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영등포구 아파트 경비원 A씨가 29일 폭염 속 초소의 에어컨 설치를 요구했다.
- 경비 초소 내부는 34도 안팎까지 올랐지만 관리소장은 설치를 거부했다.
- 10인 미만 사업장 예외와 계약 불안으로 경비원들은 항의조차 못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과태료 없는 10인 미만…법 사각지대에 에어컨 설치 '외면'
3개월 초단기 계약 족쇄…생존 위협에도 목소리 못 내
[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에어컨 설치 좀 해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하네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A(66)씨는 1평 남짓 되는 찜통 같은 초소 안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30일 전국적인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파트 경비원들은 냉방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좁은 휴게 공간에서 온열질환 위험에 방치되고 있었다. 60~70대 고령이 대다수인 경비 노동자들은 폭염에 가장 취약하지만 불리한 계약 구조 탓에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 34도 '1평 찜통' 방치…"요구하면 계약 연장 안 해줘"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9일 오후 2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경비 초소 내부 온도는 34.1도에 달했다. 1평 남짓해 사람 두 명이 들어가면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비좁은 공간에는 에어컨 없이 낡은 선풍기만 힘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찜통 같은 초소 안에서 30분 가량 머물다 밖으로 나오자 오히려 상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A씨는 "이 초소는 휴게실로 쓰고 있는데 너무 더워서 쉴 수가 없다"며 "선풍기도 주민들이 버리려고 내놓은 걸 주워와 성능이 좋지 않다. 지난번엔 내부 온도가 36도까지 올랐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에어컨 설치를 몇 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정식 초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너무 더워 에어컨을 달아달라고 요구했지만 관리소장은 '거기는 초소가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한 채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며 "경비 일지를 작성하고 대기하는 등 초소임이 분명함에도 소장이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해당 초소는 아파트 입구에 있고 아파트의 전기를 끌어쓰는 등 정식 초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A씨는 더 강하게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기가 망설여진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인력업체에 도급을 주는 구조 탓에 관리소장이 사실상 A씨의 계약 연장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소장은 갑이고 인력업체 소속인 우리는 을도 아닌 완전히 병·정"이라며 "소장이 인력업체에 한마디 건네면 당장 다음 계약 연장에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부당한 대우에 항의했다가 곧바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동료의 사례도 털어놨다. A씨는 "최근 한 동료가 지급받은 근무복 바지가 찢어져 있어 교체를 요구했으나 '수선해서 입으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에 항의하자 소장은 곧바로 인력업체에 연락했고 결국 동료는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받아 다음 달에 그만둔다"고 말했다.

◆ 과태료 비껴간 10인 미만 사업장…'쪼개기 계약'에 입 다문 경비원들
이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여름철마다 냉방 조치 미흡이나 열악한 휴게 환경을 호소하는 경비원들의 상담이 매주 1건 이상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경비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배경에는 법적 맹점과 고용 불안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됐고 여름철에는 18~28도의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A씨가 근무하는 아파트처럼 경비원이 8명인 '10인 미만 사업장'은 과태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홍석빈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노무사는 "휴게시설 설치 의무 자체는 10인 미만에도 적용되지만 과태료 규정은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시정 명령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에어컨을 설치만 해놓고 못 틀게 하는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되지 않는 등 법적 제재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짧아진 계약 기간도 경비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과거 1년 단위였던 근로계약이 3개월 단위로 쪼개지면서 경비원들의 고용 불안은 더욱 커졌다.
홍 노무사는 "문제를 제기했다가 잘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니까 당장 경비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르신들은 참고 견디시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직서를 같이 받아두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예외 규정을 없애는 등 입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노동자들이 센터나 연대 단체에 나와 목소리를 모아주어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