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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콘텐츠 계약,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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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YH&CO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바야흐로 한국 콘텐츠의 전성시대다. 2019년 드라마 '킹덤'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인 '스위트홈'과 '디피' 등이 크게 성공했고,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아예 넷플릭스 역사상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도 한국 콘텐츠의 흥행을 이어받았고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 콘텐츠 계약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콘텐츠 편당 계약금액의 규모가 이전에 비해 수 배 내지 수십 배로 커졌다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흥행은 막대한 자본의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스토리 등 주요 제작사들은 2021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2022년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 티빙, 웨이브 등 주요 플랫폼은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로 한국 드라마의 제작편수와 제작비 규모를 대폭 늘렸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솔로지옥'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예능 프로그램에도 투자가 늘고 있다.

콘텐츠 편당 계약금액의 증가는 엄청난 수익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계약 관련 리스크도 수 배 내지 수십 배 증가함을 의미한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대부분 콘텐츠 자체에 대한 저작재산권 외에도 그와 관련된 권리 일체를 한꺼번에 확보하고자 하고 있고, 그에 대한 대가로 국내에서 체결되는 계약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에 상응하여 계약 상대방(제작사, 스태프, 출연자 등)의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도 국내 계약에 비해 훨씬 큰 금액으로 정해지고 있기 때문에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 등을 정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키기 어려운 의무나 보증사항 등을 계약상 내용으로 명시하게 되면, 자칫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치고 기회비용을 치르게 되거나 오히려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요구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계약서상 개별 조항에 대하여 반드시 꼼꼼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용해 변호사

둘째, 글로벌 플랫폼들이 콘텐츠 산업에서 소위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콘텐츠를 제작, 유통한 경험이 많고, 최고의 법적 지식과 업계의 다양한 경험을 갖춘 법률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각 OTT 기업별로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씩이나 되는 이 법률전문가들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외부 콘텐츠를 구매하는 계약의 협상과정, 계약서 작성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고, 경영을 담당한 대표자나 임원들도 대부분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계약 내용을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마련함으로써 발생할지도 모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국내의 많은 제작사, 스태프, 출연자들은 여전히 업계의 종전 관행이나 본인의 비법률적인 상식에만 의존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아마추어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들과의 계약서에는 저작재산권의 귀속 외에도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의 양도나 저작인접권과 관련되어 있어 개인의 권리와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이 많은데, 비전문가가 이러한 법률적 효과를 명확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업계의 '선수'들인 글로벌 플랫폼들에 맞서 그 계약 상대방들도 '선수'들을 내세워 충분한 계약검토를 거쳐 교섭에 나설 필요가 있다.

셋째, 콘텐츠의 제작방식, 유통방식 등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외주제작사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국내 지상파 방송사에 납품하면 그로 인한 저작권 등 일체가 방송사에 귀속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도 몇 차례 방송분야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하였는데, 이 표준계약서들은 기본적으로 종전에 국내에서 통용되던 계약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들과 계약에서는 이러한 표준계약서들만으로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퍼스트룩(First Look) 계약, PSA 계약, 디벨로프먼트 딜(Development Deal) 계약, 각종 옵션(Option) 계약 등 외국에서 통용했던 다양한 형태 계약이 국내에서도 체결되기 시작했다. 한국 예능 포맷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포맷 라이센싱 계약도 크게 늘었다. 따라서 기존의 통상적인 포맷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계약 방식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인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주요 계약들이 영문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기초로 체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글로벌 플랫폼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계약서 양식을 기초로 국내 제작사 등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그 계약서는 주로 영문으로 작성되고, 대개 30~40페이지에 달하며 굉장히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그 계약서의 형식과 용어들은 종래 국내에서 통용되던 계약서와 크게 다르고, 사용된 많은 용어들은 그 단어의 일상적인 의미와 달리 특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의도하고 있다.

국내 방송업계에는 그 산업의 특성상 비교적 영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이 때문에 나름대로 영문계약서의 내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영문계약서에 국내 방송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유사한 용어가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용어가 가지는 법률적 의미를 모른 채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당사자가 실제 의욕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관련 법령의 내용과 계약 조항의 구체적인 의미를 명확히 확인하여야 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  hwang@newspim.com

◇'국내 콘텐츠업계 종사자들이 권익을 더욱 보장받기 위해서는'=최근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을 제작했던 '에이스토리'는 KT스튜디오지니 등과 함께 이 드라마를 공동으로 제작했다. 종래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콘텐츠들이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는 대신 그 저작재산권을 모두 넷플릭스에 넘겨준데 반해, 에이스토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저작재산권을 보유한 채 넷플릭스에는 방영권만 판매한 것이다. 단순히 외주제작 후 납품에 그치지 않고 저작재산권 자체에 기초한 여러 가지 사업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OTT 기업들이 주도하는 계약에 그대로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 산업에는 여전히 업계를 잘 이해하고 여러 계약 당사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법조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규모가 큰 몇몇 상장사들은 법무팀에 법률전문가들을 두고 있지만, 이들도 방송제작업계의 관행이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플랫폼 기업과의 협상에 나서 최선의 협상결과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임원들의 협상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작사 등이 자신에게 법적인 효력을 갖는 계약의 내용을 충분히 유리하게 이끌어내지 못하게 된다면, 그 손해는 자연히 국내 제작사 등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산업의 여러 종사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만큼 그 노력에 상응하는 '과실'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한국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이 산업에 진출할 필요가 있고, 이들이 법률전문가로서 업계의 권익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으려면 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콘텐츠 산업의 여러 종사자들이 그들의 정당한 이익을 지켜내고 한국 콘텐츠 산업도 더욱 더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용해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10년 간 SBS PD로서 다수의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SBS 퇴사 후 10여 년간 초록뱀미디어 등에서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후 변호사로서 법무법인 화우에서 근무하면서 넷플릭스, 아이치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Banijay, JTBC스튜디오, 초록뱀미디어, 드라마하우스, IHQ, 스튜디오플로우 등 국내외 다수의 콘텐츠 기업의 프로덕션 리걸 및 자문변호사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CJ ENM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한 컨설팅을 수행하기도 했다. 현재 콘텐츠업계 여러 기업들에 법률적 자문과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YH&CO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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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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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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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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