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재명 정부가 출범 첫해 실용외교로 한미동맹 유지와 한중·한일 관계 복원을 추진했다.
- 위성락 안보실장을 둘러싼 자주파-동맹파 갈등과 대북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대미 신뢰가 흔들리며 외교 기조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 중국·일본과는 가드레일·셔틀외교로 관리 중이나 북핵 외교 동력 상실과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한국 외교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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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외교 기본틀 완성, 유지 여부는 불투명
외교정책에 국내 갈등...안보실장 거취 최대 관건
'북핵' 국제 위기의식 둔화, 韓 북핵외교에 치명적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한국의 외교적 여건은 지금까지 한국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었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외교안보 정책의 큰 줄기는 대미 외교와 남북 관계, 북핵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대외정책과 동맹관에서 완전히 달라진 미국 정부, 남한을 적대 관계의 다른 국가로 규정한 북한을 상대해야 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외교적 환경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변화된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를 내걸었다. '실용'을 강조한 배경에는 전임 윤석열 정부가 지나치게 이념적이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평가는 '준수한 편'에 속한다. 국내 언론은 한·중 관계 복원, 한·미 동맹의 실리 확보,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을 주요 성과로 꼽는다. 특히 경제안보와 공급망 협력, 핵잠수함 보유 합의 등을 구체적 성과물로 본다.
외신의 평가 역시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이 중·일 갈등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상대적 이익을 얻으려는 실용적 접근을 했다고 평가한다.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 북한과도 관계 개선을 추구한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균형적 외교'를 추구한 점을 성과로 꼽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단기적으로 무난한 출발을 했지만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는 국제환경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적 노선 갈등 표출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를 입안한 사람은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 내에서 위 실장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위 실장이 한·미 동맹을 우선시한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불거졌던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다시 재현됐다.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안보 시각을 가진 인사들과 실용외교의 틀을 만든 위 실장이 협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실용 외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정권 출범 초기 미국과의 관세, 안보 분야 협상을 마무리하고 한·일 관계의 우호적 흐름을 유지하면서 대중국 외교의 기본틀을 마련하는 동안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위 실장에 대한 불만과 견제가 이어졌다.
지난 2월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을 발표하고 안보 분야 합의 이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위 실장이 한·미 협상 마무리 이후 경제·산업 부처의 후속 대응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을 놓고 민주당과 정부 내에서는 위 실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은 대외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를 끌고 왔던 위 실장이 교체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은 위 실장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경우 한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급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최근 외부 인사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위 실장의 거취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날 불투명한 대미 외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한·미 동맹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라는 말로 대미 외교의 어려움을 털어 놓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선방하고 핵잠수함 보유,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대를 정상 간 합의로 얻어냈을 때 한·미 관계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합의 이행 과정에서 쿠팡 사태,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 등이 겹치면서 한·미 관계의 앞날은 예상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 동맹 현대화'의 전개 양상도 불투명하다. 미국은 주한 미군의 역할을 지역 안정과 중국 견제로 전환하고 한국의 방위는 스스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국방비를 늘리고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는 자주국방을 목표로 안보 정책을 바꿔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목표는 '북핵'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가로막혀 있다.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미국의 확장억제'이기 때문에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국방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는 미국의 방위 약속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미 외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 시설' 발언에서 비롯된 미국의 대북정보 공유 제한 조치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미 관계의 최대 위협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재명 정부가 과거 문재인 정부의 대미 시각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을 우려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외교적 자산을 투입했고, 한·일 및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한·미 관세 협상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해소한 듯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보 공유 제한 조치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이 되살아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한·미 관계를 예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중 관계 가드레일과 한·일 갈등 '우선 멈춤'
이재명 정부가 대미 관계 못지 않게 공을 들인 부분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다. 중국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한·중 관계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미 동맹이 한국의 대외정책 기본 축임을 분명히함으로써 중국의 기대 수준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결국 중국은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과 차이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민생과 경제, 문화 교류 등을 통해 동력을 만들어 한·중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한·중 관계에서 상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분명히 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응해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전략적 관계을 강화하고 대결적 구도가 공고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은 문제다. 현재와 같은 한·중 관계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본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매우 순조롭게 풀려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불안감 등 국제정세 불확실성 증가로 한·일은 더 이상 갈등하고 대립할 여유가 없는 상태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내각 출범 이후 중·일 관계가 일촉즉발의 대결적 자세로 변한 것도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게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일 관계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양국이 한 배를 타게 된 결과여서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동력 사라진 북핵 외교
북한이 핵능력을 확보하고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함에 따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동력은 사실상 소멸됐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있는 상태이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NPT(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의 결과는 북핵 문제 해결이 요원해진 국제적 환경을 잘 보여준다. 5년 주기로 열리는 이 회의는 최근 16년 동안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가 최종 합의문 초안에도 언급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북핵 문제가 국제비확산체제를 위협하는 핵심적 사안이라는 국제적 컨센서스를 확인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한국 북핵외교에 치명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남북 관계 단절로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북·미 접촉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트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피스메이커'가 되어달라고 요청하고 자신은 이를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차갑게 식은 상태다. 트럼트 대통령이 가끔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는 정치적 언급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북·미 대화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미국은 국내 문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사태 등으로 북한 문제에 손을 댈 여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북핵 외교 실종 상태는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