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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국민이 신뢰하는 감사원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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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방안은
'국회 소속형 vs 독립형' 논의해야

춘향의 절개와 사랑을 그렸던 춘향전에 등장하는 암행어사는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독특한 감찰 제도였다. 요즘으로 치면 이동형 직무 감찰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부패와 세금 포탈 등이 횡행했지만, 중앙의 감찰이 지방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한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논의는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간헐적으로 공법학자들의 연구 주제로만 다루어지고 있을 뿐, 정치권에서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감사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과연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국제적 규범으로 볼 때 감사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감사원의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서울 종로구 감사원 [사진=뉴스핌DB]

대통령의 소속, 아니면 독립 기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대로 해석하자면, 감사원이 대통령에 소속되어 있는 것은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감사원은 헌법 97조에 "국가의 세입ㆍ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 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 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명시되어 있다. 명백하게 대통령의 소속으로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서 감사원에 대한 규정을 다룰 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처럼 별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제4장 정부 내 행정부의 제4관으로 다루고 있다. 즉, 행정부의 일원으로 구분해 놓고 있어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처럼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렇다고 감사원이 대통령에 속한 것일까? 감사원법을 보면 헌법과 대치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감사원법 제2조 1항 '감사원의 지위'에 관한 조항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기술하고 있고, 2항에서도 더욱 명징하게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용,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무슨 의미일까?

헌법과 감사원법의 내용에 따르면 감사원이 헌법적 지위를 갖고 대통령에 속해 있는 정부기관은 맞지만, 직무에 있어서는 완전히 독립적인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직무에 관해서는 이미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과 같이 회계 검사와 감찰 업무에 관해서는 독립적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한 감사원의 소속 공무원의 임용, 조직, 예산 편성 등에 있어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도록 대통령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국민 세금의 세입과 세출의 결산, 그리고 회계 검사와 직무 감찰을 수행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시정하도록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변상 책임의 판정(감사원법 31조), 징계 요구(32조), 징계ㆍ문책 사유의 시효 정지(32조2), 시정 등의 요구(33조), 개선 등의 요구(34조), 권고(34조2), 적극 행정에 대한 면책(34조3), 그리고 고발(35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대통령이 최고 결정권자로 있는 정부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게 하고 적절한 책임을 지도록 해 더 좋은 국가 행정이 되도록 계도하는 역할을 갖고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는 곧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제대로 짚어주고 경고를 하는 역할이다.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직위는 감사원장과 함께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 일정한 헌법 기관으로의 성격을 가진 직위에 한정되어 있다. 무슨 뜻일까? 이러한 고위 기관은 하나하나의 직위가 곧바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감사원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고 민주주 구현을 위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감사원의 독립성에는 어떤 기준과 원칙이 제시되었을까?

감사원의 독립성에 관한 국제 규약

우리나라도 가입한 최고감사기관국제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upreme Audit Institutions, INTOSAI, 이하 INTOSAI)에서는 감사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INTOSAI에서 채택한 1977년 리마 선언과 2007년 멕시코에서 채택된 최고감사기구의 독립에 관한 선언(Lima Declaration of Guidelines on Auditing Precepts of 1977 and the Mexico Declaration on Supreme Audit Institutions Independence of 2007)은 법치와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드는데 필수적 요소로 감사원의 독립적 지위를 명시하고 있다.

멕시코 선언은 '최고감사기구의 국제기준 10'(International Standards of Supreme Audit Institutions, ISSAI 10)으로 명명되어 세계 195개 가입국의 감사원 활동의 중요한 지침서가 되고 있으며, 2011년 12월 UN총회에서 채택한 '최고 감사 기관의 강화를 통한 행정의 효율성, 책임성, 효과성 및 투명성의 촉진'을 위한 결의안(United Nations (UN) General Assembly Resolution of December 2011, "Promoting the efficiency, accountability, effectiveness and transparency of public administration by strengthening supreme audit institutions" (A/66/209))에서도 멕시코 선언을 지지하고 있다.

이렇듯 멕시코 선언은 국제 규약으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선언은 다음과 같이 8개의 원칙을 담고 있다.

1. 적절하고 효과적인 헌법/법률/법적 체계와 이 체계의 사실적 적용 조항의 필요성.

2. 정상적인 직무 수행에 의해 감사원장과 위원 그리고 감사관의 면책권과 과거 감사 활동 및 현재의 임무와 관련 보복의 두려움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임기 보장.

3. 세입, 계정의 적법성과 규칙성, 경제성, 효율성 판단에 대한 권한과 재량권 부여. 정부 및 국회에 제출 후 공개의 원칙, 감사 대상의 선택, 계획, 수행, 보고 및 후속 조치, 사무처의 조직 및 관리, 조치 명령 등의 집행에 대한 완전한 재량권, INTOSAI, 국제 회계사 연맹 또는 기타 인정된 표준 설정 기관의 공식 문서를 기반으로 감사 기준과 윤리 강령의 제정권.

4. 필요한 문서와 정보에 적시에, 제한 없이, 직접적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

5.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의 감사 업무 결과 보고에 대한 권리와 의무 사항 실천.

6. 감사보고서 내용과 시기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 및 배포권.

7. 후속 조치 확인 메커니즘의 존재 여부.

8. 감사 활동에 필요한 인적, 물적, 금전적 자원을 받을 권리.

(https://parlamericas.org/uploads/documents/Mexico-and-Lima-declarations.pdf)

우리나라 감사원에 대한 평가 - 감사원은 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나?

INTOSAI의 멕시코 선언에 따라 우리나라 감사원을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원칙 1. 헌법과 감사원법에 직무와 권한이 명확히 명문화되어 있어 이 원칙은 잘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칙 2. 헌법상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감사원장은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전윤철 감사원장, 이명박 정권에서 임명된 양건 감사원장의 경우 정권교체와 동시에 사퇴 압력을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해 '원칙 2'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원칙 3.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차에 걸쳐 진행된 4대강 정비사업 감사가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 때 다시 환경 평가 중심의 감사가 진행된 후 보철거작업이 진행되었고, 윤석열 현 정권에서는 다시 4대강 보의 존치가 결정되는 등 감사원의 독립적 재량권을 가지고 조사결과에 대한 신빙성을 갖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로 감사가 진행되어 권위의 손상을 가져와 '원칙 3'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태양광 사업 등 전 정권과 추진 사업, 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KBS·MBC 등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지휘해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물론 전 정권의 핵심 사업과 통치 행위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추후 감사를 하는 것은 감사원의 재량권에 속하지만 정권 기간 동안에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다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진행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없게 된다. 이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감사원의 '원칙 3'에서 요구하는 감사대상 선택의 재량권, 수행, 보고, 후속 조치 등의 요구 등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원칙 4. 감사원의 감사 직무를 위해 필요한 자료의 시혜적 접근성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감사 정보 접근성에 관해서는 감사원법 제4절 감사 방법의 조항에 따라 계산서, 증거 서류, 조서, 서면 감사, 실지 감사, 출석 답변, 자료 제출, 파견 등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원칙 4'는 매우 높게 평가된다.

원칙 5. 통보와 협력 (감사원법 제29조~30조2)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분의 활동도 국제 규약에 따라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원칙 6. 이 부분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감사원이 스스로 감사보고서의 내용과 배포 시기에 대해 자율적 판단에 따라 진행하지 못하고 현 정권의 정책에 반하는 내용은 스스로 공표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종종 의심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에게 감사 결과의 수시 보고 (감사원법 제42조) 등을 통해 대통령은 감사원의 구체적인 감사 활동에 대해 수시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감사 정보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대통령에 감사 내용이 수시로 공유되지만, 국회 및 정당, 국민들에게는 접근이 되지 않아 이 부분에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4대강 정비사업 감사 시 1차 감사 때 예비 타당성 조사, 환경 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등을 실시하고 이 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할 때도 환경 단체와 반대 진영은 통상적 감사와 비교했을 때 훨씬 늦게 발표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정치적으로 아주 예민한 내용이라 발표를 미루고 내부 논의와 재검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이 지연되었을 것이라는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실과의 교감과 대책 마련 등의 논의가 있지 않았을까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 명백한 입장 표명과 설득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들이 많이 발견된다.

원칙 7. 감사 결과의 처리 (감사원법 제31조~제35조), 감사내용의 2년 내 직권 재심의 (제39조) 등에 언급되고 있어 업무 결과, 후속 조치 메커니즘도 잘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칙 8. 정무직 8명, 일반직 1120명 총 1128명(2024년 1월 현재)이 일하고, 2024년 예산 1460억원을 사용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독립적 인사권, 예산 (요구) 권, 재정적 자원 사용권 등이 잘 충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021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사의표명을 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 2021.06.28 yooksa@newspim.com

감사원의 독립성을 위해 소속 변경이 필요한 이유

현재 감사원이 대통령의 소속으로 되어 있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 규약에 따른 독립성 평가 기준의 8개 중 3개가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다. 아무리 감사원에서 스스로 독립적이고 재량권을 가지고 감사 업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국민과 정권 반대 진영에서는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종종 감사원장이 정권에 반기를 들고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때는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으로 임명되었지만, 정권의 핵심 사업인 원자력발전 폐기에 대한 과정을 감사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에 대한 발표를 결행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권과 대척점을 이루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결국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퇴의 길을 택해 바로 직전 감사원장이 정치로 입문하는 좋지 않은 선례까지 생기게 되었다.

감사원장이라는 자리, 그리고 감사원의 업무는 정부의 핵심 정책까지 감사하는 경우 미움을 살 수밖에 없어 결국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고,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반정권적 감사를 중지시키거나 어떤 식으로든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정권과의 대립과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을 국회의 산하로 이전하든지, 아니면 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처럼 완전 독립적 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식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감사원의 소속 변경, 무엇이 더 적합할까?

감사원의 소속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국회 소속 기관화 방안과 독립 기구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감사원의 소속 변경과 그에 따른 권한 범위 및 구성 등의 변화 문제와 관련해 판단할 때 우리나라의 정치 형태와 정치적 환경에 적합하고 감사 활동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전문성과 효율성 확보라는 요구에 가장 잘 부합되는 방식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정부 형태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와 같은 다른 헌법기관보다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라 표현되기도 한다. 현행법상 감사원의 아킬레스건은 대통령에 직속되어 있으며(헌법 제97조), 감사원법 제2조 제1항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법리의 모호성이라 할 수 있다. 감사원이 대통령에 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다는 법규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따라서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감사원을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통령 소속으로 되어 있는 감사원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식, 즉 영국과 미국의 의회형,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의 독립형이 주는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 회계검사원 [사진=위키피디아]

의회 소속형 감사원

의회 소속형은 대표적으로 영국의 국가 감사원(National Audit Office, NAO)과 미국의 회계검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을 들 수 있다. 의회 소속형 감사원의 경우 의회의 보좌 기관으로서 의회의 재정 통제 기능, 즉 예산 및 결산에 대한 심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10년 단임이며, 상·하원의 결의에 의한 청원이 없는 한 의사에 반해 해임되지 않도록 신분 보장이 된다. 영국의 경우 국가 감사원장에게 감사의 실시 여부와 방법의 결정에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어 국가 감사원 활동의 독립성 및 이를 통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임기 15년이 보장되는 미국의 회계검사원장(Comptroller General of the United States)은 상·하 양원의 공동 결의에 의하지 않고는 탄핵이나 면직되지 않도록 신분 보장을 받고 있다. 영국의 경우와 달리 미국 회계검사원장은 상원 또는 하원에서 평가를 지시한 경우와 의회 소관 위원회가 요청한 경우 반드시 회계검사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독립성은 어느 정도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계검사 결과에 대한 보고 의무, 정보 제공 의무와 권고 의무 등이 인정되고 있다.

의회형인 영국과 미국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 확보의 문제, 특히 의회 산하에 있기 때문에 원내 다수당 또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감사원이 국회로 이관되면 가장 큰 장점으로 국정 감사를 폐지하고 상시 감사원 감사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렇게 되면 정쟁화되고 있는 국정 감사의 존폐 문제와 맞물려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연 감사원이 국회로 이관되면 대통령 소속일 때와 같이 행정부에 대한 감사 자료 수집 및 감사 결과 처리 등에 있어서 협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강력한 국회의 소속인 감사원에 비협조적일 수는 없겠지만, 의회 기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대립적 관계는 예상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우리나라의 정치환경이다. 타협과 대화를 통한 정당 문화가 존재하지 않아 여야의 대립 구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국회 다수를 점하는 정당이 상대 정당에게 타격을 주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감사원을 이용할 경우 감사권은 정쟁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감사권을 자주 발동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독립형 감사원

독립형 감사기관의 대표적 예로 독일의 연방회계검사원(Bundesrechnungshof, BRH)과 프랑스의 회계법원(Cour des Comptes)을 들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합의제 기관으로 독립적으로 감사 활동을 운용하며, 감사원의 구성원에게 법관과 같은 독립성과 신분의 보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12년 단임인 독일 연방회계검사원 원장은 연방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제청으로 연방의회 및 연방참사원에서 선출된 사람을 임명하며, 독일기본법 제114조 제2항 제1문에 따라 연방회계검사원의 구성원에게 법관과 같은 독립이 보장되며, 검사관은 법관의 복무 규정 및 신분 보장이 함께 적용된다. 회계검사 대상의 선택과 시기 및 방법과 관련하여 완전한 자율권을 보장받고 있다.

프랑스의 회계법원은 일종의 법원이기 때문에, 전원이 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회계법원 법관은 고위 행정공무원 등으로 충원되고 있어 일반적인 법원의 법관과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회계법원의 구성원은 별도의 임기 없이 일반 공무원처럼 정년제가 적용된다. 프랑스 회계법원의 독립성 논쟁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011년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재정법에 관한 조직법 제58조 제1항 제5호의 규정에서 회계법원이 심사 계획안을 하원과 상원의 재정에 관한 소관 위원회들의 위원장 및 위원들에게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들이 심사 계획안에 대해 15일 이내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은 회계법원의 독립성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회계법원의 독립성이 확고하게 보장되었다.

감사원이 독립기관이 되면 초권력 기관이 될까?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만들게 되면, 중앙선관위의 선거사무에 관한 완전 재량권,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활동에 대한 독립권처럼 감사 활동의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사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단점은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이루어지면 통제 불능의 권력 기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감사원은 헌법 제97조에 따라 회계 검사 기능과 직무 감찰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집행부에 대한 직무 감찰 기능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기능을 부여받게 된다. 서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 최고 회계 검사기관이 회계 검사권만 가지고 직무 감찰권은 각 기관 내부의 감찰관(Inspector) 혹은 자체 감사기구가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직무 감찰 기관은 회계와 검사와 분리시키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승만 초대 정권에 도입했던 심계원의 회계 검사권과 이와 독립적인 감찰위원회의 직무 감찰권으로 분리해 운용했던 것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3공화국에서 심계원과 감찰위원회를 통합하게 된 이유가 바로 공직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척결에 있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도 강력한 감사의 필요성이 요구될 수도 있어, 심도 있게 검토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스웨덴처럼 의회 산하에 재정 감사원(Riksrevisionen)을 두고 행정부의 재정권 통제를 담당할 수 있게 하고, 정부 산하에 자체 회계 감사국(Ekonomistyrningsverket)과 행정 감사국(Statskontoret)을 두어 정부의 내부 감사국으로 이원화해 보다 명확하고 공정한 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 감사원에 필요한 것들

정권만 바뀌면 구 체제와 신 체제의 충돌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 들어가는 소모적 정쟁 상황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감사를 통해 국가저울의 중심추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감사원을 고대하는 것은 요원한 희망일까?

미래 감사원에는 결산, 회계 검사와 직무 감찰에 관한 재량적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내부 규율을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또한 감사원 조직과 직무 범위, 감사위원의 자격, 감사 대상 공무원의 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해 표적 감사나 보복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세세한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삼권분립의 균형추를 잘 지켜내기 위해 헌법 재판의 기능 법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처럼, 미래의 감사원도 감사권의 오남용으로부터 스스로 경계하면서도 국가 재정의 올바른 집행과 정책 결정 과정의 오류와 결과의 비효율성을 제대로 짚어 줄 수 있도록 내부적 각성과 변화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감사원의 독립이 이루어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다. 좀 더 긴 안목으로 접근하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대립의 심각성을 고려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고민하는 미래 대통령 후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정치의 무능으로 시름을 놓지 못하는 국민들이 마음을 춘향전의 한 대목이 담고 있지 않을까?

"금동이에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 소반에 기름진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초 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은 떨어지고

노랫소리가 높은 곳에 원망의 소리가 높더라!

옳지! 이놈이 정녕 요즈음 민심을 소요시키고 돌아다니는 그 불량 지도가인가 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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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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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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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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