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빅테크가 AI 투자자금 마련 위해 해외채권을 대거 발행했다
- 알파벳·아마존, 미국 밖 통화로 조달처를 넓혔다
- 대형 발행 여파로 현지 기업 조달비용과 수요 부담이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본격 진입 수개월 만에 발행 순위 서열 재편
대형 발행에 현지 기업 조달비용 압박 가중
CDS도 동반 상승...유럽 기업 올해 10% 상승
잇단 대형 발행에 현지 기업 부담 가중 우려
*자금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자금쟁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돈줄기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주요국 정부들의 재정 차입 수요와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투자 붐으로, 민·관의 자금조달이 봇물을 이룬다. 인플레이션 유령을 떨치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참전을 꺼리고 있다.
다음 ①~⑤편에서는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대(大)차입 시대로 전환'을 불러온 동인과 이것이 자산시장에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⑥~⑨편은 미래 매출과 수익을 담보로 자금 각축전을 벌이는 AI업계의 최근 동향과 이들의 자금폭식이 초래할 금융측면의 위험, 그 위험 너머의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회사채 발행으로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자금을 충당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너머의 시장으로 조달처를 확대하고 있다. 알파벳이 올해 유로화와 파운드화, 엔화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호주달러 채권까지 내놓으면서 발행 통화를 7개로 늘렸다. 빅테크들이 새롭게 발행할 때마다 현지에서는 사상 최대급 기록이 나온다. 대규모 물량과 비교적 높은 금리를 앞세운 빅테크들의 발행은 현지 우량 기업의 조달 비용마저 높이는 '구축효과'를 낳고 있다.
◆미국 밖 조달처 확대
빅테크의 해외 통화 채권 발행은 작년 11월 알파벳의 유로화채 발행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본격화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파벳은 올해 첫 4개월 동안 달러화를 포함한 6개 통화(이달 호주달러 채권 발행 전 기준)로 600억달러 가까이 조달해 창사 이후 26년간 발행한 채권 총량의 4배를 넉 달 만에 소화했다. 또 아마존은 5월 첫 스위스프랑 채권으로 30억달러를 넘게 조달한 데 이어 캐나다달러 채권 140억캐나다달러어치를 발행해 알파벳이 5월에 세운 현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빅테크들의 잇따른 해외 발행 배경에는 미국이라는 단일 시장 집중을 피하려는 계산이 있다. 같은 시장에서 반복 발행하면 투자자가 요구하는 웃돈(가산금리)이 높아지고 차입을 둘러싼 우려도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떄문에 발행량을 여러 통화로 나누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또 미국 발행 물량을 조절해 놓으면 차후 대규모 조달이 필요할 때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수월해지고 비교적 소규모 시장에 먼저 자리를 잡으면 현지 투자자층을 선점해 후발 경쟁사보다 나은 조달 조건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상위 발행사 명단도 재편
빅테크는 해외 회사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지 수개월 만에 각국의 최상위 발행사로 올라섰다. 올해 5월 당시 알파벳의 유로화 표시 채무는 약 220억유로로 불어나 비금융 발행사 가운데 8번째로 커졌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채권시장의 오랜 단골 발행사를 웃도는 규모다. 엔화 시장에서는 현지 2위 발행사 자리에 올랐다. 아마존은 첫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만으로 현지 6위 발행사에 진입했다. 은행과 자동차·에너지 기업이 오랫동안 채워 온 각국 상위 발행사 명단이 수개월 사이 미국 기술 기업 중심으로 뒤바뀐 셈이다.
달러 시장에서 멀어질수록 빅테크의 비중은 더 두드러진다. 이달 아마존과 알파벳 두 회사는 올해 처음 진입한 스위스 투자등급 채권 지수에서 7.7%를 점하게 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업체)는 캐나다 투자등급 채권 발행의 21%, 스위스프랑 표시 투자등급 발행의 19%를 차지했다. 발행 시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같은 물량이라도 지수와 순위에 미치는 무게가 커지는 사정이 반영된 결과다.
◆현지 조달비용 압박
빅테크발 교란은 현지 기업의 조달 비용까지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앞세우면서도 대규모로 발행해 같은 등급의 채권 공급과 가격 기준을 동시에 끌어올린 탓이다. 예로 캐나다에서는 알파벳과 아마존이 속한 AA 회사채 금리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격차)가 지수상 그보다 낮은 A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났다. 신용도가 더 높은 채권에 오히려 더 높은 추가 금리가 붙는 가격 역전이 발생한 셈이다.

조달 비용을 흔든 빅테크의 대형 발행은 현지 기업의 조달 시점 선택권까지 좁히고 있다. 이들의 실적 발표 뒤 대형 발행이 따라오는 경향이 확인된 만큼 현지 기업 사이에서 그 물량과 겹치지 않게 일정을 비켜 잡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빅테크 발행 직후 시장에 나오려던 현지 기업들이 계획을 1~2주 미루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분기 실적 발표가 미국 고용지표나 중앙은행 회의처럼 일정의 기준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빅테크와의 자금 경쟁은 현지 기업의 신용도에 변화가 없어도 채권시장에서 평가되는 신용위험 프리미엄을 높이고 있다. 회사채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같은 기업의 신용위험을 거래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도 가격을 맞추는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까닭에 LVMH와 사노피, BAE시스템즈 등 유럽 우량 기업의 CDS 프리미엄이 연초 이후 10% 넘게 상승(블룸버그통신 13일 보도)했다.
◆수요 한계 우려
전문가 사이에서는 빅테크들의 대형 발행이 잇따르면서 현지 시장의 소화 여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새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대규모 주문이 몰렸지만 반복 발행이 이어질수록 같은 수준의 수요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이 반복될수록 특정 기업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을 정해둔 개별 기관의 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요 제약이 심해질 경우 현지 기업의 조달 여건은 한층 더 불리해질 수 있다. 빅테크가 신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종전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제시하면 같은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는 현지 기업도 투자자 요구에 맞춰 금리를 높여야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일부 기업이 발행 시점을 늦춰 조달 경쟁을 피했지만 수요 여력이 더 줄면 일정 조정만으로 추가 금리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호주 국영 운용사 QIC는 현지 시장이 최근 알파벳이 발행한 것과 같은 규모의 회사채를 연간 두 건 정도로만 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QIC는 알파벳의 55억호주달러 채권 발행(이달 19일 완료)에 3억호주달러를 주문해 약 1억7000만호주달러어치를 배정받았다. QIC의 마라이카 워드 채권전략 책임자는 "앞으로 빅테크 발행은 더 나오겠지만 호주 시장이 이런 초대형 거래를 1년에 몇 건이나 받아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