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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당연하기 짝이 없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는 정부도, 국회도, 노동계도, 시민단체도, 종교도, 언론도, 학교도 심지어 국민도 아닌 사법부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만은 불복할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게 자유 민주주의의 유일한 규제이자 운영 메커니즘이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올해 국내 프로야구는 1군 리그에선 세계 최초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도입했다. 관련 오심과 시행착오가 속출하고 있지만 시행 3개월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뉴스핌DB] 2024.06.21 zangpabo@newspim.com

흔히 법치라고 부르는 이 원칙이 깨지면 세상은 무너진다.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법원을 흔드는 것은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마찬가지로 판사가 의도를 갖고 편파적인 판결을 한다면 그건 재앙이다. 위에서 열거한 나머지 것들이야 서로 지지고 볶고 싸워도 큰 탈은 나지 않는다.

판사가 항상 옳을 수는 없다. 그들도 인간이다. 판사는 법리와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그만이다. 그 외에 고려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판사는 파벌을 만들거나, 단체에 가입해선 안 된다. 좀 과하게 표현하면 요즘 같은 세상에선 뉴스를 안 보는 게 현명하다. 과한 음주나 여러 사람 만나는 취미생활도 자제하면 금상첨화다. 법복을 입은 자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공정은 어쭙잖은 가치를 먹고 사는 게 아니다. 낡은 법전과 오랫동안 지켜온 인간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3시간동안 300차례 판정을 내리는 프로야구

그래도 속세에 미련이 남는다면 판사님들께 프로야구 시청을 권해보고 싶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KBO리그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압축돼 있다. 스스로 작가임을 호소하는 누구 말마따나 오래된 생각이다.

야구는 여러 스포츠 가운데 심판이 가장 많은 판정을 내리는 종목이다. 한 경기에서 보통 300번의 콜이 나온다. 여기에 '지연된 정의'는 없다. 판정 없이는 다음 플레이로 넘어갈 수 없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루심이 주루 방해로 판정했지만 주심이 비디오판독을 받아들여 논란이 된 4일 두산과 NC의 창원경기 9회 도루 상황. [사진=티빙 중계영상] 2024.06.21 zangpabo@newspim.com

야구는 축구의 어드밴티지 룰을 배척한다. 반칙이 나왔는데 공격 팀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정상 참작이나 양형 거래는 사양한다.

몸싸움도 허용하지 않는다. 몸싸움이 판정의 대상이 되는 순간 심판의 아날로그 재량권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가로막을 수 있는데 이는 고대 전투를 재연한 그야말로 예외 규정이다. 그나마 포수는 공을 잡은 뒤 접전 상황이라야 블로킹을 시도할 수 있고, 주자는 발을 땅에 붙이고 들어와야 되는 등 까다로운 홈 충돌방지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쌓여가는 법안의 홍수가 서로 상충되기까지 하고, 쓸데없이 착하기만 한 모호함으로 법관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요즘 입법 상황과는 정반대다.

◆심판 공정성 확보가 리그 활성화 열쇠

야구는 이런 종목 특성에 앞서 프로화가 된 후 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그 어떤 종목보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점에서 눈길이 간다.

동대문 시절 아마야구는 말 그대로 심판이 왕이었다.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각 팀은 심판진에 줄을 대야 했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과 함께 전임심판제를 도입했다. 생업에 종사하다가 경기가 열리면 모이는 심판이 아니라 연봉을 받는 전임심판이다. 윤리규정을 만들어 심판이 구단과 접촉하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지방 경기에선 심판이 묶는 호텔을 따로 잡았다.

심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심판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 전지훈련까지 보내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오심을 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심판에겐 신속하고도 엄중한 제재를 가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4월 14일 삼성과 NC의 대구경기에서 이민호 심판팀장(왼쪽)이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놓친 뒤 해명하고 있다. [사진=티빙 중계영상] 2024.06.21 zangpabo@newspim.com

올 들어 부쩍 늘어난 오심 사태와 관련해 KBO가 징계를 내리는데 하루 이상 걸린 적이 없었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4월 14일 삼성과 NC의 대구경기에서 오심 은폐 논란으로 사실상 해고인 계약 해지를 당했다. 이례적인 중징계를 두고 한쪽에선 동정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민호 심판을 오랫동안 봐온 기자도 그가 도덕적 해이 상태에서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징계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또 '라떼 얘기'라 죄송하지만 예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현대가 1996년 해태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태평양을 인수한 뒤 우수 선수들을 싹쓸이해 창단 첫 해에 우승을 다투게 된 현대는 리그를 통째로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현대의 공격적인 투자는 정체돼 있던 프로야구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지만 어두운 면도 분명 있었다.

급기야 현대의 당시 연고지인 인천 출신 심판들이 한국시리즈에 대거 기용되자 여러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4승 2패로 해태의 승리가 확정된 날 기자가 쓴 칼럼은 다음날 아침 일찍 홍재형 당시 KBO 총재의 책상에 배달되자마자 김광철 심판위원장의 퇴임 결정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프로 원년 개막전 주심을 맡는 등 야구계에 막강한 인맥을 구축한 스타 심판이었지만 문책의 칼날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날 기자는 김 위원장을 보좌하던 동갑내기 심판팀장으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항의전화를 받은 뒤 달려가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됐다. 다행히 김 위원장은 이후 방송해설위원과 야구심판학교장으로 오랫동안 일하며 제2의 인생을 개척했다. 그 일로 친구 사이가 된 심판팀장은 이제 심판복은 벗었지만 여전히 KBO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마음의 부담은 덜게 됐다.

◆디지털 판정에 대처하는 야구인의 자세

올해 유난히 오심이 잦은 것은 야구 종주국인 미국 메이저리그조차 한수 배우러 오는 KBO가 또 한 번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1군 리그에 로봇 심판을 도입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측정하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R) 얘기다. 이제 300번의 판정 중 200번은 기계가 대신 하게 됐다.

지엄하신 사법부에 AI 판결이 들어온다고 하면 경을 칠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야구계도 똑같은 인식을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시즌 초엔 여러 불만이 쏟아졌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이런 입장을 대변한다.

ABS 도입은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에 심판의 권위는 떨어진 듯 보이지만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예전엔 일반 투수보다 넓은 '선동열 류현진 존'과 보통 타자보다 좁은 '장효조 이종범 존'이 분명 존재했다는 게 야구계의 불문율이다.

한화 류현진은 시즌 초 부진이 거듭될 때만 해도 ABS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6월 들어 자책점 0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역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대선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ABS 도입 후 구종과 타격 스타일에 따라 유불리가 생긴 투수와 타자는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어쩌겠나. 이게 맞지 않은가. 300개의 판정 중 한두 개만 삐걱해도 승패가 달라질 수 있는 게 야구다.

KBO도 여러 번 밝혔지만 ABS의 정확성은 거의 100%에 수렴한다. 예전 심판의 직접 판정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만 도입 초창기라서 운용 미숙과 장비 결함 등에서 시행착오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이민호 심판의 오심 은폐 논란도 ABS 콜을 제대로 수신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무마하려다 생긴 사고였다.

프로야구 비디오판독 사례. [사진=KBS 중계영상]

최근엔 ABS보다 비디오판독(VAR)과 관련한 오심이 더 자주 나오고 있다. VAR은 항소나 상고처럼 상급심의 판결을 청구하는 것인데, 스포츠에선 경기의 연속성을 가로막아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심판의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관련 오심들은 비디오판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심판의 판단착오로 비롯된 것들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도 최근 황희찬의 소속팀인 울버햄프턴이 폐지를 주장하며 반기를 들었지만 나머지 19개 구단은 존속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의 ABS 운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던 메이저리그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준비를 먼저 하겠다고 했지만 조만간 ABS를 도입할 예정이다.

ABS와 VAR은 이제 시대의 흐름이다. 디지털 판정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겨내야 한다. 최근 이와 관련한 오심이 뉴스를 통해 유난히 부각되고 있는 것은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예전보다 나아진 공정성을 인정받는 순간 심판의 권위는 더욱 올라갈 게 분명하다.

zangpab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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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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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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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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