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이 8일 증거물 폐기·보관 정황으로 논란이 일었고, 형법상 친족 증거인멸 특례가 도마에 올랐다
- 뺑소니·세월호·로맨스스캠 등에서 가족의 범인도피·증거인멸이 친족 특례로 반복 면책되면서 강력·성범죄까지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쟁이 커졌다
- 정성호 장관이 특례 개선 검토를 언급한 가운데, 가족보호를 우선해 존치해야 한다는 견해와 중대 범죄에는 적용을 제한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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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장관 "개선 검토"…법조계는 존치·폐지 팽팽
광주지검, 부친·수사팀장 압수수색…13일 다음 공판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의 범행 관련 증거물을 폐기하거나 보관한 정황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형법상 범인은닉·증거인멸죄의 '친족 특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씨의 부친인 현직 경찰관 장모 경감은 아들의 주거지에 있던 리얼돌, 휴대전화 등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장씨의 차량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 역시 아버지인 장 경감의 주거지에서 발견돼 검찰이 압수한 상태다.
◆ 뺑소니부터, 세월호, 로맨스스캠까지…반복된 '가족 방패'

이 같은 물품은 아들 장씨의 살인 혐의와 관련해 성적 동기를 뒷받침할 핵심 정황 증거로 거론돼 왔다. 다만 친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155조 4항에 따라, 장 경감은 이런 정황에도 형사입건되지 않았다.
친족 특례가 실제 수사·재판에서 면책 근거로 작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부산에서는 아들이 뺑소니 사고를 낸 뒤 아버지가 사고 현장에 함께 가 차량 범퍼 조각 등 증거가 될 만한 파편을 주워갔지만, 경찰은 형법 제155조를 이유로 아버지를 입건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매제(2촌) 오갑렬 전 체코대사도 범인도피 행위 자체는 인정됐지만, 친족 간 범인도피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최근엔 한 가족이 캄보디아 로맨스스캠 조직에 가담해 국내에 송환된 20대 남성의 도주를 돕고, 은신처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경찰은 친족 특례 때문에 가족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즉,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거나, 수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 셈이다.
현행 형법은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범인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제151조 2항),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한 경우(제155조 4항)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가족을 감싸려는 인간적 본성과 기대가능성 부족을 고려한 조항이지만, 강력범죄·성범죄 수사에서 핵심 증거 훼손까지 면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반석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형법의 여러 조항은 1953년 제정 당시 유교적 가치관과 일본형 법체계의 영향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당시와 달리 범죄 양상은 훨씬 복잡하고 중대해진 만큼, 강력범죄나 성범죄 사건에서까지 친족 특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장관도 검토한다는데…법조계 "가족보호 우선" vs "중대 사건까지 면책은 과도" 팽팽

논란을 의식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증거인멸죄 친족 특례 역시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정 장관은 지난 1일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해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친족 특례'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가족에게 국가 형벌권으로 불리한 행위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존치론과 "강력범죄·성범죄 등 중대 사건에서까지 증거인멸을 면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폐지·제한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강력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현직 검사는 "증거를 인멸한 행위 자체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도 인정되지만, 부모가 자기 자식 문제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그런 관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없거나 현저히 약하다고 보는 '책임조각 사유'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다. 가족에게 국가 형벌권으로 불리한 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친족 특례는 일률적으로 처벌을 면제하는 구조라 중대 범죄까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 강력범죄나 성범죄 사건에서는 최소한 적용 범위를 제한하거나 임의적 처벌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경찰에서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뒤, 광주지검이 보완수사를 거쳐 지난 6월 2일 장씨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별도로 광주지검은 지난 7일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해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박모 경감, 주요 수사팀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증거인멸 의혹에 당시 수사팀의 관여가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보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한 현직 검사는 "이번 장씨 사건에서는 함께 증거를 인멸했더라도 친족인 부친은 처벌하지 못하면서 비친족인 수사팀장은 처벌하는 경우가 예상돼 불합리하다는 평가도 있다"며 "다만 범인 자신의 증거인멸을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처럼, 아버지만큼 가까운 친족간 증거인멸을 처벌하지 않는 가족보호의 가치 등도 현행 법은 고려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현장에서도 어려운 논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장윤기의 첫 공판은 지난달 22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장윤기 측은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살인 목적이 강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음 공판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