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중동전쟁 이후 29일 GCC 항만의 62.5%가 마비돼 유가와 물류비가 급등했다.
-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 병목으로 한국의 원유·LNG 운송 차질과 기업 조달·수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 정부는 사우디 유조선 활용 대체운송과 비축유 스와프 등으로 에너지·물류 리스크 분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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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유비중 30% 넘었지만 운송비·기간 2~3배 부담
희망봉 우회 최대 4주·선박당 250만달러 추가 비용
정부, 사우디 아덴만 대체운송·비축유 스와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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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하영 기자 = 중동전쟁 여파로 걸프협력회의(GCC) 주요 항만 24곳 가운데 15곳이 사실상 멈춰서면서 국제유가와 물류비가 동시에 뛰고 있다.
항만 폐쇄와 해상 봉쇄로 원유 공급이 불안해진 데다 선박 우회 운항, 보험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한국 기업의 조달·수출 비용 부담도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24일 발표한 '중동 주간 정세 및 유가·물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GCC 주요 항만 24곳 중 정상 운항이 가능한 곳은 9곳에 그쳤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69달러까지 올랐고,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항해 기간은 최대 4주, 선박 1척당 비용은 약 25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동전쟁의 여파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선박 운송비와 보험료로 번지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안에 해상운임과 전쟁위험보험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정유·석유화학·운송업의 비용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항만 62.5% 운항 불가
중동 정세는 지난 19일 이란의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 이후 빠르게 악화됐다. 이후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했고, 지난 23일에는 홍해를 운항하던 유조선을 공격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과 이란의 역내 보복도 이어지고 있다.
군사적 충돌은 곧바로 국제유가에 반영됐다. 지난 23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6.62달러 오른 배럴당 100.69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2.19달러, 두바이유는 97.19달러까지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하루 만에 7.78달러 뛰었다.

아울러 가장 즉각적으로 충격을 받은 곳은 항만 마비다. GCC 주요 항만 24곳 가운데 정상 운항이 가능한 곳은 9곳에 그쳤다. 전체의 62.5%에 해당하는 15곳은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거나 운영이 제한·중단돼 운항 불가 항만으로 분류됐다.
운항이 어려운 항만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제벨알리항과 칼리파항, 사우디의 담만항과 라스 타누라항, 카타르의 하마드항과 라스라판항 등이 포함됐다. 이들 항만은 원유와 LNG뿐 아니라 석유화학제품, 기계·부품, 소비재가 오가는 중동의 핵심 물류 거점이다.
항만 15곳의 운항 차질로 선박과 화물이 정상 가동 중인 9개 항만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선박의 접안과 하역이 늦어지고, 항만에 쌓인 화물의 보관료와 목적지까지 옮기는 육상운송비도 늘어난다. 국제유가 상승에 원유·원자재를 국내로 들여오는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의 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 한국 원유 수급 비상…공급국 바꿔도 호르무즈·홍해 병목은 여전
한국이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있지만, 운송 차질까지 피하기는 어렵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하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화물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한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 동부,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의 주요 항만에서 출발한 선박은 대부분 이 해협을 통과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한다. 사우디 서부에서 출발한 원유와 유럽 방향 화물이 이곳을 지나며, 후티 반군은 해협 봉쇄를 통해 사우디 원유 수출에 타격을 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 안쪽 항만의 운영 차질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군사적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한쪽이 막히면 선박이 우회해야 하고, 두 곳이 함께 막히면 운송 기간과 비용은 더 크게 늘어난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을 중동전쟁 이전 17% 수준에서 최근 30% 이상으로 높였다. 그러나 미국산 원유는 사우디산보다 운송 기간과 비용이 두세 배 더 들고, 수에즈운하도 중대형 유조선이 이용하기 어려워 대체 수송로로서 한계가 있다.
결국 공급국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원유 수급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도 수입 국가뿐 아니라 선적항과 해협, 대체항로까지 함께 분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 희망봉 우회 최대 4주…보험료·내륙운송비까지 기업 원가 압박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홍해 운항이 어려워지자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희망봉 우회항로를 이용하면 항해 기간은 최대 4주 늘어난다. 연료비와 선박 운영비 등을 합친 추가 비용은 선박 1척당 약 25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료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홍해 남부를 운항하는 선박에 부과되는 전쟁위험보험료율은 지난주 선박 가치의 0.3% 수준에서 지난 21일 0.75%, 23일에는 1% 이상으로 상승했다.

대체항만을 이용해도 군사적 리스크를 비용 문제를 피하긴 어렵다. UAE 코르파칸항과 오만 소하르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각각 약 120㎞와 200㎞ 떨어져 내륙 운송이 쉽지만 군사적 위험이 크다. 반면 오만 살랄라항은 약 1200㎞ 떨어져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UAE와 다른 GCC 국가까지 화물을 옮기는 육상운송비가 늘어난다.
또한 사우디 젯다이슬라믹항과 킹압둘라항은 약 2000㎞ 떨어진 홍해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피할 수 있지만 중동 동부까지의 내륙운송비가 높고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도 남아 있다.
원유 운송비가 오르면 정유사는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는 데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한다. 이 비용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석유화학업체의 나프타 구입비가 늘고, 플라스틱·합성섬유를 사용하는 제조업체도 생산비와 운송비 부담이 커진다. 결국 중동발 물류비 상승이 휘발유와 석유화학제품, 생활용품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정부, 사우디 '아덴만 대체운송' 추진…홍해 밖에서 한국 유조선에 원유 인계
따라서 정부는 특단의 조치로 사우디 유조선을 활용한 대체운송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7일 정유·해운업계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원유 수급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대체운송은 사우디가 자국 유조선을 이용해 얀부항에서 홍해 밖 아덴만 안전지대까지 원유를 직접 운반한 뒤 한국 측 유조선에 옮겨 싣는 방식이다. 한국 유조선이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이 있는 홍해로 진입하지 않고도 사우디산 원유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사우디 정부도 해당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현지 선사들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사우디 측과 원유 운송시간과 선박 간 접선 장소 등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일정이 확정되면 사우디 유조선을 활용한 대체운송이 시작될 전망이다.
사우디산 원유는 국내 원유 수요의 약 30~35%를 차지한다. 품질과 도입비용 측면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선호하는 원유인 만큼 단기간에 다른 국가의 원유로 모두 바꾸기 어렵다.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를 완전히 봉쇄한 것은 아니지만 선사와 보험사가 위험을 이유로 운항을 꺼리면서 한국 유조선의 홍해 진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산 원유를 기존대로 확보하면서 위험구간만 사우디 유조선이 맡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사우디 유조선이 홍해를 빠져나온 뒤 아덴만에서 한국 유조선에 원유를 넘기면 한국 선박은 홍해 진입에 따른 막대한 전쟁위험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원유 수급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비축유 스와프 제도도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공급하고 이후 같은 물량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사우디 대체운송이 실제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정유사의 원유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향후 원유 수급의 관건은 사우디 측과 운송시간과 접선 장소를 얼마나 빨리 확정하느냐다. 세부 일정이 조율되면 사우디가 아덴만까지 원유를 운반하고 한국 유조선이 이를 넘겨받는 대체운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한 줄 요약
중동 물류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국제유가 상승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류가 소수 항만·해협에 집중된 구조에 있으며, 해법은 공급국을 늘리는 것을 넘어 대체항만·수송로·비축체계를 동시에 다변화하는 데 있다.
gkdud938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