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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다시 손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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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작가와 협업해온 LV,쿠사마와는 두번째
'무한함의 창조'주제로 도트 등 전 제품에 적용
영향력 1위 여성작가 협업 통해 매출확대 노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럭셔리 패션브랜드 루이 비통이 일본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93)와 또다시 손을 잡았다. 10년 만의 재 협업이다.

[서울 뉴스핌]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히 증폭되는 도트 이미지로 공간 전체를 꾸민 루이비통 메종 서울. [사진=이영란 기자] 2023.01.06 art29@newspim.com

루이 비통은 지난 2012년에 쿠사마 야요이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핸드백, 여성의류,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당시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의 주도 아래 쿠사마와의 협업이 시도됐다. 그리고 이번에 작가와 다시 손잡고, 쿠사마의 시그니처 오브제및 무한함의 모티프를 제품 카테고리 전반에 접목했다.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오는 9일 일반에 공개된다.

루이 비통은 워낙 세계적 아티스트와 연대를 맺고, 협업하길 즐기는 브랜드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같은 연대는 100년도 넘었고, 협업한 예술가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만큼 많다.

[서울 뉴스핌] 루이 비통이 쿠사마 야요이와 콜라보레이션해 내놓은 여성복과 핸드백. 오색의 페인티드 도트를 차용한 라인이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1.06 art29@newspim.com

2012년 당시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 비통의 협업은 무라카미 다카시(60)에 이은 두번째의 일본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많은 노력과 투자,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에 비하면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루이 비통은 이후 제프 쿤스 등 세계적 작가들과의 협업을 이어갔다.

그리곤 10년 만에 다시 쿠사마 야요이를 파트너로 모셨(?)다. '무한함의 창조'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번 협업은 작가의 독보적인 예술세계와 루이 비통 장인들의 솜씨가 어우러져 루이 비통의 대표적인 클래식 아이템들이 과감하게 재해석됐다.

2012년의 콜라보레이션 때와는 달리, 이번 협업에서 루이 비통은 쿠사마 야요이의 도트무늬(물방울 무늬)를 거의 모든 제품 카테고리에 다양하게 변주하는 등 적용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아울러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에 해당되는 '호박' 이미지와 사이키델릭한 플라워 등을 (그간 협업을 거의 적용하지 않던) 남성복, 남성 가방 등에까지 접목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쿠사마 야요이의 페인티드 도트 이미지가 마치 모노그램 위에 직접 붓질을 한 듯 도톰하게 새겨진 루이비통 백(LV X YK 온더고 MM, 502만원). 모델 지젠 번천. [사진=루이 비통] 2023.01.06 art29@newspim.com

이번 협업을 위해 구순의 작가가 직접 그려낸 오색의 알록달록한 '페인티드 도트'(이 패턴이 적용된 아이템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엇갈린다)를 필두로, 메탈 도트, 인피티니 도트 등 세가지 도트(물방울)가 남녀 핸드백과 여행가방, 기성복(Ready to wear), 구두, 스니커즈, 액세서리, 시계, 보석, 향수 등 전 라인에 적용됐다. 또한 작가의 대담하고 전위적인 사이키델릭 플라워도 핸드백, 남녀 의류 등 여러 아이템에 적용돼 고객들과 만난다. 

한편 전세계 루이비통 매장의 윈도에는 쿠사마의 크고 작은 호박 조각과 끝없이 확장하는 도트 패턴이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것은 높이 4m가 넘는 쿠사마의 대형 인물조각(마네킹)이 쇼윈도 중앙에 늠름하게 자리잡고, "어서 와, 내 무한한 물방울 패턴과 그물무늬 속으로 빠져보지 않을래?"라고 손짓한다는 점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쿠사마 야요이의 도트 이미지가 새겨진 루이 비통 카퓌신(LV X YK 카퓌신 88. 1035만원)과 함께 한 모델 나탈리야 보다노바. [사진=루이 비통] 2023.01.06 art29@newspim.com

루이 비통은 쿠사마 야요이와의 두번째 협업을 고지하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일본 도쿄를 필두로 전세계에서 열고 있다. 지난해 신주쿠역 광장에서 쿠사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알리는 3D 애니메이션 영상을 상영했는가 하면 도쿄역 광장에는 쿠사마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또 작년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2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는 루이 비통 라운지를 조성하고 쿠사마와의 제2의 협업을 홍보했다. 이 라운지에는 지난 2019년부터 총 24명의 현대미술가가 참여했던 '아티카퓌신' 프로젝트의 최신 버전도 소개됐다. 즉 한국의 박서보 화백을 비롯해 다니엘 뷔랑(프랑스), 우고 론디노네(스위스) 등 6명의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건축가들과 새롭게 협업해 만든 아티카퓌신 핸드백을 선보인 것. 이 핸드백들은 판매 첫날 솔드아웃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루이 비통의 쿠사마 야요이 콜라보레이션 남성용 가방(완쪽:LV X YK 키플 50, 604만원)과 함께 한 모델 안드레 아렌드 반 드 누르드. [사진=루이 비통] 2023.01.06 art29@newspim.com

그렇다면 1920년대부터 전세계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작가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온 루이 비통이 쿠사마와 다시금 손잡은 것은 왜일까? 지구촌에는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뽐내는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이 널려 있다시피 한데도 쿠사마를 재기용한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는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히 확장되는 도트무늬와 그물망, 호박 등의 아이콘적 작업이 그 어떤 작가의 작업 보다 대중에게 임팩트있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무한증식하는 옐로우&블랙 도트로 장식한 루이 비통의 화려한 쇼윈도는 고객은 물론, 대중의 시선과 마음을 강력히 빨아들인다. 또 쿠사마의 도트와 패턴은 루이 비통의 각종 라인에 적용하고 변주하기에 더없이 효과적이다. 이미 한차례 그 작업을 해봤으니 잘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면 매출 등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실 핸드백, 가죽소품, 스카프, 의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적용하는데 쿠사마의 패턴만큼 적절한 것은 흔치 않다. 폴카 도트라 불리는 물방울 패턴은 자고로 어떤 패션 아이템에 적용해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고, 매력적인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바로 이 활달하고 경쾌한 도트무늬는(여러 작가들이 시도했지만) 쿠사마 예술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히 확장하는 그물망 작업과 호박 작품 역시 여러 패션 카테고리에 풍부하게 녹여낼 수 있어 그를 다시 협업 예술가로 모셨을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 뉴스핌]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작품인 '호박'과 도트가 새겨진 루이 비통의 실크스카프 '스퀘어 90'. 75만원. [사진=이영란 기자] 2023.01.06 art29@newspim.com

게다가 2012년 쿠사마를 협업 아티스트로 기용했을 때 보다, 요즘 그의 명성과 영향력이 몇배 더 커진 것도 루이 비통이 그와 손잡은 이유다. 쿠사마는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로 동서양 어디에서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널리 사랑받는 작가다. 현재 쿠사마는 현존하는 여성 예술가 중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이자, 생존 여성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다. 그의 오리지날 페인팅은 미술시장에서 수십억~백억원을 호가하며, 호박 조각 또한 중간 크기 작품이 100억원대, 큰 사이즈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쿠사마의 오리지날 작품값이 이렇게 비싸니 "회화며 판화(판화도 통상 1억원을 호가)는 못 사도, 가방과 옷, 신발은 쿠사마 라인을 사보겠다"며 달려들 이들이 제법 될 듯하다. 이들 쿠사마 마니아들에겐 새 컬렉션들의 값이 기존 제품보다 꽤 비싸도 작품 모시듯 받들고, 고이 모셔둘 것으로 사료된다. 

10년 전 루이 비통과의 첫 협업 당시 쿠사마는 미국 LA를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 순회전을 개최하며 당당히 스타덤에 올랐다. 파리 퐁피두센터,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뉴욕 휘트니미술관 등 굴지의 미술관에서 작품전을 가진 작가는 강박증과 환영에 의해 탄생한 독창적이고도 파워풀한 예술세계를 세계 미술계로부터 확실히 인정받았다.

쿠사마의 작품은 판타지와 신비, 분출하는 에너지와 매혹을 품고 있어 그의 회고전은 전세계 어디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2016년 미국 LA에서 개관한 '더 브로드'(뮤지엄)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전시실은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한 거울방'(인티피니 미러드 룸)이다. 관람객들은 예약을 하고도 쿠사마의 이 환상적인 거울방에 들어가기 위해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 뉴스핌] 쿠사마 야요이의 사이키델릭 플라워가 새겨진 루이 비통 카퓌신 백. [사진=이영란 기자] 2023.01.06 art29@newspim.com

또한 쿠사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노란색 또는 붉은색 '호박' 조각은 일본 나오시마 섬을 필두로, 이제는 전세계 미술관과 호텔, 도시 곳곳에 세워져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독보적인 조형미를 뽐내는 호박 작품은 글로벌 컬렉터들이 누구나 한점쯤 수집하고 싶은 대상이 됐고, 일반 대중에게는 이런저런 아트상품들이 (만만찮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아이템이 된지 오래다.

이처럼 쿠사마 야요이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작업처럼 '무한대'의 인기를 누리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루이 비통이 그에게 다시 경의를 표하며, 제2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명한 일이다.

[서울 뉴스핌] 루이 비통이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해 새로 선보인 아치라이트 스니커즈. 쿠사마 야요이 특유의 페인티드 도트 모티프가 수작업으로 장식됐다. 물결 모양의 겉창 및 오버사이즈 텅 부분이 돋보이는 컬트적 아이템이다. 179만원. [사진=이영란 기자] 2023.01.06 art29@newspim.com

지금까지 루이 비통은 2003년 무라카미 다카시, 2008년 리처드 프린스, 2017년 제프 쿤스 등 팝아트 작가와 협업을 진행했다. 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멀티컬러 모노그램을 시도하며 지루한 모노그램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무라카미 다카시가 꼽힌다. 루이비통을 젊고 활기찬 브랜드로 각인시키며 작가 자신도 월드스타로 확실히 부상했다. 이렇듯 회화작업을 가죽에 프린트하고, 모노그램 패턴 등 여러 라인에 다양한 이미지와 드로잉을 입히고 변주하는 방식을 통해 1854년 창업해 169년간 도도히 이어져온 루이비통의 헤리티지는 컨템포러리 아트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알렉스 카츠의 인물화.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알렉스 카츠- 반향'전에 나왔다. [사진=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2023.01.06 art29@newspim.com

루이 비통과 쿠사마 야요이 협업 컬렉션의 공식적인 런칭은 1월 9일이다. 서울 청담동의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경우 지하 1층에서는 남성 컬렉션을, 지상지상 1층과 2층에서는 여성 컬렉션을 선보인다.

한편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메종 4층의 갤러리(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미국의 예술가 알렉스 카츠(95)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알렉스 카츠-반향'이란 타이틀로 오는 3월 26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는 카츠의 미묘한 풍경화와 인물화가 나왔다. 모두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소장품이다.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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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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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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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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