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적에게 절대로 노출돼선 안 되는 극비(極祕) 특수정보(SI)의 존재 자체와 담당부대, 분석, 취급, 배포망, 배포선까지 SI 생성과정이 낱낱이 노출되고 있다. 이럴 때마다 북한이 주파수망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몇 개월 간의 정보공백은 우리 군에게는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예비역 장성들은 최근 우리 군과 북한 관련 보도와 관련해 이구동성으로 "그게 정말로 사실(Fact)이냐"고 기자에게 되묻는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정말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과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 예비역 대장은 "참담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예비역 장성들은 우리 군과 현 정부, 정치권에 애정어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 군이 중심을 잃지 말고 절대로 사실(팩트) 왜곡만은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사실 관계가 선결돼야 한다"고 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떤 정권, 어떤 정치 세력이든 간에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판단하며 평가했다.

◆"국방부장관은 '정치적 바람막이' 돼줘야 한다"

국방부 장관은 군인 출신이지만 이미 군인이 아니다. 정무직 관료다.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인과는 다르다.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다만 군정권(軍政權)을 가진 국방부 수장으로서 우리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정치적 울타리'가 돼줘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와 당위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합참의장은 군령권(軍令權)을 가진 군 서열 1위 군인이다. '정무적 판단'까지 해야 하는 국방부 장관과는 다르다. 대한민국 50만 대군을 대변해 당당하게 군인의 목소리를 내야하고 낼 수 있어야 한다. 국방부 장관 의견과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 합참의장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군의 문민통치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 장관에게 '군인의 길'을 요구하고, 합참의장에게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지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군인은 군인의 길을 가야하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국가 안보가 결코 정치가 될 수 없다. 정치가 국가 안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국방부가 정권에 따라 정무적 판단을 하고 정치적 발언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군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결코 흔들림 없이 사실 관계만 명확히 하면 된다.

42년 5개월 동안 군복을 입고 살았다는 원인철 전 합참의장. 지난 7월 5일 군복을 벗으면서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손자 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손자 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될 수 있도록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국민이 단단히 지켜줘야 한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김승겸 새 합참의장이 지난 7월 5일 합참의장 이취임식과 원인철 대장 전역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바람이 거세도 군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스무살 군인 청년은 이제 예순 두 살이 돼 군복을 벗었다. "안보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 우리 군도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우리 군이 부족함이 있어도 국민이 사랑하고 격려하며 사기진작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성원해줬으면 한다"고 현역 군인으로서는 마지막 당부를 했다.  

김승겸 새 합참의장은 11일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참이 어수선한 상황에 대해 "우리 군은 기본적으로 부여된 본연의 임무 완수를 위해 적만 바라보며 충실하게 노력하고 있으며 노력할 것이다. 합참의장 뿐만 아니라 우리 전우들도 함께 그렇게 할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군 본연의 임무 완수'를 거듭 다짐했다.

우리 군을 수도 없이 밖에서 흔들어 댔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꺾이고 잎사귀가 찢어지고 생채기가 났지만 뿌리는 든든하고 굳건해 보인다. 군인은 국가가 나가 싸우라면 목숨을 내놓고 나가 싸워야 한다. 우리 군이 나가 싸울 수 있도록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지켜줘야 한다. 국방부 장관도 '정치적 바람막이'가 돼 줘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사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우리 국민도 우리 군이 비록 부족함 점이 있어도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줘야 한다. 전쟁이 나면 나가 싸워야 할 군인들을 무시하고 흔들어대면 그게 국익과 국가 안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도, 강력한 대북 군사대비태세도 군인의 명예를 지켜주고 존중하며 사기진작을 해줬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자주국방과 강군육성은 결코 말로만 되지 않는다. 

kjw861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사진
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