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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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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변호사

오늘날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AI(인공지능)가 아닐까 생각한다. TV를 켜거나 신문을 열면, 어쩌다 경제지를 펼쳐 봐도, 여기저기서 한 목소리로 AI 시대를 알린다. 필자가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만큼 법조계에 국한해서 보면, AI라는 키워드는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깨닫는다. 많은 로펌에서 AI를 도입했거나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AI에 대해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당신은 도태될 수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넘쳐난다.

[사진=박수정 변호사]

한 기사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약 12퍼센트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놓은 직업에 속한다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전혀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초등학교 친구가 단체 채팅 방에서 특별법상 무슨무슨 죄에 대하여 아주 상세하게 전문적인 지식을 자랑했다. 알고 보니 뉴스를 보다가 궁금해서 챗GPT에게 물어본 내용을 그대로 올린 것이란다. 내용을 봤더니 이거 큰일이다, 정말로 AI가 나보다 더 전문가인 것 같아 보인다. 나는 예전에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도 가끔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데 이 AI는 까먹지도 않을 것 아닌가. 이러다가 내 고객도 나보다 AI를 더 신뢰하면 어쩌나 더럭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받은 질문이 생각난다. 큰오빠의 친한 친구가 고등학생 딸이 하나 있는데 앞으로 법조인이 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단다. 그런데 학교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것을 과제로 내줬다고 한다. 그러니 변호사인 필자에게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우선 이메일로 인터뷰 질문지를 받았는데, 그 중 질문 하나가 법조인 분야의 전망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인 당시도 이미 알파고의 이름이 드높았고, 의료 분야에서 인간보다 AI가 훨씬 더 정확한 병명 진단을 내리는 확률이 높았다는 실험 기사도 있었으며, 법조 분야에서도 몇 가지 사실관계만 입력하면 변호사가 작성한 것 같은 소장이나 그 밖의 법률 문서를 생성해 주는 외국 법률서비스 사이트들이 소개되던 시기였다. 아마 그 학생도 법조인을 장래희망으로 하고 있는 만큼 AI 시대에 법조인 분야의 전망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그 때 필자는 결국 AI 시대에 법조계도 어느 정도 영향은 받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변호사의 존재 의미는 있을 것이고 전망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찌 보면 다소 진부하고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당시 필자는 질문지를 앞에 두고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도출해낸 결론이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법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사건의 결과이겠지만, 그 수행 과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인다. 특히 변호사의 업무는 의뢰인과의 교감이 중요하고,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 보고 싶었던 바람을 해소해 주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경험에 따르면 의뢰인은 때로는 변호사와 상담을 하면서 말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억울함을 어느 정도 풀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 상담하면서 들어주는 것이 치료과정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이런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고 의뢰인이 오로지 컴퓨터에 몇 가지 사실관계만 입력하면 그것을 법률적 요건으로 구성해서 기계적으로 답변해 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다면, 과연 의뢰인은 더 이상 변호사를 찾지 않을 만큼 백퍼센트 만족할 수 있을까? 변호사라는 직업은 정말로 사라지고 AI가 이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필자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아주 예전에 겪었던 사례 하나가 자리한다. 당시 사건에서 패소했음에도 의뢰인에게 무척이나 고맙다는 편지와 감사의 인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의뢰인은 1, 2심을 다른 변호사에게 위임했다가 패소한 후 상고심을 필자가 속한 로펌에 의뢰한 경우였다. 검토해 보니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에 비추어 승소 가능성이 별로 없는 사건이었고, 1심 및 2심 기록들을 살펴봐도 1, 2심 담당 변호사가 증인신문을 하고, 증거도 빠짐 없이 제출하는 등 소송대리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볼 만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의뢰인에게 대법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고 알려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은 끝까지 다퉈 보고 싶어 하셨고, 이후 해당 사건을 수행했는데 예상대로 패소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의뢰인이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고마워한 이유는,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 봤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의뢰인은 변호사가 법원에 서면을 제출하면서, 1, 2심에서는 어떤 절차가 진행되었고 상고심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무엇이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본인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것 같아 이제 미련이 없다고, 안 그랬으면 평생 가슴 속에 억울함이 남았을 텐데 지금은 후련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시원하다는 듯이 웃던 그 의뢰인의 모습이 십 수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실 법률 분야는 나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고 사용하는 용어도 일상적인 용어가 아닌 것들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설명하더라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의뢰인이 만족할 만큼 설명해주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의뢰인 중에는 설명해도 잘 모르겠으니 변호사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변호사에게 찾아와 다퉈달라고 부탁하는 의뢰인에게는 그 사건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박하며 유일한 사건이 된다. 그런데 변호사가 설명을 잘 안 해주고 진행하면 얼마나 답답하고 걱정될 것인가. 이제 와 고백하자면 당시 의뢰인은 2, 3일에 한 번 빈도로 연락을 해왔고 필자는 같은 설명을 2, 3일에 한 번 꼴로 반복해야 했기에, 상황에 따라서는 설명을 반복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의뢰인이 결과와 상관없이 미련이 없다고 하며 만족한 이유는 억울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을 법적인 관점에서 바로 이해하게 되고 답답한 심정이 해소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변호사는 의뢰인의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그 수행 과정에서 의뢰인의 사정을 들으면서 답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하면 어려운 법률적 의미도 상세히 설명해 주는 등 의뢰인의 고충을 보다 넓은 의미에서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한 직업이 아닌가 싶다.

그날 어찌어찌 인터뷰는 잘 마쳤다. 어린 청소년에게 도움을 줬다고 뿌듯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 보니 당시 필자는 이미 변호사가 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기에 변호사라는 사실 자체가 다소 무감각해진 일상이었다가 변호사를 dream job으로 여기는 청소년과 인터뷰를 함으로써 오히려 변호사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던 것도 같다. 그때보다 더욱 AI 전성시대로 가고 있는 오늘날, 나는 여전히 AI가 대체할 수 없는 변호사인지 돌이켜 본다.

 

박수정 변호사

경력
2020-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2020-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20-현재 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2020-현재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
2018-20 대법원 재판연구관(헌법행정조)
2014-15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간사/위원
2013-18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13-18 법무법인(유) 화우
2013-18 법제처 법제교육원 행정쟁송법, 법령해석실무 비상임강사
2012-13 법제처 법령해석정보국 행정법령해석과
2010-12 법제처 차장실 비서관
2008-10 법제처 행정법제국
2007-08 법제처 행정심판국 행정교육심판과
2007 법제처 행정심판국 사회복지심판과

학력
2022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2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2007 사법연수원 제36기
2005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박사 수료)
2004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1998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석사)
1996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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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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