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은 14일 베이징 지하철의 공공서비스를 소개했다.
- 베이징 지하철은 저렴한 요금과 외국카드 결제, 안내 편의가 돋보였다.
- 객차 광고를 없애고 안전·공익을 강조하는 통제 문화도 드러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승객 안전 최우선 '생명지상' 지하철
신용카드 결제 도입, 외국인 편의제고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지하철은 저렴하고 쾌적하고 편리하고 친절하다. 주민을 위한 대표적인 공적 서비스, 베이징 지하철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중국이 숨어 있다. 지하철을 잘 살펴보면 중국 국가공동체가 목표하는 사회적 지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9월 10일 베이징 서쪽 서우강위안(首钢园)에서 개막 중인 서비스무역박람회를 취재하기 위해 탑승한 지하철은 도심 동북쪽에서 목적지까지 환승을 포함해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대략 35㎞ 여정인데 지하철 요금은 6위안(약 1200원)이었다. 베이징 지하철의 기본요금은 3위안이며 거리에 따라 1위안씩 할증이 된다.
베이징이 비록 물가가 빠르게 치솟는 국제도시지만 대중교통 요금은 아직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지하철은 노선버스, 공유자전거, 전통 택시를 흡수한 인터넷 공유자동차와 함께 2000만 베이징 주민의 4대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의 명소와 랜드마크가 죄다 표시된 지하철역은 외국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여행지도다. 베이징에서 가볼만한 곳은 지하철 노선도에 전부 표시돼 있다. 현금과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는 물론 비자·마스터 등 신용카드 결제도 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해졌다.
지하철 역사 공간 곳곳엔 지방도시 관광지 광고와 클라우드 빅테크 기술 기업 광고, 건강식품, 징둥 등 전자상거래 업체 광고, 반려동물 사료 광고 등이 눈에 띈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 속에서 기술 기업, 이커머스, 정부 부문이 경기를 주도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상업 광고는 객차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싹 사라진다. 베이징시는 차내 선반 벽면과 모니터의 광고들을 일제히 폐지했다. 객차 내 광고라고 하면 손잡이 미니어처 조형물로 관광명소나 콘서트, 지방 특색 상품을 소개하는 정도인 것 같다.
내부 광고가 사라진 지하철 객차는 승객들에게 쾌적함과 함께 편안한 여유를 가져다준다. 광고가 없다는 것은 뭔가에 의해 억지로 강요당하거나 방해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용히 이동에 집중할 수 있고, 여기저기 시선을 뺏기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들 수 있다.

또 한 가지 베이징 지하철은 객차 내 모든 출입구 문 위에 광고없는 노선 안내 전용 LED 화면을 부착해 놓고 해당 노선의 전체 정거장과 실시간 이동 상황을 보여준다. 종착역은 물론 다음 정차역과 함께 현재 통과 중인 역의 정보를 세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정차역을 알리기 무섭게 상업 광고로 전환하고, 미처 정차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난감했던 서울 지하철 탑승 경험을 떠올리면 고마운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베이징 지하철은 적어도 객차 내에선 광고보다 승객 안전과 공익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역사 내 곳곳에, 심지어 유리창에까지 코팅돼 있는 지하철 노선도에선 승객에 대한 깊은 배려가 묻어난다.

뭐든지 규모가 큰나라지만 베이징 지하철 객차는 한국보다 크기가 작다는 느낌이 든다. 보통 6개 좌석 뒷면 창가 위에는 컴퓨터 화면 크기의 방송 모니터가 매달려 있는데, 주요 내용들은 승객 안전과 바른생활, 국민 계몽, 공익성 안내 등이다. 우주개발, 중국 스포츠팀의 선전 등 국가와 공산당의 성취와 위업을 알리는 내용도 있다.
지하철 승객 안전 당부 사항부터 공유자전거 주차 예절 등 세세한 공중도덕 캠페인까지, 이 작은 모니터는 엄청난 분량의 공익 정보를 내보내는 영상 게시판이다. 언젠가 이 모니터에서는 공산당 창당 초기 지도자 천두슈(陳獨秀)가 당시 청년들에게 "도서관에서 거리로 나가 혁명 대열에 뛰어들라"고 했던 호소문도 소개됐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중국 지하철 객차 안의 이런 공익적 LED 영상 게시판은 상업 광고만큼이나 승객의 쾌적함을 방해하는 불청객일 수 있다. 질서와 공공안녕을 위해 국가가 정한 규범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것인데, 듣다 보면 사회 안전을 위한 계몽과 통제를 어디까지 수용하고 견뎌야 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안전과 통제는 단순히 무엇이 옳고 그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통제는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과도하면 억압이 되고, 반대로 유효한 통제가 없다면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에 직면할 수 있다. 사회 운영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일 텐데, 중국은 '안전(생명)을 위한 불편'을 사회적 합의로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 제일, 재미는 그다음(开心第二)'. 중국 체제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야외 활동 중에도 농반진반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방송에서 종착역 '진안차오(金安桥)역'이라며 내릴 준비를 하라고 한다. 다시 객차 안으로 눈길을 돌렸다. 자리를 추스르며 보니 6개 좌석 중 출입문 쪽 한 자리가 '사랑의 자리'라는 뜻의 '애심(愛心) 좌석'이다. 좌석 뒤에 표시된 로고를 보니 임산부와 환자,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 노인 등 네 부류 승객을 위한 자리다. 노약자 전용석을 따로 두지 않은 것이 우리 지하철 운영 방식과 다르다.
오랜 관습인 듯 지하철 객차 안에는 제복을 입은 승무원이 배치돼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돕고 있었다. 승무원이 그냥 오가는 것만으로도 승객에겐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베이징의 이 승무원도 조만간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자리를 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AI 로봇 서비스 박람회 취재를 가는 길인 기자의 머릿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