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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류의 두 번째 오펜하이머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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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5년~20년 사이에 AI가 세계를 장악하려는 문제에 직면해야 할 확률이 50%에 달할 것" 'AI의 대부'로 불리는 컴퓨터 과학자 제프리 힌튼 교수는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I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위험성을 방지하는 해결책은 'AI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의 경이로운 발전은 우리 삶을 뒤바꾸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세계 각국 역시 AI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기술경쟁이 치열 해질수록 AI에 대한 경계와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규제가 시급한 분야는 무기다.

기술 전문가들은 스스로 판단해 적을 살상하는 이른바 '킬러 로봇'의 출현이 임박했으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우려한다. '자율 무기(autonomous weapons)'라고도 불리는 킬러로봇은 적은 비용과 시간에 획기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어 그 파급력이 핵무기와 맞먹는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지난 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자율무기시스템 관련 콘퍼런스에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은 1945년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후 핵무기 확산 통제를 주장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언급하며 "지금이 우리는 두 번째 오펜하이머 모멘트에 직면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AI는 이미 전쟁 상황실로 들어가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사실 상 3년 차에 들어선 우크라이나 전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초의 AI전쟁' 표지와 함께 '거대 테크기업들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전을 AI전쟁 실험실로 바꾸고 있는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우크라이나 전의 중심에는 미국의 데이터분석 회사인 '팔란티어(Palantir)'가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이민세관단속국(ICE), 펜타곤, 외국의 정보기관들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온 팔란티어는 전쟁 발발 3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무상 소프트웨어 제공을 제안했다.

팔란티어 소프트웨어 '메타콘스텔레이션(MetaConstellation)'의 핵심 기능은 AI기반의 위성 이미지, 오픈소스 데이터, 드론 영상, 지상에서 수집된 보고서 등을 분석하여 지휘관에게 전투공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목표물의 공격 방법을 결정하도록 돕는 군사적 옵션을 제공한다. 전쟁의 '표적선정(targeting)' 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로고 [사진=블룸버그]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은 전장 정보 영역을 넘어 전쟁범죄 증거 수집, 지뢰 제거, 난민, 부정부패 문제 등의 프로젝트에도 쓰인다. 예컨대 지뢰제거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 곳을 파악하고 10년 내 오염된 토지의 80%를 다시 경작지로 복구하는 계획 같은 일이다.

우크라이나의 비밀무기로 불리는 '클리어뷰(Clearview)'도 있다. 2017년 설립되어 초기엔 비교적 비밀스럽게 운영되던 클리어뷰는 수년간 인터넷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99.85%의 정확도로 개인을 식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눈을 감거나 안면의 일부가 화상을 입어 사망한 군인의 사진까지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는 클리어뷰의 AI소프트웨어는 현재 18개 우크라이나 기관의 공무원 1500명이 군사 침공에 참여한 23만여명의 러시아 군인을 식별하여 전쟁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연결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은 AI가 작전을 지휘하고 드론이 공격하는 테크 전쟁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 2월 해상공격용 드론으로 러시아 대형 상륙함을 격침시켰다. 여러 대의 드론이 대형 선박에 접근 공격하는 모습과 폭발 후 침몰하는 동영상도 올렸다. 전쟁 2년만에 드론은 우크라이나의 핵심전력으로 부상했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 따르면 전쟁에서 소모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하루 300대 이상, 한 달에 1만대에 육박한다.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가성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존 포탄은 제조 비용이 1 발에 800∼9000달러(약 100만∼1200만원), 위성 항법 기능이 있는 유도포탄은 10만달러(약 1억원)에 달하지만, 우크라이나 주력 드론인 'FPV 쿼트콥터형'은 400달러(약 50만원)면 만들 수 있다.

부품조달도 용이하다. 우크라이나는 저렴한 드론을 다양하게 응용해 러시아 함대와 유조선, 조선소 등을 공격했다. 전쟁 전 10여 개에 불과했던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 업체는 작년 11월 기준 200개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전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알고리즘 전쟁(algorithmic warfare)'으로 분석했다. 팔란티어가 제공한 첨단 소프트웨어와 전장 곳곳에 설치된 유비쿼터스 센서(무인 카메라 등)등을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와 결합시켜 디지털 킬 체인(digital kill-chain)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21일 키이우에서 구조대원이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은 빌딩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극적 역설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목숨을 잃고 있지만 AI시스템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한 전쟁 데이터가 축적되고 AI는 그 데이터로 훈련하고 개선된다.

기업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제 전쟁이 아니면 구할 수 없을 데이터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데이터의 양은 AI의 품질과 직결된다. 일례로 우크라이나는 가장 정교한 전자전 무기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품 테스트를 위해 다른 국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재머(jammer·전파방해기) 발사까지 허용한다. 전쟁의 긴박감 때문이다.

플래닛랩스, 블랙스카이, 맥사 등은 위성 이미지를 생산하고 이 데이터의 일부를 우크라이나 정부 및 방위군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미국 국방전문매체 내셔널 디펜스는 이처럼 국가 소속 군대가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과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기회가 제공되는 분야' 가 된 셈이다.

[바흐무트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57 독립기량화보병여단' 장병들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2S22 보다나 자주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3.07.07 wonjc6@newspim.com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전 세계적인 AI 군비 감축.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지난 3월 유엔 총회는 평화와 인권의 원칙을 강조한 최초의 AI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하지만 '킬러 로봇'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무기 체계의 AI화'가 인류 멸종 수준의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수긍하면서도 어느 나라도 AI 군비 감축에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나름의 복잡한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2020년 33만4,000여 명 수준의 우리나라 입영 대상 병력 자원은 2035년 22만7,000여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17년 뒤인 2041년부터는 약 13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심하게 파손된 오데사의 아파트 건물 [사진=로이터]

국방인력 급감에 여전히 북한과 대치 상황인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적어도 AI를 단순히 무기체계나 경계수단으로 보는 도구적 인식에서 벗어나 군사전략 전반에 연결시키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AI는 다양하고 폭 넓은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적의 기습적 도발과 시기, 양상, 형태 등에 관련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의 하드웨어 기반 국방연구개발제도와 획득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획득제도로는 신속한 업데이트는 불가능하다.

민관 파트너십 강화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폐쇄적인 국방 AI 개발 환경은 자칫 경쟁력 있는 민간 우수 인력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 산학연과 군이 보다 다양하고 폭 넓은 협력을 할 수 있는 진화·개방형 연구개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창설된 국방AI센터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나는 분명하다. 오늘날 AI와 디지털 기술은 국가 안보의 필수 요소다. 우리도 실전에 투입할 만한수준의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 축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뉴스핌 베스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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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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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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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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