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美 경상수지 적자를 반감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인 일인당 2,350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부담을 발생시켜야 하며, 이런 부담이 미칠 파장을 우려한 미국 정치권에서 글로벌 불균형 조정이라는 과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또한 나머지 세계경제도 미국의 적자확대를 유발하는 경기부양정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조정에 그다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사실상 '공모'가 진행되는 중이라는 비판도 덧붙여졌다.美 워싱턴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시니어 펠로우 에드윈 트루먼(Edwin M. Truman)은 최근 제출한 연구보고서("Postponing Global Adjustmen: An Analysis of the Pending Adjustment of Global Imbalances")에서 달러환율의 조정전망과 관련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몇 가지 정책적인 대처를 촉구했다.그는 연준리가 '성명서'나 정책결정에 이러한 대외수지 문제를 좀 더 언급하거나 반영하는것이 필요하며, 효율적인 불균형의 조정을 위해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의 완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나머지 세계경제 역시 이러한 조정을 위해 보완적인 정책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편 그는 이 과정에서 달러화가 이제까지 평가절하 된 것 외에 추가로 20% 정도의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로, 엔 및 아시아 통화 등의 상대적인 강세를 기준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트루먼은 이번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자본의 이동의 특징적인 유형을 검토하면서 각국의 외환보유액 관리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일부 제거하기 위해 국제적인 외환보유액 다변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경제의 최종 대출자 미국, 대외적자는 사실 '내생변수'트루먼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이토록 급격하게 대규모로 증가한 사실에 대해 파이낸션 타임스의 전문기자 마틴 울프(Martin Wolf)가 사용한 "최종 대출자(borrower of last resort)"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설명력이 있다고 지적하며 논의를 시작한다.그러나 그는 울프의 이 용어가 현재 상황을 그대로 묘사한 것에 다름 아니며, 좀 더 중요한 사실은 바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내생적인 변수"라는 사실에 있다고 논의를 전환시킨다.그가 보기에 이는 미국과 여타 세계경제의 정책에 영향을 받았으며, 또한 민간 금융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일 뿐이다. 이제까지 이러한 적자의 확대에 대해 무조건적인 추세로 수용하거나 단순히 줄어들 것이라고 보아서는 곤란하다는 것.한편 그는 미국의 경상수지가 정책목표는 아니라며 둘리, 폴커츠-란다우&가버(Dooley, Folkerts-Landau, and Garber) 등이 제시한 "브레튼우즈 체제의 부활"이란 비유는 분석적인 면에서나 정책적인 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들의 사색이 상당히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고 인정한다.또 그는 경상수지에 대한 적절한 분석틀에 대한 컨센서스가 부족하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결국 그 내용은 한 가지라는 점에서 이들 요인들을 모두 아울러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예를 들어 무역수지에서 이를 보는 경우 수출입을 강조하게 되고, 저축과 투자에 중점을 맞출 경우 국내저축과 재정수지 그리고 해외투자기회 등에 주목학 되며 내수에 촛점을 둘 경우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재정 및 통화정책에 방점을 찍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수지에 주목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는 상대적인 투자수익률, 리슼 및 자산배분이 관건이 된다.◆ 불균형 조정 위해서 경제-금융 상의 압력 필요, 고통 감내하는 정책변화 요구전체적으로 볼 때 트루먼은 경상수지 적자 혹은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려면 경제적이며 또한 재정적인 면에서의 구체적인 압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그가 보기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정책당국자들 그리고 G-7의 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꿈쩍하지 않는 것은 결국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이러한 조정을 이끌어 낼 정책을 구사할 경제적 유인을 거의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결국 마틴 울프의 '최종 대출자'라는 개념은 모든 주체들이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줄 뿐이라고 그는 비판했다.미국은 일부 미시적인 수준에서를 제외한다면 계속 자신이 번 것 이상 소비하면서, 이에 필요한 자금을 해외에서 꾸고 있다. 더구나 나머지 세계경제는 미국에 과도한 재화 및 서비스를 수출하는 식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번 돈으로 미국 및 여타 세계 자산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식이다.트루먼은 실제로 글로벌 불균형의 조정은 미국인들과 나머지 세계경제 모두에게 막대한 규모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그리고 나아가 재정적인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른바 스칼라 오하라식의 대처, 즉 "내일은 또 어떻게든 되겠지!(Tomorrow is another day!)"란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이대로 계속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며, 미국과 나머지 세계경제의 적적한 정책적 대응으로 약 3년 내지 5년간에 걸쳐 적자를 반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제출했다.이 과정에서 미국의 내수성장세가 약 1%포인트 둔화되고, 소비자들은 교역상의 실질적인 손실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1인당 약 2,350달러의 조정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만약 이를 적절히 조절하지 않는다면, 실질 및 잠재 GDP성장률이 또한 둔화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그는 재정수지 감축과 연준리의 보다 강한 정책적 대응을 촉구하면서, 여타 세계경제 역시 지난 5년간 미국으로부터 받은 GDP 성장률 1.7%포인트, 연 0.3%포인트 기여를 뱉어낼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트루먼이 보기에 현재 이들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조정에 따른 부담을 공동으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기획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향후 글로벌 불균형의 불가피한 조정의 파급력을 더욱 크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고 경고했다.마지막으로 트루먼은 그 동안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과 외환보유액 다변화의 영향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자신도 역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과 같은 단위에서는 외환보유액 구성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되 다변화의 국제적 기준을 만드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환율 정책에의 함의: 달러 20% 추가약세 필요, 아시아는 일종의 스미소니언협정 필요트루먼은 불균형 조정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면서 "미국이 달러약세 정책을 계속 추구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한 뒤 "그렇지 않다(No)"고 지적했다.미국은 이미 1970년대 후반 달러 평가절하로는 경제적 번영을 도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미국과 주요 교역상대국이 불태화 개입을 통해 상당한 기간 성공적으로 환율을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했다.그는 여기서 미국이 여타 국가들의 환율조작 내지 달러화에 대한 페그제에 대해 미국이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한편 트루먼은 통상 연준의 美 달러화지수가 1% 평가절하될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 감소한다고 본다면 전체 경상수지의 반감을 위해서는 달러화가 약 30% 평가절하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환율문제는 불균형 조정의 일부에 불구하다고 강조했다.따라서 환율을 통한 조정은 가장 먼저 등장하지만, 핵심적인 불균형 조정의 촉매가 되면서 정책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요소가 되아야 한다고 그는 본다.여기서 트루먼은 본격적인 불균형 조정을 위해서는 달러화가 이제까지 보인 약세에다 추가로 명목 20% 정도 추가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지만, 이러한 명목환율 약세 전망은 실질 환율의 약세 혹은 오버슈팅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달러 약세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이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는 달러화가 추가 20% 약세를 보일 것이며 그 약세는 광범위한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 15% 미만의 달러대비 강세를 보이는 통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한편 그는 달러화의 추가 약세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中 위앤화 페그제의 변화가 될 것이며, 환율 변동 폭의 확대라는 선택안은 충분지 못하고 반대로 자유변동환율제의 도입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10%, 15%내지 20% 정도의 일시적인 평가절상과 바스켓환율제도의 도입 그리고 5% 상하 변동폭 허용이 실시된 다음 기회를 보아서 좀 더 유연한 변동환율제로 이동하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라는 IIE의 권고를 옹호했다.또 그는 중국 위앤화만 페그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며,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그리고 인도 등 역시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그는 한국 원화의 경우 중국 위앤화 평가절상 폭 만큼의 동반 강세를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한국이 2004년 말까지 강한 개입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상당 폭 원화 강세를 용인한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결국 그는 아시아 통화의 평가 절상은 적절한 조화와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일부 논자들은 일종의 아시아 플라자 협정, 즉 변동환율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출하고 있지만 오히려 필요한 것은 페그제와 환율에 대한 고도의 통제를 해소하는 일종의 스미소니언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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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 벼랑에 선 한국축구 구할까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난파선'이 된 한국 축구가 로베르토 모레노(48·스페인)에게 반등의 첫 단추를 맡겼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6명의 코칭스태프 선임을 승인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9월부터 11월까지 6차례 A매치를 지휘한다. 이후 평가를 거쳐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 선임은 단순한 '임시 감독 카드'로 보기 어렵다. 한국 축구가 모레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대표팀 축구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한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2021-2022시즌 스페인 그라나다 CF 감독 재임 시절 로베르토 모레노. [사진=게티이미지]2026.09.01 psoq1337@newspim.com
모레노는 전술과 데이터 분석에 강점을 가진 지도자다.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수석코치를 맡았다. 엔리케 사단의 핵심으로 스페인 대표팀과 세계 정상급 클럽의 전술 시스템을 경험했다. 선수 역할 설정과 상대 분석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짧은 기간 선수들을 파악하고 전술적 색깔을 입혀야 하는 임시 감독의 조건과 맞아떨어진다.
코칭스태프도 사실상 '모레노 사단'으로 꾸려졌다.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를 비롯해 하신트 마그리냐,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코치가 합류한다. 하비에로 초카로 피지컬 코치와 니코 보쉬 골키퍼 코치까지 모두 스페인 출신이다.
다만 모레노의 감독 경력에는 분명한 약점도 있다. 수석코치로 쌓은 경력에 비해 독립적인 감독으로서의 성과는 미미하다. AS모나코에서는 6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라나다에서도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러시아 소치에서는 2부리그 팀의 승격을 이끌었지만 다음 시즌 초반 7경기에서 1승에 그치며 경질됐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2021-2022시즌 스페인 그라나다 CF 감독 재임 시절 로베르토 모레노. [사진=게티이미지] 2026.09.01 psoq1337@newspim.com
따라서 모레노에게도 임시 한국 사령탑 자리는 중요한 승부처다. 한국에서 성과를 낸다면 하락세였던 감독 경력을 반전시킬 수 있다.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이어갈 경우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다시 증명할 기회도 얻는다.
한국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모레노의 성공은 곧 대표팀의 재출발을 의미한다. 전술이 정착되고 경기력이 개선되며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이 확인된다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모레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6경기 동안 대표팀의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와 내용이다. 단순히 승수를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수 선발의 기준을 세우고 포지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전술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월드컵에서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psoq1337@newspim.com
2026-09-0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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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배 증가' 팀 쿡 시대의 종언
이 기사는 8월 31일 오후 4시56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2026년 8월 31일은 팀 쿡이 애플(종목코드: AAPL) 최고경영자(CEO)로서 보내는 마지막 근무일이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15년간 애플을 이끌어온 그는 다음 날인 9월 1일부로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오랜 기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을 총괄해온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이 새로운 수장 자리에 오른다. 취임 8일 만에 신제품 발표회라는 첫 시험대에 오르는 터너스의 데뷔 무대는 9월 9일로 예정돼 있으며, 이 자리에서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이 공개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시총 10배 키운 팀 쿡, 그가 남긴 유산
쿡이 재임하는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 달러에서 4조 600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지난 7월에는 잠시 5조 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전설적인 창업자의 뒤를 이어받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을 수반하는 과제임에도, 쿡은 재임 기간 주주가치를 10배 넘게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지난 15년간 전 세계에서 주주가치를 견인한 CEO들 가운데서도 가장 성공적인 축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애플]
쿡의 가장 큰 공로로 꼽히는 것은 2007년 처음 출시된 아이폰 사업을 애플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엔진으로 완전히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아이폰은 2025년 애플 전체 매출 4,161억 달러 가운데 2,095억 달러를 차지하며 단일 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의 약 50%를 책임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제품군을 다양한 가격대에 걸쳐 폭넓게 확장시키고, 이와 연동된 공급망의 복잡성을 관리해낸 것이 전적으로 쿡의 공로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쿡은 애플뮤직플러스, 애플TV플러스, 애플피트니스플러스, 애플워치, 에어팟 등 아이폰과 연계된 폭넓은 제품·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서비스 부문은 이제 애플의 두 번째로 큰 사업으로 자리 잡아 지난해 1,09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세 번째로 큰 부문인 웨어러블 기기 역시 35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만약 쿡이 아이폰 프랜차이즈를 서비스 부문으로까지 확장하지 못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규모와 위상의 애플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한 故 스티브 잡스 [사진=블룸버그]
재임 기간 내내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각의 비판론자들은 아이폰의 뒤를 이을 만한 후속 제품이 부재하다는 점을 회사의 혁신 동력 약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지적해왔다. 이에 대해 모한 애널리스트는 쿡이 물려받은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그가 각 사업 부문을 엄청나게 성장시켰으나, 아이폰이 워낙 크고 성공적이다 보니 다른 성과들을 가려버리는 측면이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수년 만에 처음 선보인 신규 제품군이었던 비전 프로는 다소 아쉬운 성과에 그쳤지만, 애플은 이 헤드셋을 위해 개발한 일부 기술을 향후 출시할 스마트글라스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서는 생성형 AI(인공지능) 도입이 더디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차세대 개선판 시리(Siri)의 출시가 지연된 상태다. 그럼에도 AI 칩과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애플은 월가를 뒤흔들고 있는 AI발 밸류에이션 충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완벽주의자 터너스는 누구인가
바통을 이어받는 존 터너스는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팀의 일원으로 입사한 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1년에는 수석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애플 입사 전에는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지난 3월 맥북 네오 공개 행사 등 주요 제품 발표 무대에 여러 차례 등장하며 존재감을 넓혀왔지만, 최근 몇 년간 회사를 유심히 지켜본 이들이 아니고서는 여전히 대중에게는 낯선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 좌)와 차기 CEO로 취임 예정인 존 터너스 [사진=블룸버그]
터너스는 애플이 추구하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그대로 체현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2024년 펜실베이니아대 공대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이 맡았던 첫 애플 제품인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의 후면 나사 홈 개수를 두고 협력업체와 벌였던 실랑이를 소개한 바 있다. 협력업체가 제시한 나사는 홈이 35개였지만 터너스는 애플이 원하는 25개를 끝내 고수했다는 일화로, 사소해 보이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품을 대하는 자신의 원칙이라는 취지였다.
애플 측은 맥 라인업을 역대 최고 인기 제품군으로 끌어올리고 아이폰17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선보였으며 에어팟을 개선하는 데 터너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러 제품에 사용되는 재활용 알루미늄 합금 개발을 주도했고, 애플워치 울트라3에 적용된 3D 프린팅 티타늄 소재 작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폰 17 프로 [사진=블룸버그]
지난 4월 발표된 이번 경영권 승계는 애플이 기기 사업이라는 본업에 다시 힘을 싣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급망과 영업, 재무에 밝았던 쿡과 달리 터너스는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외부 영입 인사가 아니라 회사 내부를 25년 가까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경영권 교체기에 흔히 발생하는 운영·전략적 실수의 위험을 낮춰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그만큼 더딘 전환기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터너스는 AI가 촉발한 기술업계의 대격변 한복판에서 애플을 이끌게 됐다. 아이폰을 뒤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스마트글라스나 AI 핀 등 AI 기반 신제품에 사활을 건 경쟁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애플 역시 소비자 전자업계에서의 지배력을 이어가려면 이 분야에서 자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정교한 가격 전략과 흠잡을 데 없는 실행력, 실질적인 파급력을 갖춘 제품 로드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9월 9일 데뷔 무대, 관전 포인트는 '폴더블 아이폰'
터너스 신임 CEO에게 주어진 첫 시험대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다. 애플은 9월 9일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 내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연다. 이미 "서프라이즈 앤드 샤인(Surprise and Shine)"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눈길을 끌 만한 제품 공개를 예고한 상태다. 애플은 구체적인 제품 라인업을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신형 아이폰과 업그레이드된 애플워치는 물론 스마트홈 시장을 겨냥한 여러 제품을 포함해 최대 8종에 달하는 기기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8월 26일(현지시간) 내달 9일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애플 웹사이트]
가장 유력한 라인업은 아이폰18 프로와 아이폰18 프로맥스를 포함한 아이폰18 시리즈다. 더 낮은 발열과 긴 사용 시간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형 2나노미터(nm) A20 프로 칩과 배터리 효율 개선·프라이버시 강화·혼잡한 데이터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성능 향상을 가능케 할 C2 칩이 함께 탑재될 전망이다. 더 빠른 칩과 개선된 배터리, 카메라 성능이 적용되며 최소한 대형 모델에는 기계식 조리개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이폰 에어 2세대와 일반형 아이폰18은 이번 행사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연중 판매를 고르게 분산하기 위해 이들 제품과 보급형 아이폰18e, 신형 맥, 아이패드의 출시를 내년 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의 진짜 관심은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에 쏠려 있다. '아이폰 폴드' 혹은 '아이폰 울트라'로 불릴 가능성이 있는 이 제품이 현실화된다면, 아이폰X(아이폰 텐)과 3D 안면인식 도입 이후 최대 변화로 꼽힐 만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터너스가 이 제품 개발을 직접 주도해왔으며, 그의 취임 시점 자체가 출시에 맞춰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접었을 때는 여권 크기의 일반 스마트폰처럼 작동하다가 펼치면 책처럼 바깥쪽으로 열리며 태블릿 크기의 화면이 드러나는 구조로, 일반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는 5.3인치 외부 화면과 펼치면 나타나는 7.8인치 내부 화면 등 두 개의 화면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유출 정보에 따르면 페이스 ID 대신 터치 ID를 탑재하고,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초박형 디자인으로 데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러 매체 보도와 시장조사업체 IDC의 나빌라 포팔 수석 리서치 디렉터에 따르면 예상 소비자가격은 2,000~2,500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팔 디렉터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이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는데, 최상위층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인 만큼 이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프리미엄 폴더블 기기가 판매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애플에 새로운 마진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DC는 애플이 출시 첫해에만 1,000만 대 이상을 출하하며 침체가 예상되던 폴더블 시장 전체를 구해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힘입어 올해 폴더블 부문이 12.6% 성장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18%로 가속화될 것으로 IDC는 전망했으며, 2027년까지 애플이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의 40%, 1,700만 대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
2026-09-01 0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