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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끝나지 않는 '이혜훈' 공방…쌓여가는 국민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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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후보자, 갑질·로또 청약 등 의혹 직면
여야 갈등에 청문회 공전…리더십 공백 장기화
李 "문제 있어 보이긴 하지만, 해명도 들어봐야"
국민 판단 듣기 위한 청문회 필요…알 권리 훼손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인선이 이른바 '이혜훈 정국'에 갇히면서, 정작 국가 재정의 운전대는 한동안 공석으로 남을 조짐이다. 여야의 공방이 길어질수록 국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이 문제에 발이 묶인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그 사이 국민의 피로감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눈 이번 조직 개편에서, 기획처는 예산 편성과 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새로운 컨트롤타워로 설계됐다. 이재명 정부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 취지도 분명했다. 재정과 정책 권한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고, 단기 현안보다 중장기 재정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초대 장관 인선이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서면서, 기획처는 그저 간판만 걸린 부처로 출발선을 맴돌고 있다. 예산·재정의 최종 조율자가 부재한 상황이 길어질수록,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중심축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은 각 부처의 이해에 따라 흩어지고, 책임의 무게도 흐려진다.

경제부 김기랑 기자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을 비롯해 자녀 입시·취업 과정에서의 '부모 찬스', 보좌진 갑질 논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핵심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며 청문회 일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여당은 청문회부터 열어놓고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이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청문회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국민 앞 검증'을 외쳤지만, 정작 국민이 이 후보자를 직접 보고 판단할 최소한의 절차는 막혀버렸다. 이 후보자는 국회 복도에서 대기만 하다가 발길을 돌렸고, 회의록에는 후보자 검증 대신 여야의 설전만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 상황에 또 다른 긴장감을 더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혜훈 지명자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들어볼 기회를 갖고, 청문 과정을 본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고 결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기회마저 봉쇄돼 본인도 아쉽겠지만 저도 참 아쉽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면서도, "해명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스스로 "이렇게 극렬하게 저항에 부딪칠 줄은 몰랐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는 취지의 언급까지 내놨지만, 정작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은 다시 국회와 여론의 판단으로 떠넘긴 인상이다.

이 사안은 이미 '적격이냐 부적격이냐'라는 인사 검증의 범주를 넘어선 듯 보인다.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상징성이 덧씌워진 대치전으로 변했다. 여당은 "청문회장에 앉혀놓고 따질 것은 따지자"는 절차론을 내세우고, 야당은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들러리 검증은 할 수 없다"는 명분론으로 맞선다. 해법은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만 이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이 공방의 대가를 결국 국민이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처는 수장 공백 상태로 출범했고, 재경부 역시 예산권 분리로 정책 조정력에 균열이 생긴 상황이다.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정부 경제 정책의 중심을 잡아줄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비어 있는 셈이다. 안 그래도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핵심 경제 부처의 리더십 공백을 장기화할 만큼, 정치권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게 된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밀실 인사를 막고,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국민 앞에서 검증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의 국회에서는 종종 후보자 검증보다 여야 간 힘겨루기가 앞서는 정치 무대로 변질되곤 한다. 이번 사안 역시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따져보는 자리가 열리기도 전에, 청문회 자체가 정치적 계산 속에서 멈춰 서며 제도의 취지가 흐려졌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의 판단'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 앞에 후보자를 세워야 한다. 검증 없는 낙마도, 검증 없는 강행도 모두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청문회 공방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제 정치권이 스스로 답해야 할 차례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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