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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임금제' 시계 빨라진다...건설업계 "임금만 오르고 구인난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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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정임금제 도입 관련 연구용역 발주
다단계 발주 구조서 새는 임금 차단할 수 있지만
원가 상승·수주 위축·미숙련 채용 축소 우려도
도입 시 산업 전반 파장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적정임금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임금 하한 설정과 노무비 분리관리로 임금 누수와 중간착취를 줄여 현장 체질을 개선하자는 쪽과, 원가 상승·발주 위축을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팽팽하다. 

건설업계 적정임금제 도입 논의 타임라인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건설판 '최저임금제' 도입하면… 중간에 '꿀꺽'한 노무비 추적 가능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적정임금제 도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적정임금제란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시행되면 사업주는 건설업 종사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숙련도에 맞는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  임금은 고용노동부의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원청이 하청에 지급할 대금에 적정임금을 포함하도록 계약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

국내 건설현장은 원도급사에서 하도급사, 더 나아가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십장·반장' 체계로 이어지는 다단계 생산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단계마다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건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적어지면 업종 전반의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숙련공들이 점차 현장을 떠나면서 청년층의 신규 유입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전월 대비 8만4000명 줄면서 1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결과 건설근로자의 진입 연령은 평균 39.4세로, 20~30대 청년층의 유입이 크게 부족하다. 

비정규직 중심의 단기 계약 관행에 낮은 소득까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문제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한 외국인은 22만9541명으로, 전체의 14.7%에 달했다. 1년 중 1일 이상 일한 모든 사람을 포함한 숫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취업 기피로 인한 외국인력 의존이 늘어나면, 현장의 언어 소통 문제와 안전사고 위험도 함께 커진다"며 "결국 근로 환경의 저변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인력난은 해마다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정임금제가 시행되면 원청이 하청에 계약할 때부터 노무비를 별도 항목으로 분리해 관리하고,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임금 흐름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적정임금제 도입을 고민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0개의 공공기관 발주 공사(300억원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당시 투입된 건설근로자 임금은 약 3400억원이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분석에 따르면 당시 공사 1건당 고용이 78.7명 증가했다. 기능직 근로자 임금은 2만5000원, 일반근로자는 3000원씩 각각 올랐다.

한경보 한국건설안전협회장은 "(적정임금제 시행 시 우수한 근로자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며, 작업 반장 등에게 임금의 일부를 떼이는 일이 사라져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근로자 스스로 더 많은 돈을 지급받기 위해서 노력과 기술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건설업계 '난색'…"이렇게 해도 근로자 안 와요"

업계 반대로 적정임금제는 결국 자리잡지 못했다. 2021년 관련 내용이 포함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협회를 통해 사업주 부담 증대와 공사비 증가, 미숙련공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건설업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 도입 자체를 미루기로 한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 노조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노정교섭에 나서면서 적정임금제 도입을 요구사항에 포함하는 등 제도 정착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반면 건설사들은 떨떠름하다. 원자잿값이 폭등하는 데다 안전 문제로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시점에 인건비 문제까지 겹친다면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2로 전년 동월 대비 1.00% 올랐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23년 기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부실기업이 전체 건설 외감기업의 47.5%, 한계기업은 전체 외감기업의 2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적정임금제는 시장의 자유경제 원리를 일부 훼손하는 것"이라며 "노무비 상승으로 공사 원가가 오르면 발주처 역시 부담을 느끼고 사업을 재검토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돈을 아무리 올려줘도 현재 건설업계가 직면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건설기술인 360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청년의 약 70% '현재 다니는 회사의 워라밸(일과 삶 사이의 균형)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답변했다. 높은 임금보다 퇴근 후 일상이 더 중요한 내국인 근로자를 다시 현장으로 불러들이려면 적정임금제가 아닌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건설업 관계자는 "현재 현장 인력 자체가 기능공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며 "임금을 아무리 인상해도 한국인, 특히 젊은 청년층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적정임금제가 자리를 잡으면 경험이 없는 초보 건설인의 취업 허들이 훨씬 높아질 것이란 걱정의 시선도 있다. 임금의 하한이 정해져 있다면 기업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숙련자를 선호하게 된다. 그렇다고 적절한 훈련을 통한 직무 경험 기회나 프로그램이 충분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높은 수준의 임금이 보장되면 비교적 경쟁력 높은 내국인 건설 근로자가 외국인보다 많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사이 임금 격차가 지금도 거의 없는 데다 일정 수준의 숙련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조차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적정임금제를 도입하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 안정성과 청년 근로자 증대만을 목표로 섣불리 도입했다가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종욱 국토연구원 건설·민간투자·자원연구센터장은 "적정임금 자체를 결정할 때나 계약 특례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관계자 사이 검토와 논의가 중요하다"며 "아예 이 문제만 논의하고 의결하는 상설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창백 세명대 건축학과 교수는 "시행한다면 임금 수준을 업무별로 차별화하고, 휴일근로 및 시간외 수당 등과 같은 명확하게 산정할 수 있는 임금산정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며 "추가로 현재의 퇴직공제부금 수준 상향도 따라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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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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