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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 천재'김아영 "AI기술 유용하지만 뼈대인 아날로그가 훨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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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구겐하임상 작가 김아영 서울서 신작 공개
아뜰리에 에르메스 'Plot,Blop,Plop'전(~6/1)
부친이 건설한 중동아파트에 석유패권 대입한 역작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요즘 우리 현대미술의 '대세' 작가는 단연 김아영(B.1979)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불·서도호·양혜규 등에 이어 김아영은 최근 전세계 주요미술관과 비엔날레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의 50년도 더 된 복합건물인 낙원상가(1969년 건립)에서 작업해 '낙원상가 천재'로 불리는 아티스트 김아영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작가다. 'AI융합 아트'의 기수로 손꼽히는 그는 작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수여하는 'ACC미래상'을 받았고, 올 3월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예술상인 'LG구겐하임 어워드'의 한국인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뮤지엄에서 개인전 'Many Worlds Over'(~7월20일)를 개막했는가 하면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뉴욕의 MoMA PS1 개인전(11월~)과 뉴욕 퍼포마비엔날레(11월~), 홍콩 M+ 파사드 작품상영(10월~)이 잡혀 있다. 내년에도 세계 주요미술관에서의 전시가 이어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스틸 이미지. 28분 길이의 영상작품.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국내에서도 '딜리버리 댄서의 구' 작업 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김아영이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김아영은 서울 도산공원 앞 아뜰리에 에르메스(관장 안소연)에서 신작을 공개하며 작품전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21일 막을 올려 오는 6월 1일까지 이어지는 개인전의 타이틀은 '플롯, 블롭, 플롭(Plot, Blop, Plop)'이다.

'플롯, 블롭, 플롭'은 운을 맞춘 듯한 단어들로 입안에서 '철썩'하고 터지는 방울소리를 연상시킨다. 유희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들이지만 김아영은 세심하게 운율을 맞추고, 단어들의 의미를 숙고하고 조합해 이를 선택했다. 번역을 하자면 '구획, 방울, 퐁당'이 되는데 작가는 이야기에서의 '플롯'이 사건들의 사슬을 씨실 날실처럼 짜고 직조해 서사를 만드는 본래 역할과 함께, '플롯'의 중의적 쓰임새에도 주목했다. 즉 영토, 지리, 경제와 관련해 장소를 구획하고 도면을 그리며 동선과 시노그라피(무대 묘사)를 계획하는 일, 더 나아가 음모나 작전을 획책한다는 뜻의 'Plot'의 또다른 의미에도 착안했다.

이같은 구상 아래 김아영은 데뷔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절대 자본이자 권력인 '석유'(액체)와 관련한 서사에 다시 주목하며, 이번에 전과는 다른 다중적인 세계를 시연했다. 즉 종전 작업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전개됐던 석유를 개인적 서사와 연결하고 믹스하면서 거대 서사와 미세 서사가 만나고, 오버랩되며 충돌 변주하는 영상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신작은 김아영의 10년 전 작업인 '제페트' 연작의 광범위한 시공간과 내러티브를 작품 배경으로 하되, 사우디아라비아 리아드의 '알 마터 주택단지'라는 특정장소를 무대로 한 작품이다. 한국의 한양건설이 지은 리아드의 아파트단지를 현재의 시점과 걸프전쟁이 발발했던 1991년 시점을 플래시백으로 오가며 입체적이면서도 독특한 작품으로 완성했다. 알 마터 주택단지는 김아영의 작품에서 시대를 증언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이 아파트 단지는 작가의 부친이 현지에 건설인력으로 파견돼 지은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스틸 이미지. 28분 길이의 영상작품.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1970년대 전세계를 휘몰아친 두차례의 오일 쇼크는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에겐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당시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선회하던 한국은 큰 위기에 봉착했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건설사들의 중동 진출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1970,80년대 '열사의 나라'로 떠난 한국 건설인력들의 분투로 인해 우리는 석유파동을 무사히 넘기며 경제발전의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 당시 수많은 가장들처럼 중동에 파견됐던 작가의 아버지 또한 중동 여러 도시의 인프라시설 건설에 참여했는데, 부친이 몸담았던 한양건설이 시공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알 마터 단지였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 '한양 아파트'라 불리던 이 장소는 입주도 하기 전에 석유와 걸프만 확보를 노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1990년)으로 난민들의 임시거주지가 됐다. 때문에 오랫동안 '쿠웨이트인 아파트'로 불렸다. '석유' 때문에 발발한 이 국지전은 미국까지 참전하며 걸프 전(1990–91년)으로 확대됐고, '사막의 폭풍작전'이라 불린 최전방의 전투장면은 CNN을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며 전지구인이 전쟁극장을 관람하게 했다

'석유'는 김아영의 몇몇 작품들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작동해왔다. 그것은 근대주의를 가능케 한 도구이자 권력이며 물리적 이동과 속도의 에너지원인 동시에, 지정학적 분쟁 요소, 지질과 기후를 변화시키는 요인인 까닭에 작가는 중요한 이슈로 끈질기게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거대한 서사와는 별개로, 리아드의 '쿠웨이트 아파트'라는 장소는 작가에게 '꿈과 기억'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곳은 아파트 건설에 참여했던 작가 아버지와 수많은 동료들의 기억이 서려 있는 장소이자, 먼 이국 소식과 작은 선물에 기뻐하던 어린 시절 작가의 꿈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도산공원 앞의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에 선 작가 김아영. [사진= 김상태,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작품을 위해 김아영은 사전 아카이브 탐색에 나섰는데 사우디의 살만 벤압둘아지즈 국왕이 쿠웨이트 난민 1000가구를 수용했던 사실을 전한 방송클립과 걸프전 참전군인의 전쟁을 목전에 두고 밝힌 소회, 전쟁 확전을 예상치 못한 사담 후세인의 화급하고 비밀스런 음성 등을 채집했다. 김아영은 또 리아드 현지를 찾아 아파트 거주민의 "남동풍이 불고 전망이 좋아 알 마터 아파트를 택했다. 리야드에서도 고급축에 속하는, 잘 지어진 아파트다"라는 평화로운 소회를 통해 1990년대 현재를 조망하고 있다. 

김아영은 이처럼 분절된 이야기들을 솜씨좋게 이어붙이고 구조화하는 스토리텔링에서의 '플롯'과 함께, 공간을 구획하고 도면을 그리며 동선과 시노그라피를 제시하는 공간적인 장치로 '플롯'의 다중적인 의미와 기능을 실험하며 이번 작업을 완성해냈다.

작가는 사우디에서의 현지 실사촬영에 더해 생성형 AI V2V(Video-to-Video) 영상변환, 라이다 스캔, 3D 가우시안 스플래팅, 게임 엔진 애니메이션, 2D 아카이브 애니메이션 등 탈광학적 이미지를 과감히 혼합하고 변주하며 '트랜스미디어의 실험'을 추진했다.

이번 작업에서 기억과 기록, 허구와 사실이 서로 겉돌지 않고 정교하게 교차하면서 사변적 허구를 마치 실제처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간 발전한 광학 테크놀로지와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실험하는 작가의 작업방식 때문에 가능했다. 김아영은 '이거다' 싶은 주제를 재탐사해서 시각적·공간적 레이어를 더하고, 밀도를 높이면서 확장된 세계를 우리 앞에 제시한 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스틸 이미지. 28분 길이의 영상작품.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김아영은 동시대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세계의 기원에서부터 다가올 미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공간 속에서 추적하고 상상하며 작품을 만든다. 경계와 세계를 넘나드는 공간운동을 비롯해 혼성과 합성을 통해 구축한 거대 담론들은 허구의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그 출발점이 언제나 현실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주어진 역사를 새롭게 사유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덧대는 방식의 사변적 서사는 작가가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작업스타일이다. 그 기반에는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전방위적 리서치가 깔린다. 역사와 과학, 신화와 지정학,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낙원상가에서 가까운 정독도서관 등 여러 기관을 무수히 드나들며 아카이브 자료를 축적한다. 반면, 광범위한 역사의 시공간에서 작은 흔적들에 불과한 단서들 사이에는 '무수한 공허와 빈틈'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작가의 '신나는 창의의 영역'이다. 김아영은 매끈하지 않은 부정합과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교차와 직조를 통해 다성적인 목소리를 켜켜이 쌓아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영상 작품과 설치작품 등으로 이뤄진 개인전 전시전경.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 내부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바닥의 선들은 알 마터 아파트의 도면을 약호화한 것이다.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관장은 "김아영 작가가 2014–2015년에 3부 연작으로 선보였던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이 인상적이었다. 석유의 기원과 신화, 석유의 자본화와 신식민주의 등 20세기 역사를 석유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이 연작을 계기로 작가의 시야가 보다 넓게 확장됐다"며 "그 연작이 소리와 음악으로만 남아 아쉬워 이를 입체적으로 확장하면 어떨까해서 제안했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공중에 음성으로 떠다녔던 '제페트'연작을 이번에 작가가 시각적으로 멋지게 구체화했다"고 평했다.

안 관장은 또 "김아영은 고대신화에서부터 미래까지 작품의 시공간이 넓고 레이어가 두터워 해외에서도 주목하는데 이런 경우 자칫 출발하는 닻을 끊어버리고, 작업이 하늘로 날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가상과 실제를 매우 탄탄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아영은 지난 5월 8일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전세계 미술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LG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여기서 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예술의 속성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인공지능 기술 등을 다양하게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AI는 창작을 돕는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AI가 만든 창작물은 예술의 근본적인 조건인 작가의 의도와 창작과정에 수반되는 고통, 작가의 내면에서 나오는 깊이있는 사유가 결여돼 예술로 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 재단(FONDATION D'ENTREPRISE HERMÈS)은?=2008년에 설립된 에르메스 재단은 "우리의 행동은 우리를 정의하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라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재단의 핵심 미션은 네가지로 압축된다. △기술과 전문성의 전수 △새로운 예술창작 활동 △환경보호및 사회적 연대 장려 △이를 위한 기획프로그램 운영과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들의 후원 등이다. 에르메스 재단은 올리비에 푸르니에가 2016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2021년부터 로랑 페주가 재단 디렉터를 맡고 있다. 재단은 2023~2028년 기간에 6100만유로(한화 약 95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았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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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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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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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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