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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는 낯선 것에 다가가는 것" 노소영의 두번째 통큰 'ISEA'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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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2025,서울유치
5월 23~29일 예술의전당,서울대 등서 열려
'동동'주제로 '함께하는 삶'성찰,예산 20억원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세계 최대의 미디어아트 행사인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2025'가 오는 5월 23∼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과 서울대학교, 서강대학교, 한강 등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는 전세계 70여개국에서 1000명의 미디어 아트 전문가가 참여해 인류와 기술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ISEA는 1990년 네덜란드에서 조직된 국제비영리기구인 ISEA 인터내셔널이 매년 주최하는 페스티벌이다. 전자예술 창작과 이론,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각국의 전문가가 참가하는 세계적 권위의 문화예술·과학·기술 융합 심포지엄인 이 행사는 학술회의와 전시, 스크리닝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진다. 한국은 지난 2019년 광주에서 제25회 'ISEA 2019'를 개최한 데 이어 6년 만에 다시 개최국이 됐다.  

[서울=뉴스핌]세계 최대의 미디어아트 페스티발인 'ISEA 2025'를 개최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5.15 art29@newspim.com

올해 ISEA의 의장을 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4일 서울 효자동의 나비미래연구소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오랫만에 기자들과 만난 노소영 관장(64)은 "ISEA는 전세계 도시를 오가며 해당 국가의 예술과 과학, 미디어아트 전문가가 중심이 돼 펼치는 페스티벌"이라며 "원래 경쟁을 거쳐 개최지를 결정하는데 2019년 광주 행사가 호평을 받아 '한번 더 해보면 어떻겠냐'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륙별로 순회하는 원칙에 따라 작년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2023년에는 파리에서 열렸다. 

노 관장은 "ISEA 인터내셔널로부터 제안을 받고 '죽어라 힘들었던 행사를 두번이나?'하고 망설였다. 그런데 서양 위주의 지적인 이벤트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의 미디어아트를 아시아(한국)의 사상과 내러티브로 심화시킬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단안을 내렸다. 'ISEA 2025'는 어렵고 딱딱한 학술제만 있는 게 아니라, 대중들이 즐길 만한 재밌고 신선한 프로그램이 많으니 놓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미 이 행사는 전세계의 전자예술, 디지털아트 연구자와 아티스트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들은 한국과 서울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며 "학술제와 페스티발이 열리는 5월 마지막주 서울은 국내외 미술전문가들로 들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올해로 30주년을 맞는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2025의 공식포스터. 2025.05.15 art29@newspim.com

마침 노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는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서린동 아트센터 나비 전시관에서는 물론이고, 옛 서울역(문화역서울284), 송도신도시 등에서 새롭고 획기적인 미디어아트 전시와 프로젝트를 개최해왔다. 또 미디어아트 연구와 출판, 교육도 전개하며 한국 미디어아트의 변화와 발전을 견인해왔다. 노 관장은 이번에 ISEA 2025를 주도적으로 디렉팅하며 동양의 주역에서 차용한 '동동'을 주제로 내세웠는데 서양 일변도의 미디어아트와는 또다른 결의 미디어아트가 어떻게 펼쳐지고, 어떤 담론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ISEA 2025는 아트센터 나비,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며 국내외 주요 아트&테크 기관이 참여했다. 올해 ISEA의 주제는 '동동(Dong-Dong):크리에이터스' 유니버스'(Creators' Universe)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미디어아트 전문가들은 '동동'을 테마로 포스트휴머니즘, 동서양, 예술과 과학, 물질과 영성, 기술과 인간성에 관해 논의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예술의전당, 서울대미술관, 한강, 상수동, 그리고 서울시립사진미술관 등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ISEA 2025 행사내역및 안내도. [이미지 제공=ISEA 2025] 2025.05.15 art29@newspim.com

주제의 '동동'은 주역의 함괘에 나오는 '동동왕래 붕종이사'(憧憧往來 朋從爾思·어린아이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그리워하면 친구가 내 생각을 따른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날로 단절되고 대립되는 글로벌 정치·사회 속에서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테마다. 문명·생명·미래·우주라는 4개의 부주제를 통해 '동동'의 정신이 확산되고 변용된다.

노 관장은 "'동동'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지혜는 내게 큰 발견이었다. 동양이 역사나 문명으로나, 인구수로나 서양에 결코 뒤지지 않는데 예술과 기술, 디지털 아트 분야는 서양이 거의 주도하고 있어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동동'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공모를 통해 ISEA 2025 전시 출품이 확정된 말리친 코르테스(CNDSD) 이반 아브레우의 작품. '프레(ㄴ)ㅏ투라_포노신', 2024.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생성형 AI, 가변크기. [이미지 제공=아트센터 나비] 2025.05.16 art29@newspim.com

행사의 메인은 학술 프로그램이다. 아트&테크놀로지 분야 세계적 학자 400여 명이 참가하는 ISEA 학술대회에는 3명의 연구자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김윤철 작가는 '트랜스매터링', 심상용 서울대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르브넝, 다시 돌아온 자', 뉴미디어 이론가 레브 마노비치는 '인공미학'을 주제로 발표한다. 또 인공지능(AI)과 인공생명, 디지털 사운드, 문화유산, 인간 너머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논문 발표, 포스터 세션, 패널 토론, 아티스트 토크가 이어진다. 

사전 진행된 학술·아트 공모는 70여 개국에서 551건의 논문과 398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332건의 논문과 39점의 작품이 선정돼 학술논문은 서울대학교와 서강대학교에서 발표된다. 공모를 통과한 작품은 주최측이 초청한 작품 79점과 함께 총 118점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과 서울대학교미술관, 관허 코스모스홀에서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ISEA 2025 공동의장인 이중식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원장.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5.15 art29@newspim.com

ISEA 2025의 공동의장을 맡은 이중식 서울대 문화예술원 원장은 "올해 행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같은 페스티벌과 비슷할 수 있지만 보다 응축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부 주제들에도 거론됐듯 지금 이 시대 미디어아트의 지형은 물론 미래까지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의 최고의 볼거리이자 하이라이트는 국내 최초로 한강 수상에서 펼쳐지는 24일 저녁의 개막식이다. 관객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면 어두운 강물이 빛으로 밝게 물들여지는 사일로랩의 미디어아트 '윤슬'이 펼쳐진다. '동동'이 유래된 주역의 "천지가 자리를 정하여 덕을 합한다"는 구절에서 착안해 서로 다른 존재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서로 보듬고 보완하는 '관계의 힘'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ISEA 2025의 의장으로 페스티벌의 개최 의미와 주제인 '동동'을 설명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5.15 art29@newspim.com

노 관장은 "어둠이 내려앉은 한강에서 관객들이 손을 잡아 만들어낸 온기는 빛의 반짝임으로 변해 남북의 단절로 끊어진 한강을 잇고, 갈등과 반목의 현실 속에서 공존과 상생의 의미를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윤슬' 작업과 함께 사운드 아티스트 가재발이 전통 궁중음악을 전자음악으로 재해석한 '수제천'도 더해진다. 정적인 흐름과 음의 여백, 미묘한 농현, 반복성을 전자악기의 질감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서울대미술관에서는 23∼29일 '굿모닝 미스터 오웰, 버전 2'(Good Morning Mr. Orwell Ver.2)라는 제목의 특별전이 열린다. 기술과 예술이 통합된 창의적인 작품들을 통해 미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시로, 홀로그램, 인공지능, 블록체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 망라된다. 기술발전이 가져오는 사회적·문화적 변화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담고 있는 이 기획전은 백남준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착안해 1984년에 시도한 인공위성 생중계 '굿모닝 미스터 오웰' 이후 40년간 전세계의 변화를 짚어보고, 다가올 미래를 조망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ISEA 2025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장(서울대학교 교수).서울대학교 미술관은 특별전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 버전2'를 5월23~29일 개최한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25.05.15 art29@newspim.com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은 "인간을 초월한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 뿐 아니라 인간의 사유까지도 정복하며 심한 불균형과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ISEA 2025를 기점으로 인간을 향한 인식을 심화하고, 예술의 역할에 대한 통찰력을 전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다양하게 선보여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대행사로 사운드아트 공연도 열린다. WeSA와 함께하는 'Sound Seoul 2025'가 ISEA 2025의 협력프로그램으로 5월 26일 서울 상수동 Thila 공연장에서 열린다. 수십편의 사운드아트 응모작 중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7점의 작품이 선정됐다. 한국의 젊은 AV씬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또한 관악문화재단 서초문화재단과 함께 지역 어린이와 청년예술가의 작품을 해외 참가자들에게 소개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연계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ISEA 2025'의 초청작인 일렉트라의 작품 'EVM'. 2025. VR,프로토타입. [이미지 제공=아트센터 나비] 2025.05.16 art29@newspim.com

노소영 관장은 "ISEA 2025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함께 질문을 던지는 '또하나의 시작'이다. 우리는 닫힘을 거부하며 호기심을 갖고 불확실한 상황에 머무르고, 관대한 마음으로 낯선 것들을 향해 다가갈 것이다. 아직 해답이 발견되지 않는 것들을 위한 공간을 청한다."고 밝혔다.

즉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열린 토론의 장', 새로운 '창작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마치 뮤지엄의 '미션 스테이트먼트'같은 노 관장의 이 말에서, 지난 25년간 흔치 않은 길인 '미디어아트 특화 미술관'을 이끌어온 뮤지엄 디렉터로서의 통찰과 성찰이 읽혀진다. 또한 이번 'ISEA 2025'에 스펙터클한 작품이며 신박한 논제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이를 내세우기 보다, '해답이 발견되지 않는 것들'을 위한 '공간'을 지켜내겠다는 다짐이 특히 돋보인다. 나비측은 ISEA 2025의 총예산이 20억원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한강 수상에서 5월 24일 저녁에 열릴 'IESA 2025' 개막식에서 선보여질 사일로랩의 미디어아트 '윤슬'. 관객들이 손을 맞잡으면 강물에 영롱한 빛이 물들어지는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다. [사진=아트센터 나비] 2025.05.15 art29@newspim.com

한편 아트센터 나비는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작년말 아트센터 나비와 25년을 함께 해온 한국미디어 아트의 중진 18명의 작업세계를 담은 책 '리:스펙트 한국 미디어아트 2000년 이후'(북코리아)를 출간하기도 했다. 강이연·권병준이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세계를 '5가지 결정적 순간'이라는 질문 아래에 기록했는데, 시대의 관찰자 행위자 예언자로서의 미디어 아티스트를 조망하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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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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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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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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