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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스토리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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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눈 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오이디푸스이다. 심리학 전공자들이 아닐지라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제법 알고 있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신의 어머니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욕망을 일컫는다.
어찌 보면 말도 안되는 해괴망측한 것이 이론이라는 간판을 달고 심리학의 기초 중 하나가 되어 있다. 물론 유아기 시절의 잠깐 동안의 현상으로 프로이드는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가공했다. 이 이야기를 경로당에 가서 알기 쉽게 설명했다고 치자. 노인들의 반응이 어떨까.
“이런 개만도 못한 놈. 인간의 탈을 쓰고 지 에미와 그 짓을 하고 지 애비를 죽여? 에라이 퉤퉤.”
“그런 게 학문이냐? 논어의 중용이니 노장의 무위 같은 것이 학문이지. 논밭 팔아 아들 심리학 한대서 보내줬더니 고작 나를 죽이고 내 마누라랑 그 짓 하는 거 공부한다고? 말세다 말세.”
이런 반응이 나올 성도 싶다.
“왕과 왕비 사이의 왕자가 양자로 떠난다. 그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인 왕을 죽이고 어머니인 왕비와 결혼해 잠자리도 같이 한다.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눈을 찌른다.”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골자만 추리면 이럴 듯한데 사실인지 허구인지 알 길 없는 그것에 신탁의 옷이 입혀진다. 그런 상태에서 당대의 극작가 소포클레스에 의해 극화되고 상연도 된다. 로마의 세네카, 프랑스의 볼테르에 의해서도 작품화 된다.

세월이 흘러 19 세기의 유럽은 다양성과 격변의 시기였지만 심리학 내에서도 무의식엔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시대의 흐름 정면에 프로이드가 강타를 날린 것이다. 신선한 동시에 경악을 일으킬만한 것이었다. 무의식으로의 초대는 충격과 환호일테지만 유아성욕설이니 해괴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니 하는 것은 낯설고 역겨웠다.
당시의 유럽은 프랑스 혁명과 산업 혁명을 지나 부흥되고 있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의 영향으로 진화라는 관념이 강화되어 사회와 개개인이 진화된다는 희망 속에 인간의 정체성이 극심한 혼돈에 쌓인 시대이기도 했다. 그런 흐름 속에 프로이드는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의식에 의해 지배받으며 그것은 주로 성적 충동으로 차 있다고 주장한 바 당시의 지식 체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프로이드나 심리학적인 것이 아니다. 이 수필의 제목을 스토리 빌딩이라고 임의적으로 지어봤는데 생뚱맞을지도 모르지만 하나의 스토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점점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하나의 권위가 되나를 들여다 보고 싶었다. 이천 여 년 전의 그리스의 어느 스토리 하나가 다채로운 변주를 타다가 새롭게 창출된 무의식의 이론을 위해 선택되어 색다르게 해석되고 핵심 사상으로 변모되는 것이다.
스토리 빌딩이라고 불림직한 이러한 예들은 특히 서양에서 수두룩할 것으로 보인다. 눈의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나빠지는 시력을 위해 서양에선 광학 기술의 발전으로 안경을 만들게 되었다. 그것은 콘택트 렌즈로 진화되고 라식이나 라섹 시술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 과정과정에서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상적, 과학적, 사회적 담론들의 전체가 빌딩을 구성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과의 예 하나를 더 들어보자. 성경과 그리스 신화, 윌리엄 텔, 뉴튼의 사과에 이어 카프카의 변신에서도 사과가 등장한다. 소외의 극단을 치달으며 벌레로 변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아버지가 던지는 사과에 맞아 죽고 만다. 그 사과가 서구 문명을 상징한다고 본다면 그 소설은 의미심장한 파문을 일으키며 다시 읽힌다. 한갓 과일인 사과 하나만으로도 서구에선 멋진 스토리 빌딩이 세워지고 더 올라가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야기로 되돌아가 부연하자면 그것은 그 후로 순탄하지는 않다. 성적 충동을 절대화하는 프로이드를 떠나거나 배신하는 제자들이 생기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이 과학이 아니라거나 결함이 있다는 반론도 펼쳐진다.
그럼에도 그것은 폐기되지 않는다. 프로이드로 돌아가자는 모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라캉이라는 정신분석학자에 의해 언어학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해석된다.
그것은 엄청난 각광을 받는다. 그러나 역시 비판자들이 생겨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틀 자체를 부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 틀은 유지하며 또다른 새로운 해석의 옷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이디푸스와 그 부모의 관계에 프로이드가 치중했다면 또다른 사람들은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른 것에 주목한다.
그들의 목소리엔 이런 것도 있다. 오이디푸스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극이 되어버린 것은 신탁의 결과이다. 비극 자체가 이미 신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른 것은 그러한 결정론에 칼을 박음으로서 자유 의지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실존주의나 자유 의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견해이다.
이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있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르는 행위까지도 신탁의 범주에 들며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뇌과학에서도 뇌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 의지란 없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하기도 하는데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그런 담론들에 대한 분석 및 진실 탐구 역시 이 에세이의 목적이 아니다. 이 글의 취지를 다시 말한다면 가령 먼 옛날의 단순할 수 있는 어느 가엾은 패륜아의 이야기가 사라지거나 주변부로 남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 끊임없이 변주, 해석, 반론, 재해석, 파기 선고, 부활 등을 거치면서 인류의 자산이 되어가는 사실에 대한 탐구이다.

여기에서 나는 서양의 힘을 본다.
동양의 학문엔 이런 지저분한 출발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물론 동양에서도 미추를 불문하고 작은 것에서 출발해 전체를 보려 한다. 하지만 서양의 이런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인간을 패륜아나 성범죄자로 모는듯한 불쾌를 서구에선 오직 그 자체에 집요하게 천착하여 새로운 학문의 출발로 가차없이 삼는다. 지탄과 찬사 사이에 지독한 통과의례를 겪으며 수정이 되고 보완이 되고 새로운 해석들이 번복되고 변주되면서 보석이 되어나간다. 미래엔 어떤 새로운 해석을 받을지 열려 있으며 아무도 모른다.

거대한 빌딩들이다.
아무리 높고 거창하다해도 하늘과 땅 사이에 있다.
빌딩들을 상대적으로 서양이라고 한다면 하늘과 땅 곧 천지는 동양이라고 할 수 있다.
저 수많은 빌딩들 하나하나를 과학의 제 분야들, 서구적 학문의 하나하나들, 서구 문명의 제반 시스템들이라고 은유할 수도 있겠다.
동양은 저런 식의 빌딩들을 짓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아우르는 근원적인 힘이 있다. 물질 문명의 극한을 달리는 서구에 불교나 인도의 사상들, 동양적인 것들이 스며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천지의 시작은 무위나 현묘라 할 수 있지만 빌딩들의 시작은 그것에 닿긴 어렵다.
낯섬과 역겨움의 감각은 그래서도 중요하다. 서구의 학문이나 문명의 밑바닥을 거의 액면 그대로 꿰뚫어 보는 힘이므로 서구적인 것의 장점과 동시에 그 폐단을 투시하고 수정의 근거를 제시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서구는 자기들이 만든 문명의 안에 갇혀 있기에 그것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에 서구 문명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서구의 철학자들은 ‘바깥’을 이야기 한다.
그 바깥이 동양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양에서도 유구한 전통과 지혜를 지녀온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상당수가 그 바깥으로서의 지혜와 묘수를 서구에 그다지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긴 커녕 서구인들이 이룩한 성과물들을 거의 맹목적으로 답습하고 수입하기 바쁜 지경이다. 서구의 성과물의 밑바닥을 이루는 껄적지근한 것들에 대한 낯섬과 역겨움 같은 원초적 감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을 피우기도 전에 매몰시켜 버렸고 둔화된 그 터전 위에 창조력이 고갈된 수용자의 위치에 자신을 놓은 것이다. 바로 그런 면에서도 근본을 파헤칠 수 있는 낯섬이나 역겨움 등등의 원초적 감수성은 중요하다. 순수를 지닌 파괴는 창조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빌딩들의 상대성, 그 출발과 이행 경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 지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내가 임의로 만든 말로서 마무리하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 서구의 스토리 빌딩은 멋진 위력이 있다. 동양에서도 그것을 배울 가치가 넘친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밑바닥에서 취약성이 있을 수 있기에 폭력성을 띠거나 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천지 의식을 지닌 동양은 그것을 근본적으로 아우를 품과 조절할 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힘을 보다 나이스하게 쓰기 위해서도 동서양 특히 서구의 밑바닥에 대한 원초적 감각의 중요성이 절실하다. 스토리 빌딩을 위해서도 그렇고 동서양의 보다 나은 공존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명훈(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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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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