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노란봉투법의 논쟁성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자"는 말의 공허함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에 동행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관해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쪽에서 "추진되면 어려움이 커진다"는 우려를 내놓자,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법이나 상법 수준에서 맞춰야 할 부분들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말의 무게는 묵직했지만, 정작 그 '선진국'이 어디이며 무엇을 뜻하는지, 공허함은 커 보인다.
우리가 보통 '노동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은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영국, 프랑스 정도다. 이 나라들이 공통으로 가진 건 이념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의 구조다. 법 텍스트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노사정의 조정능력, 분쟁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매년 추적하는 지표들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OECD는 노사관계의 성숙도를 직접 "점수"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노동조합 조직률, 단체협약 적용률, 고용보호(EPL) 지표, 일자리 질(임금, 안정성, 작업환경 등) 같은 수치들을 꾸준히 제시한다. 이 지표들이야말로 '선진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9 photo@newspim.com


코르피–팔메의 제안, '절충'이라는 기술
노사관계를 평가하는 데 사회이론이 길잡이가 될 때가 있다. 월터 코르피(Walter Korpi)와 요아킴 팔메(Joakim Palme)가 제시한 보편적 복지체제와 계급연합론은 보편주의와 성과 기반의 배분을 혼합하는 '층화 효과(stratification effect)'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으로 분쟁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강조한다(Korpi & Palme 1998). 이 틀을 노사관계에 옮겨보면, 좋은 체제는 "노동자의 협상권"과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동시에 보강한다. 코르피는 제도화된 권력자원(institutionalized power resources), 그리고 OECD는 조정된 단체교섭(coordinated collective bargain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Korpi 1983 & 2006; OECD 2019). 이 방법이 스웨덴의 살트쉐바덴(1938), 네덜란드의 바세나르(1982), 덴마크의 1899년 9월 타협처럼 정부의 과도한 입법 대신 '자율 규범'과 '연성 법(soft law)'을 두텁게 쌓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 OECD의 자료들도 이런 구조가 임금의 형평성과 생산성 조정을 돕고, 경기충격 시 일자리 보전을 돕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시사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선진형' 노동법은 단순히 노조의 권한을 키우거나, 반대로 사용자의 자유를 넓히는 편향이 아니라 분쟁의 비용을 낮추고 협상과 교섭의 범위를 명확히 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며,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에 기초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쟁점 두 가지로 본 비교: '사용자 범위'와 '노조 손해배상'
1) 하청노조의 원청교섭('사용자 범위 확대')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다루나
한국 개정안의 핵심 하나는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문제다. 선진국 법제는 이 문제를 두 갈래로 풀어왔다.
첫째, 연쇄적 책임(keten-/chain liability)으로 임금과 최저기준의 이행을 보증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최저임금법(MiLoG) §13과 파견근로·국경간 파견법(AEntG) §14로, 도급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지급에 연대책임을 진다. 사용자 정의를 확장하기보다 임금지급 책임을 사슬 전체로 확장해 불법 저가하도급 유인을 줄이는 방식이다. 네덜란드는 2015년 허위고용방지법(WAS)으로 민사상 연대와 연쇄 책임을 민법전(BW) 7:616a–616f에 넣어 상위 발주자까지 임금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했다. 노동부·하원 문서와 해설은 이 규정이 하청구조의 '임금 덤핑'을 억제하는 핵심 도구임을 명시한다. 벨기에는 1965년 임금보호법 개정(아티클 35/1 등)과 2013년 시행령으로 건설·청소·농업 등 특정 업종에 일반 연대책임을 둔다.
둘째, 사용자성의 '확장'은 엄격하게 본다. 프랑스는 판례상 '코엠플루아(co-emploi)' 이론으로 모기업이 실질적으로 지휘·관리하며 경제·인사에 상시 개입한 특별한 경우에만 공동사용자로 본다. 일반적인 하청·계열관계만으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스웨덴은 MBL(공동결정법)과 단체협약 구조가 당사자 간 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산업별·연대행위(동조행위)가 합법적 수단이어서 원청을 간접 압박하는 경로가 발달했다. 2023년 10월 이후 스웨덴에서 시작했지만 덴마크, 핀란드의 노조들까지 동조파업에 참여한 테슬라 사태에서 보듯 법정 정의의 무리한 확장보다 '연대행위'라는 제도화된 우회로가 실제 기능한다.
이를 정리해 보면,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는 '사용자'의 법적 범위를 넓히기보다 '책임의 사슬'을 넓혀 최소기준을 담보한다. 프랑스는 공동사용자 인정 문턱을 높게 두고, 스웨덴은 연대행위라는 교섭수단으로 원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다. 한국이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협상 당사자성의 강제적 확장보다 연대책임, 연대행위, 그리고 확장적용(AVV) 같은 제3의 우회로를 촘촘히 설계하는 혼합적 요소다.
2)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노조 손배'와 면책의 범위)
또 다른 논쟁의 요소인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에서도 선진 각국은 다양한 요소를 내재화 하고 있다. 영국은 1906년 이래 이어지는 노동쟁의 면책을 TULRCA 1992 §219에 명문화했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무역분쟁' 관련 행위는 불법행위 책임에서 면책된다. 다만 불법행위 판단 시 손배 상한을 SI 2022/699로 상향했다(조합 규모별 상한액). 면책의 뼈대는 유지하되, 불법일 때의 '상한'은 현실화한 셈이다. 최근 2023년 '최저서비스 수준법'은 2024년 정권교체 이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면책의 큰 틀이 다시 강화되는 흐름이다. 스웨덴 MBL은 평화의무(fredsplikt)를 두어 협약 유효기간 중 쟁의를 제한하고, 불법쟁의에는 손해배상을 부과하되 규모는 예측가능한 범위에 묶는다. 분쟁을 법정싸움이 아니라 조정·중재와 새 협약으로 흡수하는 구조다. 독일·네덜란드는 노조 손배의 대형소송으로 제도를 흔들기보다, 쟁의의 적법성·절차를 엄격히 확인해 애초에 분쟁비용을 낮추는 절차(조정·중재·평의회제도)를 선호한다. 독일의 경우 작업장협의회법(BetrVG)과 공동결정법(MitbestG)이 쟁의 이전 단계의 대표제도를 통해 갈등을 흡수한다.
이를 요약해 보면, '선진형'은 면책의 원칙을 유지하되(영국), 불법일 때의 상한·절차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영국·스웨덴), 현장대표와 다층 교섭 시스템으로 쟁의 자체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독일) 방식이다.
3) 정부 개입과 사회협약: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테이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요원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노동선진국에서는 정부개입을 가급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웨덴의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에서 "정부는 뒤에서 비추는 가로등"과 같은 제3자의 역할로 정의한다. 2022년 '주요협약 (Huvudavtal, 전직·학습 전환 지원)'으로 이어지며 노사의 역할분담을 가다듬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임금절제, 일자리 나눔, 세제조정의 패키지를 사회적 협약으로 먼저 합의했다. 이후 CAO의 일반적용(AVV) 제도로 무조합 및 비조합 사업장에도 기준을 확장한다. 덴마크는 1899년 9월 타협(Septemberforliget)이 노동시장 헌법의 역할을 자처하며 자율 및 분권 교섭과 노동법의 절제를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규칙을 제시하지만 노사간의 쟁의에 가급적 간섭하지 않으며, 노사는 운용을 책임진다. 법은 협약을 떠받치고, 협약은 법의 정신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형 '선진' 체크리스트: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나
첫째, '사용자'의 정의 확장만으로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려 하기보다, 연대책임(임금, 안전, 최저기준 제시 등) 확대와 협약 일반적용(AVV형), 그리고 합법적 연대행위의 통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가 보여준 것은 강제적 사용자 지정이 아니라 책임의 사슬과 적용의 사다리다.
둘째, 노조 손배는 면책의 원칙(합법쟁의)을 분명히 두되, 불법의 비용은 예측가능한 상한과 절차로 정리하라. 쟁의의 합법요건을 명확히 하고, 조정, 중재, 대표기구를 통해 법정이 아니라 교섭장에서 끝나게 하라.
셋째, 정부의 역할은 가드레일에 비유할 수 있다. 노동법은 선로를 까는 것이고, 임금, 근로시간, 그리고 전환지원 같은 운행표는 노사정 협약으로 맞추는 격이다. 살트쉐바덴과 바세나르가 보여준 건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회협약의 힘이었다.
넷째, OECD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 노동자 권리와 기업의 예측가능성·경쟁력을 함께 보는 쌍곡선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 조직률, 단협적용률, EPL, 일자리 질을 정책 KPI로 걸고, 매년 평가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진국 수준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약속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선진노동법
트럼프 시대의 통상, 관세, 현지생산이라는 압박 속에서 한국 기업은 전략적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럴수록 정부와 노동계도 타협적이고 합리적인 문화로 급선회해야 한다. 타협은 후퇴가 아니라 예측가능성의 교환이다. 그 예측가능성이 투자와 전환훈련, 생산성 협약으로 되돌아올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는 '선진'의 실체일 것이다. 선진국은 "누구 편"을 드는 나라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기술"이 성숙한 나라다. 그 기술은 법문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이 늘 앉아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 위, 그리고 협약의 실천과 지속적 평가지표 속에서 비로소 작동한다. OCED Outlook 2023 그리고 Eurofound 2020에서 제시하고 있듯, 사회적 대화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은 신기술 전환기( AI 및 그린산업 등)에 생산성, 수용성, 학습투자를 강화하는 최고의 노동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적 요소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국가별 핵심 법·협약 목록
스웨덴
• Lag (1976:580) om medbestämmande i arbetslivet (근로관련 공동결정법, MBL) (1976). 비공식 영문본: Employment (Co-Determination in the Workplace) Act.
• Saltsjöbadsavtalet (살트쉐바덴 협약) (1938, 2022년 최신 개정).
네덜란드
• Wet op het algemeen verbindend en het onverbindend verklaren van bepalingen van collectieve arbeidsovereenkomsten (단체협약 조항의 일반적용·비적용에 관한 법, 일명 Wet AVV) (1937).
• Burgerlijk Wetboek Boek 7, art. 616a–616f (민법전 제7편 616a–f, 임금의 연대 및 연쇄책임); Wet aanpak schijnconstructies(허위고용방지법, WAS)로 2015년 도입·강화.
• Akkoord van Wassenaar (바세나르 협약) (1982).
독일
• Gesetz zur Regelung eines allgemeinen Mindestlohns (MiLoG) §13 (최저임금법 §13, 발주자 책임) (2014).
• Arbeitnehmer-Entsendegesetz (AEntG) §14 (파견근로자법 §14, 발주자 책임) (1996/2009 재편)
• Tarifvertragsgesetz (TVG) (단체협약법) (1949).
• Betriebsverfassungsgesetz (BetrVG) (작업장협의회법) (1972, 최신개정 2024).
• Mitbestimmungsgesetz (MitbestG) (공동결정법) (1976).
벨기에
• Loi du 5 décembre 1968 sur les conventions collectives de travail et les commissions paritaires (단체협약·산별위원회법) (1968).
• Loi du 12 avril 1965 concernant la protection de la rémunération des travailleurs — art. 35/1 등 (임금보호법, 일반 연대책임 도입·확대) (1965, 2013 시행령).
영국
• 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Consolidation) Act 1992, s.219 (무역분쟁 관련 면책) (1992).
• The Liability of Trade Unions in Proceedings in Tort (Increase of Limits on Damages) Order 2022 (SI 2022/699) (노조 불법행위 손해배상 상한 상향) (2022).
• Strikes (Minimum Service Levels) Act 2023 (최저서비스수준법).
프랑스
• Préambule de la Constitution du 27 octobre 1946 (1946년 헌법 전문: 파업권·노동자 대표를 통한 조건결정권) (1946).
• Jurisprudence du 'co-emploi' (공동사용자 판례: 2014.7.2, 2019.10.9, 2020.11.25 등) — 엄격·예외적으로만 인정.
OECD 및 Eurofound 지표·보고서
• Eurofound, Collective agreements and bargaining coverage in the EU (2020). 확장(AVV)·적용범위가 큰 나라일수록 포괄적 보호와 임금 바닥선이 안정. 제도디자인(확장요건·대표성 기준)이 성과 차이를 설명.
• OECD, Negotiating Our Way Up. 조정된 단체교섭이 임금분포·전환비용을 개선(제도화된 타협의 효용을 실증적으로 보강) (2019).
• OECD, Indicators of Employment Protection (EPL) (고용보호지표: 정규·임시·집단해고 규제 측정) (2020).
• OECD, Employment Outlook 2023: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OECD 고용전망 2023, 사회적 대화·단체교섭 장의 분석 포함) (2023).
•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Statistical Annex (조직률·단협적용률·EPL 종합표) (2025).
• Trade Union Density (OECD/AIAS ICTWSS linked dataset) (노동조합 조직률 데이터 분석) (2023).
이론적 근거
Korpi, Walter & Joakim Palme. 1998. "The Paradox of Redistribution and Strategies of Equality: Welfare State Institutions, Inequality, and Poverty in the Western Countrie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63(5): 661–687.
Korpi, W. & Palme, J. 2003. "New Politics and Class Politics… Welfare State Regress in 18 Countries, 1975–95," APSR.
Korpi, Walter. 1983. The Democratic Class Struggle (Routledge).
Korpi, Walter. 2006. "Power Resources and Employer-Centered Approaches in Explanations of Welfare States and Varieties of Capitalism," World Politics 58(2): 167–206.
Refslund, B. & Arnholtz, J. 2021/22. "Power resource theory revisited," Economic and Industrial Democracy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Z플립8'에 주름 개선 신기술 뺐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의 고질적인 화면 주름을 줄이기 위해 '플렉스 티타늄'을 도입했지만, 접힘부 굴곡과 단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이어져 온 갤럭시 Z플립8은 제외됐다. 고급 기술을 상위 제품에 먼저 적용해 제품 간 차별화를 두는 전략은 기존에도 활용해 왔다. 다만 화면 주름 개선은 새로운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과 달리 폴더블폰의 기본 사용감과 완성도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별 적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폴드와 플립의 서로 다른 패널 구조와 접힘 방향, 별도 설계·내구성 시험, 양산 검증 과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작 기준 폴드7이 플립7보다 출고가가 약 89만원 높아 신기술 비용을 상대적으로 흡수하기 수월하다는 점에서 원가 부담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삼성 측은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 같은 폴더블이지만 구조는 달라 16일 업계에서는 플렉스 티타늄이 플립8에 적용되지 않은 이유로 폴드와 플립의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 구조를 꼽고 있다. 플렉스 티타늄은 기존 부품의 소재만 바꾸는 기술이 아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아래에 티타늄 합금 필름을 넣고, 디스플레이 모듈을 받치는 플레이트에도 티타늄을 적용하는 새로운 적층 구조다. [AI 인포그래픽=김정인 기자] 티타늄 플레이트에는 화면을 반복해서 접고 펼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을 촘촘하게 가공한다. 구멍의 크기와 간격, 배열은 패널이 접힐 때 받는 힘과 접힘 반경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폴드는 화면을 세로 방향으로 접지만 플립은 가로 방향으로 접는다. 화면 크기와 비율, 접힘부위 길이, 힌지 구조와 내부 부품 배치도 서로 다르다. 폴드용으로 설계한 티타늄 플레이트와 미세 홀 구조를 단순히 줄여 플립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에서는 플립에 같은 기술을 넣으려면 제품 형태에 맞춘 구조 설계와 내구성 시험, 양산 검증을 별도로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플립형 제품에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라기보다 이번 세대에서는 폴드용 구조의 개발과 양산 적용이 먼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 원가보다 별도 설계·검증에 무게 플립8 미적용 배경으로 원가 부담 가능성도 거론됐다. 전작 기준 갤럭시 Z폴드7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모델이 237만9300원으로, 148만5000원인 Z플립7보다 89만4300원 높았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폴드가 신기술 적용에 따른 부품비와 공정비 부담을 흡수하기 수월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삼성 측은 원가가 플렉스 티타늄 적용 모델을 가른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Z폴드7. [사진=뉴스핌DB] 수율도 변수로 꼽힌다. 새로운 적층 구조를 적용하려면 티타늄 필름과 플레이트, 접착층이 일정한 품질로 결합돼야 한다. 패널 크기와 접힘 방향이 달라지면 제조 공정과 검사 기준도 다시 맞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폴드8에서 양산성과 내구성을 먼저 확인한 뒤 플립형 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생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차기 플립 모델의 적용 여부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판매 비중 커진 폴드에 우선 적용 폴드의 넓은 화면도 신기술 우선 적용 배경으로 꼽힌다. 폴드는 펼친 상태에서 영상과 문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화면 평탄도가 제품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접힘부위가 길고 디스플레이 면적도 넓어 화면 전체를 균일하게 받쳐주는 하부 지지 구조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강성이 높은 티타늄 합금 필름과 플레이트를 함께 적용해 화면 주름과 내구성, 제품 두께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폴드의 판매 비중이 커진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국내 사전판매에서 갤럭시 Z폴드7과 Z플립7은 총 104만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폴드7이 60%, 플립7이 4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2019년 폴더블폰을 처음 출시한 이후 국내 사전판매에서 폴드가 플립을 앞선 것은 처음이었다. 얇고 가벼워진 폴드7의 판매가 늘어난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도 폴드8에 먼저 적용된 셈이다. ◆ 소비자 불만 남은 플립…차기 모델 주목 플립8이 신기술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해 온 문제를 고가 폴드 제품부터 개선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플립은 접었을 때 크기가 작고 휴대가 편리해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끈 제품이다. 하지만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화면 중앙의 접힘부위가 평평하게 유지되지 않고 굴곡이 도드라진다는 불만이 이어져 왔다. 화면을 위아래로 넘길 때 손가락에 단차가 느껴지거나 접힌 부분이 살짝 솟아오른 듯한 이질감이 생기고, 밝은 곳에서는 접힘 자국이 더 선명하게 보여 사용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폴드8에서 플렉스 티타늄의 양산성과 실제 주름 개선 효과가 확인되면 플립형 제품에 맞춘 구조를 별도로 개발해 차기 제품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플립용 설계와 시험이 추가로 필요한 만큼 내년 출시 제품에 곧바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Z플립7. [사진=삼성전자] ◆ 폴더블로 확대되지 않은 프라이버시 기능 갤럭시 S26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인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폴더블 라인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폴드8과 플립8 모두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사용자가 지정한 상황에서 화면의 시야각을 좁혀 옆 사람에게 내용이 잘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 화면 노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폴드는 화면을 펼쳐 문서나 메시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서 화면을 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이 때문에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가 폴더블의 대화면 활용성을 보완할 기능으로 꼽혔지만 이번 신제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해당 기술을 향후 폴더블 제품군까지 확대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차기 제품에서 적용 범위가 넓어질지 주목된다. kji01@newspim.com 2026-07-16 11:37
사진
'육해공 통합' 4년제 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 세운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국방부가 16일 '국방교육 대개혁'을 표방하며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 일대에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미래 안보환경 변화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이끌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기존 각 군 사관학교를 "최고 수준의 첨단 통합 사관학교"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이번 계획을 "국방교육 대개혁의 첫걸음이자, 사관학교 교육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도약적 혁신"이라고 규정했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 20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6.07.16 gomsi@newspim.com 국방부는 문제 인식의 출발점으로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규정하며, "각 군 사관학교 병립 체계가 자원 중복과 분산투자를 초래하는 구조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각각 약 700~1000명 규모로 일반 종합대학 단과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총 2900여 명의 생도를 양성하기 위해 3명의 3성 장군을 포함한 7명의 장성, 약 3000여 명의 지원 인력을 유지하고 있어 "규모 대비 지휘·지원 구조가 비대하다"는 것이 국방부 판단이다. 국방부는 또한 "전쟁 양상이 지·해·공을 넘어 우주, 사이버, 전자기스펙트럼 등 '다영역 통제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는데도, 사관학교 교육체계는 여전히 군종별로 분절된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 출범할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 지역에 통합 신설되며, KAIST와 국방과학연구소(ADD),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이 밀집한 과학기술 클러스터와 연계된 '스마트캠퍼스'로 설계된다. 국군사관학교 예상 조감도. [그래픽=국방부 제공] 2026.07.16 gomsi@newspim.com 국방부는 "분산·노후화된 기존 육·해·공군 사관학교 시설을 하나로 모아 과감한 집중투자를 단행,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 교육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은 우주·사이버·전자기스펙트럼을 포함한 AI 기반 전영역 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각 군 특성화 교육과,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 장병을 주도할 수 있는 국제 감각·소양 함양 과정으로 재설계된다. 국방부는 "현재 약 24% 수준인 사관학교 민간교수 비율을 점차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국립대학 수준 처우를 보장해 최고 석학이 장교 양성 일선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중심으로 간호사관학교, 첨단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 과정 등 다양한 교육 코스를 수용하는 '국방교육 허브'로 장기 발전시키고, 상징성이 큰 기존 사관학교 시설과 기념공간은 보존·활용 방안을 병행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이끌 주역을 길러내는 세계적 수준 첨단 사관학교로 도약하겠다"며 "국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열린 절차로 국방교육 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gomsi@newspim.com 2026-07-16 10:1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