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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9% 급락한 달러 '바닥 안 찍었다' 약달러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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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전망 20년래 최고
주요국들 약달러 반색, 왜
신흥국 통화 절하 복잡한 셈법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화가 2025년 초 이후 9% 급락했다. 같은 기간 무역가중 달러 지수 역시 5% 떨어졌다.

월가의 구루들은 달러화가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둔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약달러에 대한 명암은 크게 엇갈린다. 해외 주요국들은 수입 물가를 떨어뜨리는 한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반색하는 표정이다. 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자국 통화의 상대적인 강세에 따른 경쟁력 약화에 대응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 달러 여전히 고평가, 더 내린다 = 골드만 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을 통해 달러화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

무엇보다 달러화가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라고 그는 주장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데이터에 따르면 달러화의 실질 가치는 1973년 변동환율제 시행 이후 평균치보다 거의 두 표준편차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역사적으로 이 같은 고평가가 나타난 사례는 198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등 두 차례에 불과하고, 이 시기 모두 25%와 30% 하락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 달러 인덱스 [자료=블룸버그]

미국 자산으로 지속적인 자금 유입과 미 증시의 추세적인 강세 속에 달러화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자산 규모는 22조달러에 이른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이 가운데 절반은 통화 헤지가 되지 않은 물량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의 노출을 축소할 경우 달러화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하치우스는 강조한다. 이들이 미국 자산의 확대를 꺼리기만 해도 달러화에 부담이라는 얘기다. 국제수지 회계 원칙 상 미국의 1조1000억달러 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연간 1조1000억달러 순자본 유입으로 충당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순자본 유입은 외국인들의 미국 자산 매입과 해외직접투자(FDI), 또는 미국의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경상수지 변동이 대부분 외국인의 자산 매매와 맞물려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현재 가격에서 미국 자산의 추가 매입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달러화가 약해진다. 혹은 두 가지 모두 발생한다.

지난 20년간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상대적으로 강한 성장을 이룬다면 문제될 이유가 없지만 향후 수 년간 다른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라고 하치우스는 말한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관세 충격을 이유로 주요 경제권의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는데 미국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4분기까지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5%로 떨어뜨린 것.

미국의 GDP와 기업 이익 성장이 둔화되고,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상승하며, 연준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에 대한 매수 심리가 위축될 여지가 높다고 그는 지적한다.

웨드 부시도 보고서를 내고 해외 투자자들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가 달러화를 압박한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이 길어질수록 달러화의 하락 압박과 낙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61%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앞으로 12개월 사이 달러화의 추가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달러화에 대한 약세 전망이 약 20년래 최고치로 높아진 셈이다.

◆ 弱달러의 明 = 달러화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강세 흐름을 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LSEG에 따르면 일본 엔화가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10% 이상 뛰었고, 스위스 프랑화가 11% 오르는 등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통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같은 기간 유로화도 달러 대비 11% 상승했고, 캐나다 달러화도 4% 이상 올랐다. 러시아 루블화가 22% 급등했고, 폴란드 졸티화와 멕시코 페소화가 각각 9%와 5.5% 오르는 등 일부 신흥국 통화도 강세 흐름을 탔다.

반면 베트남 동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4월 초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고, 중국 위안화와 튀르키예 리라화 역시 최근 최저치 기록을 세웠다.

포렉스라이브의 애덤 버튼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중앙은행은 달러화의 10~20% 하락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가 지난 수 년간 작지 않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많은 신흥국들이 대규모 달러화 표시 부채를 갖고 있어 약달러는 채무 부담을 경감시키고,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 강세는 수입 물가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때문에 연초 이후 달러화의 약세 흐름은 주요국 중앙은행에 숨통을 열어 준 셈이라고 버튼 애널리스트는 설명한다.

미국도 약달러에 따른 반사이익이 없지 않다. 해외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인 재정적자 축소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정책자들이 이 같은 이유로 달러화 약세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론적으로, 달러화 약세가 금융시장 여건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우호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달러 하락의 원인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산 매도라는 점에서 국채 수익률 상승을 포함한 결과물이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할 여지가 높다.

◆ 弱달러의 暗 = 고율의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통제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 약달러는 독(毒)에 해당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가뜩이나 관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에 약달러가 상승 압박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만으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를 현재 2.75%에서 연말 3.5%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여기에 약달러가 가세하면 0.25%포인트 추가 상승하라 것으로 예상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권도 약달러가 반갑지 않다. 자국 통화가 상승하면 해외 시장에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세와 맞물려 통화 강세는 수출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고 투자은행(IB) 업계는 말한다.

모넥스 유럽의 닉 리스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신흥국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법은 통화 가치 절하"라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이 같은 카드를 꺼내들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화 가치를 절하할 때 해외 자본 유출을 포함한 후폭풍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정이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적 논리 이외에 통화 평가 절하가 트럼프 행정부에 환율 조작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신흥국 정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신흥국의 통화가 평가절하되면 기업들의 달러화 표시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책자들이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다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무역수지 악화에 통화 평가절하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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