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농협중앙회가 28일 스마트 APC와 연합판매망을 구축했다
- 한반도농협 APC는 토마토 처리량을 하루 10t서 40t으로 늘렸다
- 농가 노동은 줄고 판로는 넓어져 소득 안정 효과가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36개 지역농협 물량 규모화…대형마트·온라인시장 판로 확대
생산부터 판매까지 데이터 연결…농가 노동 줄이고 소득 높여
[영월=뉴스핌] 김기랑 기자 =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농협경제지주의 연합판매망을 연결해 농산물 생산 이후 선별·포장·판매까지 아우르는 산지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농협은 자동화된 APC에서 농산물을 상품화하고, 농협경제지주는 여러 산지의 물량을 모아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개별 농가가 직접 수행하던 선별과 포장 업무를 APC가 맡아 농가의 노동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규모화된 물량과 표준화된 품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통해 농가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판로와 소득을 안정시켜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 지역농협이 상품화 맡아…스마트 APC로 처리량 4배
지난 26일 오전 방문한 강원 영월군 한반도농협 APC는 농협이 추진하는 산지유통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현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에서는 토마토의 입고부터 선별·포장·적재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이날 갓 수확한 토마토를 실은 지게차가 입고장에 들어서자, 전광판에 농가 이름과 중량이 자동으로 표시됐다. 팔레트에 부착된 전자태그(RFID)가 출하 농가를 인식한 것이다.
이번에 입고된 토마토의 총중량은 675킬로그램(㎏)이었다. 시스템은 팔레트와 플라스틱 상자의 무게를 제외한 예상 선별량을 581㎏으로 계산했다. 직원이 별도로 입력하지 않았지만, 농가에는 입고 사실과 예상 중량을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즉시 전송됐다.

입고된 토마토는 자동으로 선별기에 투입됐다. 기계가 상자를 통째로 들어 올려 180도로 회전시키고, 원물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토마토를 꺼냈다. 카메라는 토마토를 초당 10여차례 촬영해 색상을 분석했고, 별도의 장비는 과육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했다.
규격별로 나뉜 토마토는 주문처에 맞춰 포장됐다. 상자에는 생산 농가와 선별 일시, 포장일자, 소비기한 등의 정보를 담은 QR코드가 레이저로 새겨졌다. 인공지능(AI) 카메라는 포장 형태와 출하처를 판별한 뒤 로봇에 상자를 쌓을 위치와 수량을 지시했다.
이곳은 스마트 APC 수준을 구분하는 0~5단계 가운데 최고인 5단계를 적용한 전국 최초의 시설이다. 수기나 엑셀을 이용해 작업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부터 입고·선별·포장·판매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로 연결돼 있다.
자동화 이후 작업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 과거에는 같은 인력으로 하루 8시간 동안 토마토 약 10톤(t)을 선별했지만, 현재는 같은 시간에 약 40t을 처리할 수 있다. 노동 강도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윤경훈 한반도농협 팀장은 "농가가 토마토를 가져오는 순간부터 선별과 포장,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된다"며 "같은 인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약 4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 농협경제지주가 공동판매 수행…36개 농협 판로 연결
스마트 APC가 농산물을 규격화된 상품으로 만든다면, 농협경제지주 강원본부 연합사업단은 여러 지역농협의 물량을 모아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시장 등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2021년 출범한 연합사업단은 강원지역 농산물의 개별 출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출범 당시 10개였던 참여 농협은 현재 36개로 늘었다. 토마토를 비롯해 고추와 오이, 호박, 배추, 무, 대파, 당근 등 강원지역 주요 농산물을 취급한다.
연합사업단은 지역농협에서 공동선별한 농산물을 규모화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한다. 농협 계통 판매망과 서원유통뿐 아니라 쿠팡·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채널로도 판로를 넓히고 있다.

개별 농가나 지역농협이 각각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보다 일정한 물량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 교섭력이 높아진다. 유통업체도 여러 산지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규격화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한반도농협 APC에서 선별된 토마토도 안성농협식품센터와 대형마트, 도매시장, 온라인시장 등 다양한 경로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출하량 1487t 가운데 안성농협식품센터 공급 물량이 591t으로 40%를 차지했다. 도매시장에는 423t(28%), 대형마트에는 227t(15%), 온라인시장에는 212t(14%)이 각각 출하됐다.
특히 농협은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을 활용해 산지와 구매자 간 직접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한반도농협은 올해 전체 출하량의 약 15~20%를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거래하고 있다.
기존 유통구조에서는 농산물이 산지에서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소매업체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산지 APC와 중소형 마트 등 구매자가 가격과 물량, 납품 조건을 직접 협의할 수 있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면 구매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확보하고, 산지는 유통비용 절감분을 농가에 돌려줄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구매자와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판매대금 회수 위험은 온라인 도매시장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전용 보증보험을 활용해 낮췄다.
한번 품질을 확인한 구매자가 같은 산지의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주문하면서 고정거래로 이어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 APC가 단순한 선별·포장 시설을 넘어 산지의 품질과 공급 물량을 보증하는 판매 거점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윤 팀장은 "중소형 마트가 기존 유통상인을 거치지 않고 APC에서 상품을 직접 받으면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산지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고, 구매자는 일정한 품질의 상품을 지속해서 공급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종혁 농협경제지주 강원본부 연합사업단 단장은 "지역농협이 각 산지에서 농산물을 상품화하고, 연합사업단이 물량을 모아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연합사업의 핵심"이라며 "농산물의 품질과 물량을 규모화해 농가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판매 역량을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농민은 생산에 집중…선별부터 판매까지 농협이 책임
농협의 산지유통 체계가 만든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농가의 노동 부담 감소다.
여름철 토마토 농가는 하우스 내부 온도가 오르기 전인 새벽 2~3시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과거에는 수확을 마친 뒤에도 농가가 직접 토마토를 크기와 색상별로 선별하고 상자에 담아 공판장으로 보내야 했다.
농협은 토마토 수확·출하에 들어가는 노동력 가운데 수확이 약 40%, 선별·포장·출하가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APC를 이용하면 농가는 수확한 토마토를 센터에 가져다 놓는 것으로 당일 출하 업무를 마칠 수 있다.
이형근 한반도농협 상임이사는 "예전에는 새벽부터 토마토를 딴 뒤, 농가에서 다시 선별기를 돌리고 상자마다 포장해 공판장으로 보내야 했다"며 "지금은 수확한 토마토를 APC에 가져다 놓으면 농가의 출하 작업은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남는 시간에 재배면적을 늘려 소득을 높이거나 개인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며 "공동선별에 참여한 농민들은 부부가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 갈 시간이 생겼다는 등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실제 영월군 주천면에서 30년째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허민숙(60) 씨는 공동선별에 참여한 뒤 재배면적을 800평에서 1600평으로 두 배 늘렸다. 외국인 근로자 1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인건비를 지급하면서도 전체 수입은 이전보다 증가했다.
과거 허 씨는 오전 10~11시까지 토마토를 수확한 뒤 오후 내내 직접 선별기를 돌리고 상자에 담아야 했다. 선별과 포장에만 보통 3~4시간, 물량이 많을 때는 4~5시간이 걸렸다. 늦어도 오후 3시30분까지 농협 판매계나 경매장에 가져다줘야 해 일부 물량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씨는 "예전에는 토마토를 혼자 따고 선별·포장해 출하까지 해야 해 시간에 쫓기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컸다"며 "지금은 토마토를 운반상자에 담아 APC에 가져다주면 돼 숨을 돌릴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선별·포장에 쓰던 시간을 작물 관리에 활용할 수 있게 된 점도 변화다. 허씨는 수확을 마친 뒤 토마토의 생육 상태를 살피고, 남편과 수확·재배 관리 업무를 나눠 맡고 있다.

그는 "공동선별을 이용하지 않으면 출하 작업에 시간을 모두 써야 해 작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오후에 작물을 손질하고 생육 상태를 관찰할 수 있어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결국 농가 수입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공동선별에 따른 소포장 판매는 출하단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허씨에 따르면 공동선별을 거친 상품은 일반출하보다 상자당 1000~2000원 높은 가격을 받을 때가 있다. 가격 여건이 좋을 때는 단가 차이가 약 10%까지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동선별이 모든 농가의 순수입을 곧바로 크게 늘려주는 것은 아니다. 소포장 비용과 선별 인건비 등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대신 선별·포장 시간을 절약해 재배면적을 늘리거나 품질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실질적인 효과로 꼽힌다.
허 씨는 "전체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이전과 비슷할 수 있지만, 같은 시간에 더 넓은 면적을 경작하면서 수입을 늘릴 수 있게 됐다"며 "재배면적을 두 배로 늘리고 인건비를 지급하면서도 수입은 증가했고, 한낮에는 집에 들어가 쉴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고 말했다.

한반도농협의 토마토 공동선별 참여 농가는 2022년 38곳에서 지난해 60곳, 올해 66곳으로 늘었다. 출하량도 2022년 967t에서 지난해 1487t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24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토마토 매출액은 지난해 48억1200만원에서 올해 약 7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선별·판매 기반이 마련되면서 신규 농가도 유입되고 있다. 한반도 지역 농가 수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10% 이상 증가해 현재 약 150곳에 달한다. 해마다 귀농·귀촌인과 후계농을 중심으로 10~15개 농가가 새로 진입하고 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농협은 한반도농협과 같은 스마트 APC를 산지유통 혁신의 거점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자동화 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농협의 상품화 기능과 농협경제지주의 판매 역량을 결합해, 농업인은 생산에 집중하고 농협은 유통과 판매를 책임지는 구조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통 체계를 혁신해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 증대와 삶의 질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며 "산지 시설 디지털화와 유통단계 축소를 동시에 추진해 결국 생산자가 가져가는 몫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